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장책을 읽어도 성현을 보지 못한다면 글이나 베껴 주는 사람이 될 것이고 벼슬자리에 있으면서도 백성을 자식같이 사랑하지 못한다면 관을 쓴 도둑이 될 것이며 학문을 강론하면서도 몸소 실천하지 못한다면 구두선(口頭禪)이 될 것이고 사업을 세우고도 덕을 심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눈앞에 피었다 지는 꽃이 되고 말리다.<원문原文>讀書(독서)하되 不見聖賢(불견성현)이면 爲鉛槧傭(위연참용)이요 居官(거관)에 不愛子民(불애자민)이면 爲衣冠盜(위의관도)요 講學(강학)에 不尙躬行(불상궁행)이면 爲口頭禪(위구두선)이요 立業(입업)에 不思種德(불사종덕)이면 爲眼前花(위안전화)니라. <해의解義>글을 읽으면서 성현의 본심을 체득ㅎ지 못하고 다만 자구나 문장의 해석에만 급급한다면 그는 다만 글자만 알아서 남에게 고용되어 글이나 베껴 주는 사람은 될지언정 대학자나 성현은 되지 못할 것이다. 관직에 있으면서 백성을 자식처럼 사랑하지 못하고 제 욕심만 채우기 위하여 토색한다면 그는 관을 쓴 도적에 지나지 않는다. 입과 머리로만 강론하면서 실제로 행하기에 힘쓰지 않는다면 아무 쓸모없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학문이란 학문 자체를 위한 학문이 아니라 지행(知行)이 일치하는 학문이어야 하는 것이다. 사업을 일으키고 일을 도모하는 사람 역시 반드시 사회에 공헌하고 이해관계자를 잘 다스리며 만인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덕을 심어야 한다. 아니면 그 사업은 한갓 눈앞에 피었다가 시드는 허무한 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매사에 겉모습의 화려함만을 취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내재돼 있는 실질을 더욱 중히 여기고 힘써야 함을 교훈한 글이다.<주註>聖賢(성현) : 성현들의 진실된 마음. 爲(위) : 되다. 鉛槧傭(연참용) : 필사(筆寫)하는 고용인, 옛날 종이가 없던 시절에는 나무조각에 납으로 만든 납필로 글씨를 썼음. 子民(자민) : 백성들을 자식과 같이 여기는 것. 不尙(불상) : 숭상하지 않음. 躬行(궁행) : 몸소 실행하는 것. 口頭禪(구두선) : 입으로 하는 선(禪이), 공염불. 立業(입업) : 사업을 시작하는 것. 種(종) : 심다. 眼前花(안전화) : 눈 앞에 피었다가 지는 꽃, 일시적으로 일어났다 쓰러지는 사업을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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