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가 음력 이월 초하루였다. 음력 이월은 영등 할매가 내려왔다 올라가는 달이라 바람을 몰고 오면 그해 흉년이 들고 비를 몰고 오면 풍년이든다고 했다. 초사흗날부터 차례로 영등할매 세분들이 내려왔다가 열아흗날 세 할매가 함께 하늘로 올라간다고 한다. 하늘로 올라가는 할매를 대접하기 위해 떡을 만들었으니 아이들에게는 덕분에 자주 떡을 먹을 수 있는 즐거운 달이었다.정월 한 달 동안 풍물을 치고, 줄다리기,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 등을 하며 맘껏 놀았으니 이제 이월 초하루는 한해 농사일을 준비하자는 마음으로 풍년의 날이라고도 했다. 머슴이나 일꾼들에게 술을 냈고 간단하게 풍년 굿을 하기도 했다. 이날 일꾼들은 농기구를 꺼내 망가진 것을 고치고 일 년 농사를 준비하는 때인지라 다른 일은 하지 않고 농기구 손질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여자들은 곡식을 갉아먹는 좀벌레를 없앤다는 뜻으로 오곡(쌀, 보리, 조, 콩, 기장)을 볶아 먹기도 하였다.
영등 신에 대한 의례를 치르는 것은 새봄을 개화를 촉진하는 구실과 함께 새해 봄의 시작을 뜻한다. 영등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오는 절기에 북서풍을 몰고 오는 데 계절을 변화에 순응하며 자연의 섭리를 잘 따르는 조상들의 건강함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하루 전 날 마을 방송을 통해 노모회 어르신들께서 쑥떡을 하신다고 마을 주민들은 모두 다 영등 쑥떡을 나눠먹게 회관으로 오라는 내용이 전달되었다.
오래전 어릴 적에는 집집마다 이맘때면 쑥떡을 해서 이웃과 나눠먹고 어머니나 할머니께서 부엌에 정화수를 떠놓고 소지(소원지)을 태워 올리는 모습을 흔하게 보고 자랐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마을회관 등에 모여 같이 쑥떡을 해먹는 모습만 간간이 볼 수 있게 되었다.
방송을 듣고 나서 다음 날 잊지 않고 회관에 들렀더니 한바탕 노래잔치를 벌이며 흥을 돋우시고 나서는 쑥떡을 콩고물에 묻혀 맛있게 나눠드셨다.
전에는 많이 자라 억세어진 쑥을 뜯어 말렸다가 삶아 떡을 했는데 지금은 어린 쑥을 데쳐 얼려두었다가 사용하신다니 어릴 적 떡 맛과는 달랐지만 이렇게라도 영등 쑥떡을 맛볼 수 있는 것만도 감사드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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