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53호, 진도라는 섬의 특수성 때문에 혈통이 고정되어 온 민족 고유의 토종견이 진돗개이다. 여기서 진돗개의 체형이나 성품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진돗개의 교잡화나 퇴화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진돗개의 근간을 흔들고 그 존립마저 위협하고 있다. 교잡하여 사냥개니, 싸움개니 하면서 돈벌이 정도로 생각하는 개꾼으로 인하여 참다운 진돗개를 찾기가 어려운 작금(昨今)의 현실이 되었다. 진도에 진돗개가 없다는 말이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 진돗개의 순종 여부를 가릴 수 있는 팁을 드린다면 1. 눈-다갈색이지만 햇빛에 빛나는 붉은색이 좋은 진돗개이며, 안형은 둥근 듯 눈꼬리만 찢어져 대추씨를 눕혀 놓은 것과 같은 모양이다. 중국개는 눈꼬리가 아래로 쳐지며, 일본개는 눈모양이 삼각형이다. 교잡종은 검은색의 눈을 가진다. 2. 얼굴-팔각형이며, 뺨에 갈퀴털이 발달되어 있다. 어느 시점인가 잡종이 판을 치던 때에 역삼각형이라는 말을 만들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갈퀴털이 없는 잡견을 진돗개로 둔갑시킨 작태라고 할 수 있겠다. 3. 자세-정중하게 서며, 경박하게 고개를 쳐들고 흔들지 않는다. 또한 뒷다리를 뒤로 뻗지 않는다. 일본견들은 경박스러우며 뒷다리를 뒤로 뻗고 고개를 쳐든다. 4. 털은 중장모이며 2중 또는 3중이다. 등털은 몸통보다 더 길며, 꼬리는 등털보다 더 길다. 대부분 잡종들은 꼬리가 가늘고 꼬리털이 짧다. 백구는 완전히 희지 않다. 황구는 탁하지 않은 밝은 보리색이다. 5. 귀는 삼각형이나 귀끝이 뾰족하지 않다. 앞으로 숙인 듯 하며 검은털이 박혀 있다. 6. 체형은 통골형, 각골형, 후두형이 있지만 늘어지지 않는다. 가늘고 늘어진 개는 퇴화이거나 혼합된 견이다. 이 외에도 전문가들은 여러 세밀한 부분도 파악할 수 있으나 일반인들은 이 정도만 해도 분간해내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왜 순종 진돗개여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진돗개만의 고유한 성품과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지면상 귀소성, 청결성, 충성심, 용맹성에 대한 상세 내용은 생력하고 필자가 경험한 바를 기술해가려 한다. 네눈박이 태풍이는 용맹하여 싸움에서 절대 물러서진 않는 명견이었다. 주인을 경호하는 충성심이 유별하였다. 누군가 필자를 위협하거나 공격하는 시늉만 하여도 앞에 나서서 방어를 한다. 실제 방송에서도 피디가 신문지를 말아 주인을 때리는 시늉만 하였는데도 물러서지 않고 짖어대며 신문지 몽둥이를 뺏어서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인천에서 목회를 하고 있을 때 앞 건물 할아버지가 교회를 극심하게 핍박하고 예배를 방해하는 일이 많았다. 하루는 계단에서 목사를 공박하며 소리를 지르시는데 태풍이가 나서서 짖으며 위협을 하니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언제나 내편이었던 태풍이도 세월 앞에 추억의 견이 되었다. 지금 내 곁에는 비상이라는 블랙탄 진돗개(네눈박이)가 있다. 지난 겨울 용추계곡에서 은신골 등산을 한 적이 있다. 2시간 가량 산을 올랐는데 비상이가 어디론가 달려가더니 오지 않는다. 하산하여 차에서 2시간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 집으로 오고 말았다. 혹시나 하여 다음날 그곳에 다시 가 보았다. 주차하여 비상이를 내려둔 그곳에 이르러 경적을 울리니 비상이가 달려 나오는 것이 아닌가! 섣불리 나서지 않고, 방황하지 않고 기다려 준 비상이가 비상스러워 보였다. 산행가운데 비상이를 명견으로 인정하고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명건 비상이는, 길을 연다-앞서서 이리저리 다니면서 길을 연다. 확보한다. 확인한다. 돌아본다-주인이 더디오면 돌아보며 기다리거나 돌아와서 같이 간다. 부르면 즉시 온다-자기 일을 중단하고 쏜살같이 달려온다. 기다린다-주인이 앉으면 옆에 앉아 같이 쉰다. 보채지 않는다-주인이 가면 가고, 서면 선다. 사랑해달라고 보채지 않는다. 주인의 상을 넘보지 않는다-밥을 다 먹을 때가지 기다릴 뿐, 군침 흘리지도 않고 예의를 지킨다. 주인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지나쳐 갈 때 부딪치거나 스치는 일이 없다. 발을 밟지 않는다. 심지어 주인의 신발을 밟는 일도 없다. 주인의 아픔에 동참한다-넘어지면 즉시 달려와서 어쩔줄 몰라 한다. 책망하면 즉시 반응한다-야단치면 고개숙이고 복종한다. 고집부리지 않는다. 회수가 잘 된다-복귀시 즉시 차에 탄다. 하나님이 주신 진돗개에게 배우며, 부끄러워하며, 생각하며, 다짐도 한다. 하나님의 충직한 종으로서 어울리는지 나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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