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 야사 ‘함흥차사’. 친구 버전으로 Alpha Go! ‘함흥차사(咸興差使)’라는 말 들어봤어? 뭐? 냉면 먹자고? 이런 무식한, 함흥에 가면 차사라고? 차(車)야? 차(茶)야? 함흥으로 보낸 차사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으로 한번 간 사람이 돌아오지 않거나 소식이 없다는 뜻으로 함흥차사라는 말을 쓰지. 야사는 사실에다 그럼직한 허풍을 붙여 지어 낸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이니까 따지지 말고 들어야 해. 이 이야기는 야담 수필집 《노봉집시장》(老峰集諡狀)과 선조 때 차천로가 지은 《오산설림》(五山說林)에 언급되어 있어. 조선 초 세자 방석과 방번이 방원에 의해 1차 왕자의 난으로 죽임을 당해. 줄초상에 태조 이성계는 왕위를 둘째 아들 정종에게 물려주고 아예 짐을 싸들고 고향 함흥으로 내려갔어. 아들을 많이 낳다보니 별 놈이 다 나온 거야. 2차 왕자의 난으로 방원이가 넷째 방간마저 죽이자 정종은 무서워서 왕을 하는 척 하다가 동생 방원에게 왕 자리를 재빨리 받쳤어. 계속 왕을 하다가는 목숨이 언제 달아날지 몰랐던 거야. 산전수전 가리지 않고 싸우며 1, 2차 왕자의 난을 주도한 방원은 3대 태종으로 왕이 되긴 했지만 아버지 이성계는 노골적으로 지지하지 않았어. 형제를 죽이고 왕 자리를 뺏은 방원이를 누가 좋다하겠어? 아들에 의해 아들이 죽었으니 태조 이성계는 더 이상 세상이 꼴 보기 싫었어. 왕위 계승의 정통성이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 이방원 태종은 왕을 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못했지. 아버지가 즉위식에도 나타나지 않으니 신하들 앞에서 체면이 말이 아니었지. 더구나 태조 이성계는 함흥으로 가면서 옥새를 가지고 간 거야. 네 이놈 어디 한번 혼나 봐라. 옥새는 왕의 인감도장이야. 각종 문서에 왕의 도장을 찍어야 명령이 되고 빛깔 나는데 옥새가 있어야 도장을 찍고 싸인하고 빛깔을 내지. “심히 괴롭도다. 누가 내 대신 함흥에 가서 아버지를 설득하여 옥새를 받아가지고 오겠는가?” 맨 처음에는 신하를 뽑아 함흥에 보내고 옥새를 가지고 오라고 보냈지만 가면 목이 댕강 댕강 잘려 죽고 돌아오지 않으니 누가 가려 하겠어? “이번에는 어느 신하가 함흥에 가겠는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지. 보다 못한 성석린 신하가 나섰어. 태조의 오랜 친구였어. “전하, 제가 가보겠습니다.” “너도 너의 임금을 위해서 나를 달래려고 온 것이냐?” 이성계가 찾아온 친구에게 물었지.“만약 그래서 왔다면 신(臣)의 자손은 반드시 눈이 멀어 장님이 될 것입니다” 『명신록』에 따르면, 뒷날 성석린의 맏아들 지도와 지도의 아들 귀수와 귀수의 아들이 모두 생모의 뱃속에서 배냇병신으로 눈이 정말 멀었대. 이번에는 판중추부사 박순(朴淳)이 자청하여 갔어. 하인도 없이 스스로 새끼 딸린 어미 말을 타고 함흥에 가서 태조 있는 곳을 바라보고 일부러 새끼 말을 나무에 매어 놓았어. 어미 말이 뒤를 돌아보며 서로 부르며 울고불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지. 박순을 반기던 태조가 왜 말들이 갑자기 저러느냐고 물었지. “새끼 말이 길 가는데 방해가 되어 매어 놓았더니 어미 말과 새끼 말이 서로 떨어지려 하지 않습니다. 미물이라도 어미와 자식의 정은 있는 모양입니다." 태조가 잠시 얼굴을 붉혔어. 옛 친구와 며칠을 같이 지냈어. 하루는 태조와 장기를 두고 있는데 지붕에서 쥐 두 마리가 난리를 쳤어. 새끼 쥐가 떨어지려 하는데 어미 쥐가 새끼 쥐의 손을 잡고 놓지 않고 안간 힘을 쓰고 있는 거야. 점점 힘이 빠져 떨어져 죽게 되었는데도 손을 놓지 않은 거였지. 마치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크레바스 절벽에서 동료의 손을 잡고 같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과 같았어. 이때 박순이 태조에게 엎드려 읍소를 했어. “전하,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나이다. 통촉하시옵소서!” 태조가 마침내 방원에게 돌아가겠다고 약속을 했어. 태조의 허락을 듣고 곧 그 자리를 하직하고 떠나니 태조를 따라와 모시고 있던 여러 신하들이 말했어. “전하, 잘못된 판단이옵니다. 서울 가시면 아니 되옵니다. 언제 어떻게 방원이가 전하를 해칠지 아무도 모르옵니다. 통촉하시옵소서!” 신하들이 차사 박순을 죽일 것을 청하였어. “옛 친구를 또 죽여야 하다니 괴롭도다. 하늘이 대답할 것이다. 지금 너희들은 박순을 쫓아가거라. 만약 그가 용흥강을 건넜으면 그대로 보내주고 아직 건너지 못했다면 죽여도 좋다.” 그러나 이 무슨 운명이란 말인가? 박순은 돌아가던 중 그만 병이 나서 민가에 머물렀다가 겨우 강에 도달하여 배에 오르고 있었어. 결국 허리를 베이고 강가에 쓰러져 죽고 말았어. 이후 송유가 다시 갔지만 역시 목숨을 잃어 함흥차사가 계속 되었어. 이럴 때는 하늘의 힘을 빌려야 해. “전하, 이번에는 어느 땡중이 왔나이다. 그냥 죽여 버릴까요? 배운 게 없어서 그런지 이름이 무학이라고 하옵니다.” “무어라고? 무식하기로 유명한 그 무학대사(無學大師)란 말이냐? 그 분은 나의 스승님이시다. 어서 들라 해라!” 무학대사는 태조 이성계와 오랜 친구이며 스승이었어. 한양천도를 할 때도 많은 도움을 주었던 그였어. 마침내 무학대사가 이성계를 달래어 서울로 돌아오게 할 수 있었지. 함흥차사 야사는 그래서 여기서 Omega End!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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