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를 싫어하는 사람, 빵을 싫어하는 사람은 꽤 보이지만 밥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실제로 밥에 대한 기호도를 조사하면 조사 대상의 약 95%에 이르는 사람들이 밥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세대별로 보면 식생활 세태의 변화에 따라 밥을 덜 좋아하는 20대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거의 모든 세대를 망라해 밥을 싫어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밥은 365일간 매일 먹어도 싫증나지 않고 담백한 맛이 어떤 반찬과도 잘 어울린다. 빵이나 국수를 먹을 때와 달리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도 된다. 밥이 주식인 나라이고 밥을 좋아하는 민족이기는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밥을 제대로 할 줄 몰라 대충 해먹거나 조리된 즉석밥을 사다 먹는다. 밥은 쌀과 물과 불이 만들어 내는 삼중주와 같다. 재료가 너무 단순한 탓인지 오히려 맛있는 밥맛을 구현해내기 어려운 것 같다. 재료의 단순함에 더해 조리법조차 단순하여 밥맛을 내기 어려움에 한몫 거든다. 우리의 밥에 대한 인식은 흰쌀밥에서 크게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조금 더 나아간다고 해도 잡곡밥 정도니 흰쌀밥에서 멈추어 있다는 말은 반찬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구나 맛있는 밥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전기(압력)밥솥의 사용설명서에 의지해 밥을 하고 먹다 남은 밥을 그 밥솥에 그냥 보온해 두고 먹는 밥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흰쌀밥도 밥이 맛있으면 여러 가지 반찬이 필요 없다. 흰쌀밥이 지겨울 때 냉장고 속 식재료들을 꺼내 여러 가지 이름의 밥을 지으면 더구나 반찬이 필요치 않다. 밥 하나면 다 된다. 밥이 요리가 된다. 여자가 먹어도 좋은 기운찬 남자밥 한의원에서 내려주는 처방 중에 사군자탕(四君子湯)이라는 것이 있다. 위장의 기능이 허약하여 빈혈의 경향이 있고 원기가 쇠약한 사람에게 사용되는 처방이다. 처방전에 쓰인 약재들은 2, 7일에 여는 함양장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들이라서 나는 가끔 이 처방을 응용해 밥을 지어 먹는다. 흰쌀밥이 허전하게 느껴지고 기분마저 나른하여 의기소침해지면 내가 지어먹는 밥이 ‘기운찬 남자밥’이다. 이 밥을 먹으면 추운 겨울 날 한약방의 문을 막 열고 들어갔을 때 코끝으로 스며드는 기분 좋은 탕약향, 그것이 느껴져서 좋다. 밥을 먹는 동안 어느덧 마음이 따뜻해지고 몸이 가벼워지는 밥이다. 알지 못하고 약을 함부로 마구 먹는 것은 자칫 건강을 상하게 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확한 처방이 있는 약재들을 구입 해다 푹 끓이지 말고 끓는 물에 차를 우리듯 우려서 하루 한 잔정도 마시는 건 건강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다. 그렇게 우린 물을 차로만 즐기지 말고 밥을 할 때 밥물로 잡으면 밥에서 은은하게 한약 냄새가 나면서 재미있고 맛있는 밥이 된다. 건강에 좋다고 진하게 우린 약차를 오랜 기간 지속해서 먹는 것도 권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몸에 좋은 약이라고 해도 장복을 하게 되면 인체에 균형이 깨지게 되므로 조금 모자란다는 생각이 들게 먹고 마시는 것이 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가끔 밥으로 먹는 연한 탕약은 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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