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는 전화가 왔다. 십수년 전 이야기다. 첨에는 내가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닌데 뭔가 착오가 있던지 누가 장난치는 거라 생각했는데, 착오도 아니었고 장난도 아니었다. 우리 집 개와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책을 내고 싶다고 했다. 출판사는 어린이 전문 책 출판으로 제법 이름이 있는 곳이었는데, 출판을 담당하는 부서장이 어째어째 하다보니 농부네 홈페이지를 방문하게 되었고 또 어째어째 하다 보니 농부가 홈페이지에 올린 강아지 이야기를 읽게 되었는데, 그 이야기를 동화책으로 한번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솔직히 놀랐고 이게 왠 떡이냐 싶었다. 도시 생활 청산하고 산골마을에 와서 초딩 아들 둘 친구하라고 개를 키우기 시작한 게 어째어째 하다 보니 다섯 마리까지 늘어났고, 개가 많다보니 자연 에피소드도 많이 생겨 그 이야기를 가끔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그것이 책으로 나온다니 이게 왠 횡재냐 싶었다. 내심 (야호~조아요~조아~당장 책을 냅시다~얼씨구나~) 하고 승낙하고 싶었지만 글이라고는 홈페이지에 몇자 끄적거린 게 전부인 내가 책을 낸다는 게 언감생심 가당키나 하겠나 싶어 “제가 책을 낼 정도로 글재주가 안됩니다~ 안되겠어요~” 하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는 전문 동화작가와 사진작가를 섭외해서 책은 알아서 잘 만들테니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고 오케이만 하면 바로 초판 6천부 계약하고 선인세를 주겠다고 했다. 솔직히 나는 처음보다 더 놀랐고 이게 왠 로또냐 싶었다. 그러니까 저작권이 나에게 있는 책을 내는데 나는 원고를 한 페이지도 쓸 필요가 없고 그런데도 인세는 챙길 수가 있다는 솔깃한 제안인 것이다. 나는 기쁜 마음을 애써 감추면서 “그렇게 해주신다면야 저야 좋지요~”하고 슬그머니 승낙했다. 혹 내 맘이 변하기라도 할까봐 출판사 부장과 대리가 바로 우리 집으로 와서 계약했다. 그리고 난생 첨으로 인세라는 것을 그것도 선불로 받았는데 이게 꿈인지 생신지 거짓말만 같았다. 어쨌든 이어서 출판사 부장님께서 이름난 문학상을 받으신 작가선생님과 사진작가랑 같이 다시 오셔서 며칠 묵으며 사진촬영도 하고 갔다. 그리고 한달 뒤 출판사에서 초고를 보내왔는데 사실 나는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오케이 했다. 문학상을 받으신 전문 작가 선생님이 쓰신 것인데 읽어 보나마다 훌륭한 책일 텐데 내가 무슨 감수하는 것도 아니고 이래라저래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산과 개>라는 책이 나왔는데 이 책이 반응이 좋았다. 초판이 금새 매진되고 2쇄,3쇄...6쇄까지 찍었다. 지금 생각하면 36,000부가 적은 부수가 아닌데 그 때는 원래 책이 나오면 그 정도로 팔리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십 수년이 지난 작년 사월에 아내와 나는 시골에 살면서 홈페이지에 올렸던 귀촌일기를 정리해서 <반달곰도 웃긴 지리산농부의 귀촌이야기>라는 수필집을 출판했다. 글이 재밌으니 책으로 한번 내보라는 주위의 권유에 용기를 내어 아내와 내가 쓴 일기 중 일부를 책으로 엮어 내었다. 출판과 관련된 경험이라고는 십 수년 전 사진동화<산과 개> 밖에 없기에 나는 책을 내면 그렇게 많이 팔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수필집은 천부 팔리면 그 분야 베스트 텐 안에 드는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겨우(?) 천부 찍었다. 과연 책이 나온 지 일 년이 지났는데 아직 판매가 다 되지 않았고 언제 다 팔릴 지 기약도 없다고 한다.ㅋ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15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