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 몸에 좋다. 콩으로 만들었으니 두부도 몸에 좋다고 하여 너도 나도 많이들 먹는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장을 보러 갈 때마다 두부가 눈에 보이면 무조건 장바구니에 넣고 본다. 우리 집엔 냉장고를 열면 제일 먼저 두부가 보인다. 두부가 두부자리에 늘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고나 할까. 그러나 문제는 냉장고에 둔 두부가 때로 언다는데 있고 또 때로는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조리해 먹지 못하고 먹어야 하는 기한이 지나 버려야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가끔 장을 보러 가면 유통기한이 임박해 가격을 할인하거나 아니면 한 개 더 주는 판매를 하기도 한다. 그럴 때 살림을 하는 주부라면 누구나 그런 두부 앞에서 갈등이 된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계산을 한다. 저렴하게 할인을 해서 판매하는 두부를 사다가 빠른 하루 이틀 사이에 먹을 수 있을지 하는 계산이다. 그러면서 또 두부를 사고 냉장고에서 얼거나 상하거나 하는 일이 계속된다. 냉장고에서 언 두부를 꺼내 찌개에 먹어보고는 푸석거리면서 식감이 나빠 아까워하면서 버리고는 고민하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날 깨달음이 왔다. 언 두부의 식감을 즐길 수 있는 조리법이 있다면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은 왜 안 했는지 하는 깨달음이다. 구워도 보고 찌개에 넣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고 그러다 밥을 해보고는 쾌재를 부르게 되었다. 두부밥은 그렇게 내게로 왔다. 두부를 얼리면 우선 일반 두부와는 달리 식감이 쫄깃해진다. 그래서 일반 두부를 가지고 밥을 하는 것보다 밥알과 잘 어울리게 씹히는 느낌이 좋다. 특히나 밥을 할 대 들기름을 한 숟가락 넣고 하기 때문에 들기름과 두부의 고소함이 밥맛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두부밥을 하면 쪽파나 부추, 달래 등으로 간장을 만들어 비벼 먹어도 좋지만 그보다는 막장으로 지지는 뽀글이장이 좋다. 뽀글이장은 집에 넉넉히 있는 된장으로 지져도 좋지만 막장으로 지지면 감칠맛이 더 난다. 간장을 빼지 않고 담아 익히는 장이라 그렇다. 된장이든 간장이든, 혹은 간장을 빼지 않은 막장이든 짜기 마련이다. 짠 장맛은 지지는 방법에 따라 감소시킬 수 있다. 멸치의 내장과 머리를 발라내고 잘게 부숴 냉수와 함께 뚝배기에 넣고 불에 올리고 채소와 버섯 등을 뚝배기 위로 올라오게 하나 가득 담아 지지면 숨이 죽으면서 간도 적당히 줄어든다. 간이 좀 강하고 국물이 빡빡한 된장찌개 같은 맛과 농도가 된다. 국물에 점도를 주고 싶다면 감자 한 알이면 충분하다. 감자를 강판에 거칠게 갈아 끓고 있는 뽀글이장에 넣으면서 숟가락으로 휘휘 저으면 뽀글이장에 윤기가 더해지고 점도가 좋아져 비벼 먹기에 좋은 상태가 된다. 막장은 날 메주를 가루로 빻아 소금물로 질척하게 말아 익히는 장으로, 중부 이북에서는 담그지 않고 강원도와 경상도에서 특히 잘 담근다. 충청도에서는 보리밥에 메줏가루·고춧가루를 섞고 소금으로 간을 하여 담그고, 경상도에서는 콩과 멥쌀을 섞어 만든 메주로 담근다. 그러니 봄이 되면 전국 어디서나 담가먹는 된장이나 간장과는 달리 일부 지역에서나 담가먹었던 별미장이 막장인 셈이다. 그러나 막장이 별미장이라고 해서 된장과 달리 별미로나 먹는 장일 수는 없다. 강원도에서는 된장을 먹지 않고 된장 대신 막장을 먹기 때문이다. 막장으로 찌개를 끓이고 막장을 국을 끓이고 막장으로 쌈장을 대신해 먹는다. 4월이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막장을 담그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 막장용 메줏가루를 구할 수 있다면 보리나 쌀로 밥을 지어 막장을 담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막장이 익기 시작하면 뽀글이장 한 뚝배기 끓이고 두부밥 한 솥 지어 비비면 달아난 입맛이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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