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웃 마을에 사는 칠복이는 엄천골에서 태어나는 강아지 두 마리 중 한 마리의 아빠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변견이다. 그 능력개 칠복이가 우리집 우편함 아래에 메시지를 보내왔다. 내가 마법에 걸린걸 우째 알았는지 노란색 펜슬로 메시지를 갈겼는데, 나에게 개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칠복이는 변견이지만 내가 보기에 그냥 변견은 아니다. 개털이 변색이고 좀 짧은게 흠이기는 하지만 개다리는 늘씬하다. 그리고 보통 개보다 좌우 다리 폭이 넓다. 다리의 폭을 보면 불독이 떠오르고 길이는 늘씬해서 리트리버 급이다. 얼굴은 진돗개를 닮아 칠복이 조상이 훌륭한 혈통의 후손을 남기기 위해 다양한 실험과 모험을 해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사람은 스마트폰으로 문자 연애를 하지만 우리 개는 펜슬과 붓으로 연애를 한다. 나는 칠복이가 우리집 우편함 아래에 남긴 메시지에 핑크색 붓으로 조신하게 리플라이 했다. 내 어디가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한번 만나보자는 문자를 남겼다. 사실 칠복인 내 스타일은 아니다. 나처럼 털이 긴 양치기 개는 칠복이처럼 털이 짧은 개를 우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요즘 내가 혼자가 된지 꽤 오래된 데다 마법에 걸려 개심경의 변화가 일어났다. 털의 색깔이나 길이로 개를 차별하는 개경우는 경우가 아니라는 자각이 들었던 것이다.어제는 칠복이가 폭이 넓은 다리 사이로 개복숭아 꽃이 만발한 엄천골 풍경을 가득 채우고 힘차게 대시해 오는데, 갑자기 가슴이 벌렁벌렁 해지는개 세상에서 칠복이만큼 멋진 수캐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느낌이 들었다. 그래 그건 생각이라기보다는 확실히 느낌이었다. 개의 심경이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바뀔 수 있다는 개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렇개 그렇개 진지하게 칼라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어제 해거름에는 칠복이가 문자 작성 중에 주인님한테 들켜 버렸다. 주인님은 노발대발 했다. (야 이놈아~ 니가 변견 주제에 어딜 감히 넘보느냐? 혈통과 족보가 있는 우리 싸랑이는 절대 안된다~ 이노옴~) 하고 내ㅤㅉㅗㅈ았는데, 하이고~ 우리 주인님 어찌나 무서븐지... 아래턱을 쓰윽 내밀고 칼치 눈 뜨고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니 칠복이가 지 아무리 능력개라도 다시는 안올 개 분명하다.ㅠㅜ2.주인님이 현관문을 열고 아침마당에 나서자마자 칠복이의 소심한 복수를 밟았다. 양도 많아 하마터면 미끄러질 뻔 했다고 씩씩거리더니 괜히 내한테 승질을 낸다. 왜 죄없는 내한테 화를 내지? 나는 연애 못하개 밤새 현관에 갇혀 있은 죄밖에 없는데 말이다. 주인님이 밟은 것은 물론 칠복이 거다. 칠복이가 밤새 현관 앞에서 나를 기다리며 죽치다 주인님 인기척에 놀라 그것을 싸고 도망갔는데, 주인님은 아침운동 한답시고 기분 좋게 나섰다가 그만 그 양 많고 따뜻한 것을 밟은 것이다. 그러개 왜 개들의 연애사에 개참견을 해? 도대체 칠복이가 어디가 어때서? 어차피 개털인데 길이가 뭐가 중요하다고? 혈통이 족보가 개밥 먹여 주나? 참견쟁이 주인님~ 개들의 연애사는 제발 개들에게 맡겨 주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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