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으로 온 나라가 정치판만큼이나 시끄러웠습니다. 매스컴에서 연일 “인공지능(AI)과 인간 최고수와의 승부”라며 대대적인 상업성의 선전에 기인한 측면도 있지만, 딥런닝된 수 천대의 컴퓨터 빅데이타로 무장한 일파고에게 막상 1:4라는 이세돌의 패배는 많은 사람들에게 섬뜩한 공포와 함께 충격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래서 인류를 대표하여 기계(알파고)와 고군분투하는 이세돌에게 인간적인 연민과 응원을 보내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인간의 과학기술이 총집결된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 한 인간과의 바둑 대결은 인간이 머지않아 필연적으로 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이 집적화한 과학 문명들, 예를 들어 우주선, 핵무기, 지능 로봇, 자동차와 같은 첨단 기기와 인간의 기능과 겨룬다면 어떤 분야에서든 인간이 이길 수는 없습니다. 설사 그런 분야가 당장은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집적화된 기계를 만들기로 마음만 먹는다면 곧 추월당할 것이 뻔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알파고 기계와 승부하면서 심리적인 압박감과 감정적인 면모를 보여준 인간 이세돌의 패배는 너무도 인간적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천문학적인 인류 정보를 데이타하여 상상을 초월하는 연산처리능력을 갖춘 컴퓨터가 있기에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알파고의 이런 성과도 구글이 영국 런던대(UCL)에서 창업한 딥마인드를 인수한 지 2년 만이며, 데미스 허사비스가 딥마인드를 창업한 지 5년 만이라고 합니다. 이미 우리 생활 주변에서 무인자동차, 인공지능로봇,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이 실현되고 있는, 이른바 ‘제4의 물결시대’가 도래하였습니다. 3차 산업혁명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기술(IT) 시대를 의미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과 로봇·스마트카·바이오헬스케어로 대변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를 의미합니다. 동시에 이제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과 함께 빅데이터를 지배하는 국가나 기업이 세상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은 머지않아 인간이 당연히 패배할 것이라고 예견하면서도 이번에는 인간 이세돌이 이기기를 바랐던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이것은 ‘사이보그 인간’이나 ‘터미네이터’ 같은 공상과학 영화에서처럼 인류가 인공지능에 지배당하거나 파멸될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미래 세계에 대한 우려보다는 인간이 기계보다는 우월하다는 것을 믿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인공지능을 악마에 비유했고, 천재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도 인공지능으로 인한 인류의 종말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하니, 과학 문명의 미래 세상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가 가져올 4차 산업혁명은 경제 전반을 넘어 정치와 사회·문화까지 기존 시스템을 통째로 바꾸는 `제4의 물결`을 이끌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인류는 이제 인공지능을 장착한 기계와 소통하고 소비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보다 편리하고 기계화된, 기계에 의존하는 삶의 패턴으로 바뀔 것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인간이 기계보다 못하다는, 가치 전도의 비인간적인 세상이 될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일부 국가나 기업이 정보와 기술을 과점하고 조작된 기계문명으로 통제한다면 더욱 불평등한 세상으로 전락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인공지능 시대가 몰고 올 제4의 물결시대에는 새로운 인간 패러다임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사람이 더욱 중심이 되는 세상, 즉 사람의 자유 의지와 꿈, 인륜과 감정이 살아 숨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인간은 인간적일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사람은 기계처럼 살아서도 안 되고, 함부로 기계와 견주어서도 안 됩니다. 인간에 대한 믿음, 인간이 꿈꾸는 가치를 저마다 가꾸어갈 때 인간은 행복할 수 있습니다. 기계는 인간을 위한 이기(利器)일 때만 정당성이 있습니다. 기계가 인간보다 위대할 수는 없습니다. 현대 철학자인 헤겔, 니이체, 하이데거는 과학문명의 세상에서 숙명적으로 맞이할 우리 인간의 정체성[실존]에 대한 화두를 우리 모두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알파고에게는 영혼이 없다. 21세기 인간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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