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동네 대보름 행사를 했어요. 저희 마을은 세종대왕 열두번째 왕자 한남군이 귀향을 와 살다 돌아가신 곳인데 역사와 전통이 있는 마을을 이어간다는 이장님의 말씀처럼 대보름 행사도 전통을 이어가고 있답니다. 통나무와 소나무, 대나무 등을 쌓아두고 불을 당겨 태우는 달집태우기 행사인데 액운을 물리치고 소원을 빈다고 하네요. 저도 소원을 빌었답니다. 액운은 지난해 10년 가까이 모시던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아마도 그게 가장 큰 액운이 아닌가싶네요. 시아버지께서 가시면서 우리들 남은 액운도 함께 가져가셨을 거라고 믿는답니다. 정월대보름날 동네분들이 모여 윷놀이도 하고 상품도 걸어두고 등수도 매기는 놀이를 하는데요 네팔에서 오신 친정엄마도 재미있게 함께 놀고 음식으로는 회와 닭고기를 나눠 먹었답니다. 10개월 된 아기 민소도 이제 아장아장 걸어 다니고 큰아이 민준(6세)이 아기를 잘 돌봐주고 오빠답게 의젓하네요. 며칠 사이에 날씨는 따뜻하고 아지랑이가 아른거리는 저쪽 강변 너머엔 쑥이 고개를 내미는 봄이 다가온 것 같아요. 다리 아래 강물엔 피라미 물고기가 노닐고, 아기 데리고 산책 다니기가 좋답니다. 고향 네팔에도 큰 강물이 있고, 경치가 좋은데 저희 한남마을에도 강물과 산, 들판이 있어 경치가 참 좋아요. 이렇게 따뜻한 햇살에 강물과 풍경을 보며 거닐고 있으니 항상 봄날 같기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겨울엔 지독히도 춥고, 아기는 독감에 폐렴으로 병원에 1주일 입원도 했거든요. 겨울이면 연료비와 전기세를 비롯해 여러 가지로 힘든 것 같아요. 이제 봄이 되었지만~ 이 여유로움도 잠시... 따뜻한 봄 내음의 산책도 잠시겠지요. 조금 있으면 농사 준비에 또 바쁜 일상이 다가올 텐데 올해는 엄마가 함께 해서 그나마 의지가 많이 될것 같아요. 네팔에는 한국보다 조금 더 따뜻하여 지금쯤 소를 이용한 밭갈이를 하고 감자 심을 준비 중에 있을 것 같네요. 저희도 올해는 감자도 심고 옥수수도 심고 고추도 심고 한국에는 없는 특이한 작물을 비롯, 심을 작물이 많답니다. 농사일은 어디서나 힘든 것 같아요. 힘들지만 또 열심히... 해 보려구요. 힘든 끝에 낙이 온다잖아요. 소망이 있다면 희망의 시선 저 멀리... 우리 가족의 시선이 한곳을 보고 달려가면 좋겠어요. 봄이 되었지만 살면서 서운한 것들은 앙금이 되어 남아 풀리지 않는 것도 있을테지요. 한국에서의 소망이 언젠가부터 아기 잘 키우고 가정 잘 가꾸고... 이러다 애초의 소망은 잊어 버리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주간함양 독자님 가정에도 봄이 오고 따뜻함이 오는 것처럼 가정 내 아지랑이가 함께하는 따뜻함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네팔댁 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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