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문헌에 콩과 장(醬)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남아있다. “황대두라 불리는 메주콩은 비위를 건실하게 하며 비의 기운이 허해서 오는 부종이나 대장이 허약해서 오는 습관성 변비, 골다공증, 고지혈증,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병, 종기로 인해 생긴 독에 효과가 있다. 흑대두라 불리는 검정콩은 신장의 기운을 더하고 흐릿한 눈을 밝게 해주며 이뇨작용은 물론 해독작용이 뛰어나다. 간장이나 된장은 짜고 찬 성질을 가졌으나 독이 없으며 위장과 비장, 신장에 기운을 더하며 더위로 인해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 나는 것을 없애 주며 임신 중의 요혈에 도움이 되며 식중독, 약물 중독, 화상 등에 좋은 효능이 있다.” 만주를 중심으로 콩의 생산이 많기도 하였고, 위의 기록처럼 오곡 중 사람을 살리는 최고의 곡식이 콩이었으니 콩을 가지고 만드는 음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그 오랜 시간을 우리와 같이 해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반찬이 변변찮았던 시절, 밥상을 차리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양념이었던 장이 되었다. 콩은 생으로 먹으면 소화흡수율이 반으로 줄어들고 익힌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으며 장으로 발효하였을 때에라야 제대로 소화흡수가 되므로 장은 우리의 밥상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중요한 양념이다. 그래서 일 년 농사 중 가장 먼저 꼽아 담아왔던 장은 ‘일 년 종사’라는 어깨 무거운 이름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된장은 된장찌개나 된장국으로나 우리의 밥상에 오를 뿐 별다른 변화 없이 점차 우리의 일상적인 끼니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나는 늘 된장으로 만드는 새로운 음식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간다. 그 결과 탄생하였고 사람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음식이 된장덮밥이다. 된장을 좋아하지 않는 어린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카레를 좋아하지 않는 어른들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음식이어서 더 의미가 있다. 지난 2월에는 경기도 포천에 있는 서운동산에서 장 담그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장 담그기를 하였고 그곳의 식당에서 한시적으로 그날만 된장덮밥을 점심으로 팔았었다. 그 후 들리는 이야기로 4월부터 된장덮밥이 그곳 식당의 정식메뉴가 되었으며 올봄에 담근 장이 익으며 그 장으로 만들어 판다고 하니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된장덮밥은 정말로 카레라이스를 만드는 방법으로 만들 수 있다. 카레라이스를 조리할 때 넣는 육류나 채소들이면 재료는 충분하다. 고기와 채소들을 모두 깍두기 모양으로 먹기 좋게 썰어 버터나 기름에 볶다가 물을 넣고 재료가 익게 끓이면 다 된 거다. 물론 된장덮밥이니 간은 된장으로 하고 마지막으로 점도를 주기 위해 감자녹말을 물에 풀어 사용하면 된다. 만약에 아이들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노란색의 단호박을 조금 쓰면 좋다. 단호박이 익으면서 으깨져 국물이 노랗게 보이므로 정말 카레소스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학교급식을 주관하시는 영양사선생님들이나 조리사선생님들도 꽤나 호의를 보이면서 급식에 응용하기도 하신다. 아직 저녁 전이시라면 냉장고에 있는 어중간하게 남은 재료들을 모두 꺼내 썰어 넣고 된장 몇 숟가락으로 끓이는 된장소스를 만들어 큰 그릇에 밥을 담고 소스를 얹으면 근사한 한 그릇 요리가 된다. 그야말로 밥 하나면 다 된다. 물김치만 있어도 뭔가 대단한 저녁을 먹은 기분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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