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장사람의 마음에 한 권의 참된 문장이 있으나 모두 옛사람들의 부스러기 글 때문에 굳게 갇혀 있고 한 가닥의 참된 음악이 있으나 모두 요사스런 노래와 요염한 춤 때문에 파묻혀 있구나.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외물(外物)을 쓸어내고 직접 본래의 마음을 찾아야 비로소 참다운 누림이 있으리라.<원문原文>人心(인심)에 有一部眞文章(유일부진문장)이로되 都被殘編斷簡封錮了(도피잔편단간봉고료)하며 有一部眞鼓吹(유일부진고취)로되 都被妖歌艶舞湮沒了(도피요가염무인몰료)하나니 學者(학자)는 須掃除外物(수소제외물)하고 直覓本來(직멱본래)라야 纔有個眞受用(재유개진애용)이니라. <해의解義>사람이 학문을 닦고 마음을 수양하며 예술적 재능을 기름에 있어서 옛사람들이 남긴 글들을 보고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때로는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요히 이치를 관조해 보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사람의 마음 속에는 이미 영험하고 신묘한 작용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학문하는 사람이 그러한 내면의 성찰보다도 옛사람들이 남긴 부스러기 글이나 단편적인 지식에만 매달리다 보면 영원히 참다운 진리에 도달하지 못하고 만다. 또한 사람의 마음 속에는 참다운 음악이 깃들어 있는데 외부에 존재하는 인위적으로 꾸민 화려하고 고운 노래와 춤에 홀리다 보면 자신의 내면에 간직된 진정한 음악은 발견하지 못하고 만다. 그러므로 학문하는 사람은 먼저 외부의 사물에 이끌려 방향을 못잡고 헤매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성찰하여 일단 방향감각을 되찾고 난 후 더욱 연마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성인의 글을 읽고 타인의 작품을 보아야 할 것이다.<주註>眞文章(진문장) : 진리의 문장, 참다운 글. 都(도) : 모두, 다. 被(피) : 입음, 당함. 殘編(잔편) : 없어지고 남은 글, 編(편)은 책을 말함. 斷簡(단간) : 단편적인 글, 簡(간)은 책을 말하며 옛날 종이가 없던 시절에 나무 조각이나 대나무 조각에 글을 썼던 데서 이렇게 부름. 封錮(봉고) : 봉쇄되어 막힘. 了(료) : 동사 아래에 붙어 완료를 나타내는 말. 鼓吹(고취) : 음악, 鼓(고)는 타악기, 吹(취)는 입으로 부는 악기를 말함. 妖歌(요가) : 요망스런 노래. 艶舞(염무) : 요염한 춤. 外物(외물) : 본래의 진실한 마음을 어지럽히는 사물, 여기서는 옛 책과 요염한 음악을 가리킴. 直覓(직멱) : 바로 구하다, 직접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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