떫은 감 과수원을 조성한지 칠년이 되었다. 곶감용 함양고종시와 덕산고종시, 대봉감을 심었는데 재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수확을 하고 있다. 재작년에 80박스 첫 수확했고, 둘째 해인 작년에는 150박스를 수확했다.
곶감 만들 원료감 전량을 구입해오다가 비록 일부나마 직접 농사지은 감으로 곶감을 만들게 되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도시에서 태어나 책상물림으로만 살아온 내가 힘든 과수농사를 지어 수확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로서는 대단한 일인데 생각보다 수확량도 많아 나도 놀랐다. 곶감을 만들고 나서도 농사지을 때 땀 흘렸던 것 생각하며 헐값에 팔지 않고 제 값을 받고 파니 재미도 두배다. 올해는 200박스까지 수확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는데 여기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내가 심은 감나무의 절반인 함양 고종시가 수고가 너무 높아 요즘 대대적으로 전정작업을 하고 있는데, 가지를 너무 많이 쳐낸 것 같아 올해 수확이 기대한대로 될지 알 수가 없다. 이러다 올해 수확이 반토막 나는 게 아닌가 슬그머니 걱정도 된다.
감나무는 품종마다 자라는 모양새가 조금씩 다르다. 덕산고종시와 대봉감나무는 가지가 옆으로도 잘 뻗어 수형잡기가 비교적 수월한데, 함양고종시는 위로만 자라는 성질이 유독 강해서 전정을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로만 자란다. 대나무처럼 자란다는 말이다. 물론 키가 큰 나무에 열매가 많이 달리긴 하지만 열매만 많으면 뭐해? 수확이 힘들면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감나무는 특히 가지가 약해서 나무위에 올라가서 감수확 하다가 낙상사고가 매년 생긴다. 나무에 올라가지 않고 사다리에 올라가서 수확하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사다리에 올라가 장대를 휘두르다 균형을 놓치고 사다리와 함께 넘어지는 사고도 잦다. 그래서 요즘은 감나무 재배할 때 키를 낮게 키운다. 나무에 올라가지 않고 사다리에도 올라가지 않고 깍짓대로 수확할 수 있는 높이로 키를 낮추어 키운다.
함양은 옛날부터 곶감 산지라 감나무가 많은데 옛날에 심은 나무는 관리를 하지 않아 대부분 아니 백프로 키 큰 고목이다. 가을이면 하늘만큼 높은 함양고종시 고목에 감이 엄청나게 열리지만 너무 높아서 수확은 불가능하다. 보기는 엄청 좋은데 그림의 떡이고 그 그림도 높은 하늘에 그린 것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농업기술센터에서 감나무 전정교육이 있다. 교육은 통상 훌륭한 교수님이 오셔서 한 시간 이론교육 하고 과수원으로 이동하여 실습교육으로 이어지는데 박수치고 나면 뭘 배웠는지 하나도 생각이 안난다. “그냥 가지 사이로 꿩이 날아갈 수 있게 잘라내면 돼~” 같이 교육받던 영감님이 코웃음 치며 했던 요말만 기억이 난다. 가지에 해가 잘 들게 하면 된다는 말이다. 근데 과수원 전정 작업은 가급적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본인이 직접 하면 아깝다고 도대체 잘라 내지를 못한다. 꿩은 커녕 참새도 못 지나가게 겨우 잘라내고는 너무 잘라냈나? 내가 너무 심했나 하고 가슴 아파하는 게 고작이다. 전정 작업은 가능하면 성질 고약한 사람에게 부탁하는 게 바람직하다. 자신에게 평소 감정이 있는 사람에게 맡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 게다가 이런 일은 완장 찬 정치인에게 맡겨도 결과가 좋다. 공천 컷오프하는 솜씨로 사정없이 잘라주면 완전 대박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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