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한낮 기온은 한여름을 방불케 되면서 벌써부터 자외선 차단제를 찾거나 피부 관리를 위해 다양한 화장품을 즐겨 쓰는 계절이 되었다. 어제는 바쁘게 외출을 할 일이 있어서 세수를 하고, 뭔가 얼굴에 발라야 할 것 같아서 화장품을 찾아보았다. 시골 생활에 멋을 낼 일도 없고 해서 화장품을 잘 쓰지 않았던 터라 얼굴에 마땅히 바를 것이 없었다. 다행히 작은 아들 방에 들어갔더니 화장품이 몇 개 보였다. 그 중에 이름이 잘 알려진 ‘O을 든 남자’라는 화장품이 있기에 무턱대고 화장품을 손과 얼굴에 발랐다.
요즘은 화장품 용기들이 잘 개발되어서 꾹 누르면 화장품이 나오게 만들어져 있었다. 색깔도 없고 투명한 화장품이었는데, 급하게 아무렇게나 문질러서 대충 얼굴에 바랐더니 뭔가 좀 이상했다. 기름기가 많은 쌀겨를 물에 풀어서 바른 것처럼 미끈거렸다. 정신을 차리고 화장품에 인쇄된 문구를 읽어봤더니, ‘Hair Care System’이라고 쓰여 있었고, 그 밑에는 ‘Hair Coating Essence’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얼핏 봐도 머리에 바르는 것이었다. 아차 싶었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비누로 다시 씻고 나가자니 시간은 없고, 그냥 휴지로 닦고 수건으로 닦고 여러 차례 닦아도 미끈미끈한 게 번지르르해서 난감했다. 대충 급하게 지우고 모임에 나갔더니 남의 사정도 모르고 보는 사람들마다 번지르르한 게 얼굴이 좋아졌다고들 칭찬(?)을 해댔다. 화장품이 스킨이나 로션, 크림 같은 것만 있는 줄 알았더니 생전 보도 듣도 못한 희안한 이름들이 많아져서 이게 도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통 알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남들은 ‘한국에 태어난 게 후회가 된다, 미국에 이민가고 싶다.’고들 하지만, 필자는 한국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다행인지 모르겠다.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내가 미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기만 하다. 아마 내가 미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영어를 못 해서 노상 이상한 무슨 샴푸나 린스 같은 것을 얼굴에 바르고 다녔을 거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미국에는 거지들도 그렇게 영어 회화를 잘 한다는데 참 부럽기만 하다.
아무리 좋은 화장품을 만들어 놨어도, 만든 사람의 의도를 모르면 나처럼 웃지못할 일들이 생기는 법이다. 헤어 코팅 엣센스라는 것은 머리를 감고 나서 머릿결이 반들반들 윤기가 나게 하려고 만든 화장품인데, 급한 마음에 화장품이면 다 똑같은 화장품인 줄 알고 그걸 갖다가 얼굴에 처발랐으니 나도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화장품을 만든 사람의 의도를 모르니까, 그런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람들은 사람을 만드신 창조주의 뜻을 잘 헤아려야 실수하지 않고 멋지게 잘 살아갈 수가 있다. 하나님께서는 우주 만물을 지으시고, 인간의 생사화복을 주장하시면서 이 땅에 우리들을 보내주셨다. 그리고 그 많고 많은 나라 중에 우리를 대한민국에 살게 하셨고, 특별히 지리산 자락에 자리를 잡게 해 주셨다.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이 지역을 잘 섬기도록 명령하시고 부탁하셨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각 교회마다 목회자를 세워주신 것도 목회자를 통해서 신앙의 지도를 받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바른 예배, 참된 예배를 드리라고 목회자를 세어주신 것이다. 목회자가 든든하게 잘 서 있으면 성도들은 안심하고 나가서 배운 대로 열심히 실천하면서 잘 살 수 있게 된다. 사도바울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안에 무슨 권면이나, 사랑의 무슨 위로나 성령의 무슨 교제나 긍휼이나 자비가 있거든 마음을 같이하여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며, 한 마음을 품어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도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케 하라!”
필자는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서 다른 그 어떤 것보다도 성도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목회자의 기쁨이라는 것은 성도들이 서로 화목하고, 서로 서로 사랑이 가득해서 얼굴엔 웃음이 가득한 모습을 보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그저 서로 양보하고, 마음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목회자는 그 모습만 봐도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것이다. 목회자가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면 그 교회를 보시는 하나님의 마음도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정치 지도자들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나 한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자기가 다스리고 있는 지역이나 나라가 평안할 때에 가장 큰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국민들끼리 불화하고 서로 다투고 싸우면 얼마나 심기가 불편하겠는가? 물론 지도자의 역량도 중요하겠지만, 누구의 잘못이 되었건 국민이 화목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한 모습으로 사는 것을 바라봐야 하는 지도자의 마음은 절대로 행복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애기 엄마도 마음이 불안하면 그 젖을 먹는 아기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없는 법인데, 목회자가 불편하고 힘이 들고 지쳐 있으면 성도들은 좋은 영의 양식을 받아먹을 수가 없게 된다.
나라도 그렇고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19대 국회가 끝이 나고 20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벌써부터 대선국면에 접어든 느낌이다. 말은 하지 않아도 누가 대권에 욕심을 가지고 있는지 국민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덩달아 술렁거리면서 대한민국이 또 한 차례 요동칠 모양이다. ‘마음을 같이 하라! 같은 사랑을 품어라! 뜻을 합해서 한 마음을 품어라!’라고 외쳤던 사도 바울의 말이 떠오른다. 이 땅을 사랑하고 이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우리가 서로 하나 됨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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