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산자락에는 진달래 피고, 눈부신 벚꽃이 길 가장자리마다 만발하는 계절이지만, 요즘 믿기지 않는 자녀학대 사건들이 다시금 생각하고 싶지 않는 악몽을 떠올리게 합니다. 2년 전 세월호 사고로 단원고 250명의 어린 생명들이 팽목항 앞바다에 수장되었을 때, 온 나라가 울음바다로 통탄하면서 다짐하였던, 어른들의 반성과 각오가 작심삼일이 되었는지 또다시 잔인한 이 땅의 4월, 참으로 못된 어른들의 ‘반인륜적인 아동 학대 사건’으로 우리 모두를 슬프게 합니다.
연일 언론매체에 오르내리는 부모 폭력에 희생되는 아이들-7살 아들 원영이를 살해한 친부와 계모, 여중생 딸을 사망케 하고 백골 시신을 방치한 목사, 학대 끝에 숨진 4세 의붓딸을 암매장한 계부, 부천 최모군 폭행 및 시신 유기·은닉 사건, 친아빠와 새엄마에게 골프채와 안마기 등으로 맞아 사망한 초등학생, 세 살배기 여자아이가 알루미늄 대걸레 자루로 온몸을 두들겨 맞아 숨진 사건 등- 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는 2013년 5,454건에서 2014년 8,207건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로, 학대 가해자 10명 중 8명이 부모가 가해자이고 피해자녀 절반 이상은 영·유아라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또한 전국적으로 친부모에 의한 자식살해 사건이 해마다 30여건씩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동 학대는 `내 아이는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빗나간 친권(親權) 의식과 허술한 아동 보호 체계가 빚은 비극이라고 합니다. 또한 부모가 자녀에게 폭력을 허용해도 된다는 합리화 기제가 아직도 우리 사회 내에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더욱이 아동 전문가들은 가부장적인 사회문화와 양육 스트레스가 아동학대와 엽기적인 자녀살해 범죄로 이어진다고 지적합니다. 아동 인권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과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 개선 없이는 이러한 참극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부모의 끔찍한 만행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그들을 처벌한다고 해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권력과 금권, 폭력이 만연되어 있고 어떤 면에서는 필요악처럼 폭력이 용인되어, 심지어 우상화되기도 합니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약자의 인권이 무시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재벌은 금권으로 약자를 하수인으로 취급하며 정글 같은 조직사회에서의 폭력을 합법적으로 전횡하고 있습니다.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처럼, 우리 사회가 폭력이 용인되고 강압적인 사회 환경이 되어버린다면 우리 아이들은 폭력에 대한 내성이 약화되어 불의에도 순응하는 인간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학교폭력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가정환경입니다. 부모의 자녀 양육 방식은 청소년의 폭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즉, 부모로부터 어린 시절에 경험한 신체적인 체벌이나 언어폭력, 그리고 부모간의 갈등이나 폭력적인 상황을 자주 경험한 청소년은 폭력적인 행동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많습니다.
아이들의 인성발달에 있어서도 가정의 환경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가정은 가족과 함께 하는 작은 사회공동체로, 인성을 배우는 요람입니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형제간의 우의를 통해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이치를 체득합니다. 아이들은 빵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사랑으로 성숙합니다. 아이는 험난한 이 세상에 홀로 남아도 부모에게 받은, 뜨거운 사랑이 가슴에 있어 이 세상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가정은 아이의 가치관이나 행동에 이르기까지 어른으로 성숙하게 하는 보금자리입니다.
민주주의 본질은 자유와 인권입니다. 아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아이가 바르게 자라기 위해서는 성숙한 어른[부모]이 절실합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천륜이 건강한 인간 사회를 이루는 모체입니다. 부모는 아이들의 멘토이자, 영원한 보호자입니다. 더 이상 순진무구한 어린 생명의 희생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이고 희망입니다.
세상은 각박하고 오염되어도 빛과 소금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기에, 이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사람은 진리를 궁구(窮究)하고 선을 추구하며 미(美)를 가꾸는 천성이 있음을 굳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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