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영인 모임 날짜를 잘못 알고 읍에 갔다가 허탕 쳤네요. 내일 다시 나가야 합니다.ㅠㅠ이제 나이가 드니 깜빡깜빡합니다. 한번은 스마트폰이 안보여 온가족이 나서서 대대적으로 찾았는데, 찾다가 찾다가 포기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거기 있더군요. 볼륨을 죽여 놓는 바람에 전화를 걸어 추적해도 소용없고 내 주머니 빼고 다 찾았으니 건망증도 이 정도면 연구대상입니다. 귀농한지 십 수 년이 지났는데도 매년 배우러 다닙니다. 올해는 소규모 농가 경영개선 프로그램인 강소농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모 방송에서 10대부터 70대까지 남녀가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10대는 공부를 열심히 안한 게 가장 후회된다고 합니다. 20대는 공부 게을리 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30대는 공부를 열심히 안한 것이랍니다. 40대는 학창시절에 공부를 제대로 못한 것이라 하고 50대도 마찬가지로 공부 공부 공부라는데, 50대까지는 남여 공통이라 합니다. 근데 60대부터는 남여가 다르게 나왔답니다. 60대 70대 남여가 가장 후회되는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60대 남자는 돈 좀 모아놓을걸, 70대 남자는 마누라 눈에 눈물 나게 한 것이 후회된다고 하고(이런? 반성이 너무 늦어요. 마누라 구박이 가장 심할 나이에 반성해봤자 마누라 안 봐줍니다.), 60대 여자는 애들한테 좀 잘해줄걸, 70대여자는 좀 더 배울 수 있었는데 하고 여전히 공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죽을 때까지 배워야하나 봅니다. 기름 소비하며 읍에까지 갔다가 그냥 오면 안 될 것 같아 자장면 한 그릇 엄숙하게 먹고 텃밭에 심을 채소 모종 몇 가지 사가지고 집에 왔는데, 시디로 듣던 볼레로가 안 끝나서 차 시동만 끈 채 의자를 뒤로 재꼈네요. 뭐 바쁠 거 없습니다. 오늘 택배 나갈 거는 곶감 밖에 없고 준비된 곶감 아이스박스에 담기만 하면 됩니다. 날씨 좋고 배부르고 음악 쥑입니다. 요즘 볼레로를 자주 듣습니다. 볼레로만큼 봄에 어울리는 음악도 없는 것 같네요. 저녁 맛있게 먹고 이빨 쑤시던 이쑤시개로 지휘하는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볼레로를 들으면 봄꽃들이 하나씩 피어납니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볼레로가 아득하게 또는 졸린 듯 흥겹게 목관과 금관을 오가며 리듬을 타면 눈부신 봄꽃들이 하나씩 둘씩 피어나면서 사분의 삼박자로 아주 춤을 춥니다. 그래~ 봄이 그렇게 감질나게 오더니 이렇게 아득하고 이렇게 흥겹게 다가오는구나~ 크로커스, 수선화, 아네모네, 튤립, 아이리스가 피고 지고, 마지막으로 모란이 한꺼번에 피고 질 때면 절정에 올랐던 봄도 볼레로와 함께 한방에 끝나게 되겠지요. 마당에는 겹벚꽃이 피었습니다. 겹으로 풍성하게 핀 꽃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니 종소리가 들릴 듯 하네요. 심은지 십몇 년 된 나무라 제대로 키웠으면 수세가 제법 봐줄만 했을텐데 감나무 옆에 심는 바람에 감나무를 크게 키우고 겹벚은 허리를 잘랐습니다.같은 공간에서 감도 수확하고 겹벚꽃도 즐길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겹벚을 완전 내치지 않고 열몇 송이 꽃이라도 달리게 살려둔 이유는 겹벚꽃이 파종시기를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 고추모종 심고 피해보는 농가도 많고, 과수 농사 외 밭작물이 별로 없는 나는 텃밭에 심을 채소 모종이랑 화단에 심을 꽃모종 그리고 꽃씨 뿌리는 일을 겹벚이 피고난 뒤에 합니다. 고추농사 크게 하는 농가는 겹벚을 기억해두면 절대 냉해 피해볼 일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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