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 처음으로 글을 쓰게 된 게이꼬라고 합니다. 새댁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여러분과 이 자리를 공유하게 돼서 아주 기쁩니다. 제가 한국에 왔을 때, 어떤 분께서 일본에서 들어와 지금은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셨는데 지금은 완전히 한국사람이 되어서 살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몇 년 되시면 완전한 한국사람이 되는가요? 라고 물어봤더니 그 분은 20년이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세월이 대단하구나 라고 느끼던 저도 이제 한국에 온지 20년이 되었습니다. 완전한 한국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지난 20년 뒤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여러 가지의 어려움과 수난을 경험하게 되지만 그 일들 덕분에 뾰족하고 각 져있었던 내 자신이 많이 부드러워 지고 동그래졌던 것 같습니다. 저를 동그랗게 만들어줬던 그 일들 하나하나를 지금부터 소개해보겠습니다.
1996년8월21일에 일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한국의 생활을 시작하기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그 당시 한국의 첫인상은 시대를 옛날로 돌려놓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일본에서 살아왔던 시대하고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언어 때문에 의사소통이 어려웠고 입에 맞지 않는 음식문제, 식사예절 습관의 차이 등등 앞을 가로막는 현실들에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저에게 힘이 되는 일이 생겼습니다.
어느 날 제가 시장을 보러 간다고 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앞에서 무거운 가방을 메고 교복을 입은 한 학생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혼자 밖에 가는 것도, 누가 가까이 오는 것도 불안해했었습니다. 되도록 피하려고 했죠. 그래서 그때도 역시 피하려고 했는데 그 순간 그 학생이 멈춰 서서 저에게 고개를 숙이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습니다. 저는 아는 학생인지 다시 확인하려고 얼굴을 자세히 봤습니다. 그러나 역시 모르는 얼굴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너무 감동을 받았습니다. ‘유교의 나라로서 의에 대한 생각이 높고 그 의를 실천하는 나라 인가봐. 내가 그 나라에서 자식을 키우게 되다니 와~ 너무 영광스럽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뱃속에 사랑하는 아들이 무럭무럭 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외국인이라 해도 자기 자식에 대한 사랑은 똑같기 때문에 ‘나도 자기자식을 꼭 훌륭한 한국 사람으로 키워야 되겠다.’라는 큰 희망을 가졌습니다. 그 학생과의 만남은 한순간이었고 그 학생은 당연한 일을 했던 것뿐이었을지 모르지만 제게 한국은 세계의 지도자적인 나라가 되겠다는 예측을 하게 했고 자신이 희망의 나라로 왔다는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년 동안 대단한 한국의 발전이 있었습니다. 함양의 모습도 많이 변했고 저의 모습도 많이 변했습니다. 4남매의 엄마가 됐고 여러 추억의 고개를 넘어 지금은 세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얼굴엔 주름도 많아졌고 잘 하지 못하는 한국말로 뻔뻔스럽게 이야기하는 아줌마가 되었습니다. 순간순간의 변화는 잘 안 보이는데 순간이 모였던 20년의 변화는 아주 커진 것을 보았을 때 순간을 더 열심히 살아야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국의 발전도 그렇겠죠. 빨리 성장하는 것도 좋지만 방향을 잘 보고 가야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한국은 지금 세계의 관심 속에 좋은 일에도 나쁜 일에도 1등을 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이 말을 이해해본다면, 우리나라가 좋은 정신의 중심되면 꼭 세계에 좋은 기운과 좋은 영향을 주게 될 것입니다. 옛날부터 한국의 역사에서 한국은 백의의 민족이고 선의 중심이 된다고 가르쳐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은 고추는 맵다라는 속담처럼 세계를 볼 때 한국은 작지만 매운 나라일 것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요즘은 그때 만났던 학생 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합니다. 어디에 가면 만날 수 있을까요? 옛날로 돌아가야 될까요? 어떻게 하면 그런 학생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지식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알아야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애들에게는 항상 배려라는 단어를 쓸 줄만 아는 것 보다 글 쓰는 법을 몰라도 배려할 줄 아는 자가 더 훌륭한 사람이라고 키웠습니다. 이것이 맞는 이야기 인지는 모르지만 앞으로의 자녀교육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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