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십수년간 신문쟁이로 일하고 있지만 독자들이 큼직한 제목만 보고 기사를 휘휘 넘겨본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내가 쓴 기사, 아니 기자들이 쓴 기사를 꼼꼼하게 읽어봐 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바쁜 요즘, 신문을 훑어봐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고백하자면 나 또한 1면에 실린 기사 제목으로 기사 내용을 파악하고 지면마다 톱기사 제목만 보고 관심있는 기사만 선별해 읽는다. 요즘 가장 큰 화두는 북핵문제와 국회의원선거라 할 것이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서는 아직 선거판이 제대로 펼쳐지기 전이니 지역주민들은 신문기사를 통해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을 것이다. 함양군은 거창, 함양, 산청 또는 합천을 포함한 선거구획으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와중에 얼마 전 거창에 본사를 둔 C신문사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가 정가를 흔들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오는 4월13일 총선에서 거·함·산에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한 신성범(국회의원)과 강석진(최경환 전 원내대표 비서실장) 예비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강석진 54%, 신성범 28.9%로 나왔다고 보도했다. C신문사는 이 내용이 실린 신문은 함양 전역에 배포했다.게다가 함양에서 발행된 H주간지에서는 C신문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베끼다시피 하여 지면에 게재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함양군민들은 이 여론조사 결과가 실린 기사내용을 제대로 읽었는지 염려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C와 H신문을 본 독자들은 대부분 “신성범 보다 강석진이 인기가 많구만”하고 인식하게 될 것이다. 기사제목만 본다면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생길 사안이다. 선거여론조사는 선관위에서도 조작, 왜곡이 의심되는 바가 많아 특별조사를 진행하는 곳이 허다하다. 본사에서도 선거여론조사 선거여론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작위 전화통화로 진행되는 여론조사방법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편집회의 결과에 따라 현재 선거관련 기사는 취재 또는 인터뷰 형식을 취하고 있다.C신문사에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이데일리 리서치는 C신문사의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다. 여론조사는 거창·함양·산청군 지역 거주 19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2월14일 인구비례 무작위 추출에 의한 유선전화 무작위 임의걸기 방법을 통해 조사대상 DB를 추출했으며 유선전화ARS 전화조사로 진행됐다. 하지만 결과치를 유출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20~30대를 구분하지 않고 조사를 진행한 것은 응답결과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특히 응답자 특성에서 남성 602명과 여성 298명으로 여성 목표 할당 471명에 부족하여 가중값 1.58로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난 표심 왜곡 가능성 있다고 보여진다. 특히 응답률이 6.0%로 나머지 응답하지 않은 94% 절대다수의 생각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미국 등의 선진 언론에서는 30% 미만인 여론조사 결과는 보도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미미한 응답률에서 나온 그 결과값이 지역의 여론을 대변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언론의 자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언론을 권력으로 착각하거나 권력에 편입하기 위해 선거 때만 되면 고개를 더는 언론사가 생긴다면 이는 태생적 오류를 껴안게 될 것이다. 요즘 독자들이 언론을 100%로 신뢰하고 있는가? 독자들은 점점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언론에 종사하는 본인으로써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이러한 결과는 언론사 스스로가 자초한 것은 아닌지 되물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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