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이 극성이던 7~8년 전 쯤이었나 보네요. 그땐 폴더폰이었는데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기 위해 해외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화면에 발신자 전화번호 대신 해외에서 걸려온 전화라는 표시가 떴지요. 그런 표시가 떠는 전화는 보나마나 중국발 보이스피싱 이었어요. 한번은 해외전화라는 표시가 뜨는데 대뜸 곶감을 주문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때는 여름이라 곶감 찾을 일이 없을텐데 싶어 암말도 않고 전화를 탁 끊었습니다. (너 중국에서 거는 거 다 알고 있지롱~) 그랬더니 바로 또 전화가 와서 홈페이지를 보고 전화하는 건데 곶감을 사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전화를 탁 끊으면 대부분 포기를 하는데 좀 질긴 녀석이다 싶어 ‘곶감 없어욧!’ 하고 또 사정없이 끊었습니다. 근데 2년 뒤 프랑스에 사는 여름촌댁 딸이 고향 왔다가 농부네 집에 놀러 와서 이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일하는 프랑스 리용의 일식집 사장이 한국인인데 고국 생각이 날 때 가끔 농부네 홈페이지를 보며 향수를 달랜답니다. 그런데 하루는 홈페이지에 있는 곶감관련 이야기를 읽다가 갑자기 곶감이 먹고 싶어졌답니다. 바다 건너 먼 나라 프랑스까지 혹시라도 배송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문의 전화를 했는데 연결이 갑자기 끊어졌다합니다. 장거리 회선이 불안정해서 끊어졌나보다 하고 다시 전화해서 ‘인터넷에서 보았는데 곶감을 사고 싶다’ 고 하니 성난 목소리로 곶감 없다며 사납게 전화를 끊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때 그 전화는 보이스 피싱이 아니었는데 외국에서 전화 받을 일이 없다고 생각한 나는 바다 건너온 전화는 무조건 보이스 피싱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 차 있었으니 설령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전화했어도 전화를 탁 끊었을 겁니다. 나는 놀러온 여름촌댁 딸을 통하여 진심으로 사과의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일은 두고두고 양심을 건드려 그 뒤에는 아무리 보이스 피싱으로 짐작되는 전화도 신중하게 받게 되더군요. 지난 겨울엔 해운대라며 김치냉장고에 보관했던 곶감이 다 상해 못먹게 되었다며 10봉지를 보내 달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문자로 주소를 보내고 전화가 여러 번 와서 그날 꼭 발송해 달라며 돈은 걱정 말라고 해서 걱정 않고 보냈습니다. 그런데 배송안내 문자 보내고 나서는 연락이 두절 되었어요. 알고 보니 인터넷으로 농산물 파는 사람치고 이런 피싱에 걸려보지 않은 사람이 없더군요. 쓰글. 그래서 농부는 앞으로 곶감 주문하고 입금 전에 배송을 요청하는 사람에게는 소정의 서류를 제출받고 발송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주민등록등본 2통/인감증명서 1통/외상상환 계획서 1부/재산세 납부 증명서 사본/근로소득원천징수서 1통/초등학교 생활기록부 사본/건강검진 기록부 사본/사업자 등록증 사본/사업자 등록증이 있는 보증인3명의 인감증명서/여권 사본/운전면허증 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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