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나고 설이다. 이때가 되면 지난 한해에 대한 반성과 새해에 해야 할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시기이다.
어려운 경제 환경에 올해는 좀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 속에 새해를 맞이하지만 직장, 사업, 농사 이중 어느 것 하나 보장된 것은 없다. 삶 자체가 미생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된다.
미생마는 바둑에서 아직 완전히 살아 있는 모양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노력여하에 따라 살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바둑의 기원은 요순시대 지혜로움을 기르기 위해 만들어 졌다는 설이 있고 선비가 갖추어야할 요소인 금서기화(琴書棋畵)에도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면 바둑이 인격도야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바둑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위오득(圍五得)이 있다. 우호(友好), 심오(心悟), 인화(人和), 천수(天壽), 교훈(敎訓)으로 바둑을 통해 좋은 친구를 얻을 수 있고 삶의 오묘한 이치를 깨닫게 되고 서로 화합할 수 있으며 천수를 누릴 수 있으며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둑은 두뇌 운동으로서 집중력을 높여주고 논리적인 사고를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니 수신(修身)하는데 이만한 소재가 없을 듯하다.
노사초배 전국아마바둑대회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때 천재 국수로 명성을 드날렸던 우리고장 지곡면 개평출신 사초 노석영(史楚 盧碩泳)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바둑 동호인 친목과 저변을 확대하고 우리고장에서 바둑 영재가 나와 옛 영광을 찾을 것을 기대하면서 매년 개최하고 있는 문화행사다. 이 대회가 작년 10월10일로 8회째 대회를 치루었다. 6~7천만원의 적은 경비로 1000여명을 불러 모아 전국적인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이 놀랍기도 한 일이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간당간당하게 그 맥을 이어왔다.
우리의 자긍심을 높이고 훌륭한 정신문화 전통을 이어갈 이 대회가 금년도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되어 존폐 위기에 놓인 미생 상태다. 실망감과 함께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일년 군 살림을 살기 위해 예산을 적합하게 쓰일 수 있도록 배정하고 심의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고심과 노력을 했을 줄 안다.
그러나 먹고 사는 일 아니라고 노사초배 전국아마바둑대회가 후순위로 밀려 예산 편성이 되지 않았다면 참으로 우려되는 일이다. 정신문화가 융성하지 못한 고장은 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행복한 고장이 될 수도 없다.
21세기의 성장 지향점은 문화와 관련된 산업이라고 한다.바둑자체로 보면 보편화 되어 있지만 우리고장은 선대에 걸출한 바둑계 큰 별을 배출한 고장이므로 바둑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바둑은 언어 소통이 되지 않아도 세계와 소통할 수 있고 오는 3월 서울에서 구글의 인공지능컴퓨터와 세계 최강 이세돌 구단의 바둑 대결이 세계인의 높은 관심 속에 열릴 예정이다. 이렇듯 바둑 지평은 점점 넓어 질 것이다.우리의 큰 자산을 사장시켜서는 안된다. 어떠한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이 대회를 살려 내야 하고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전국 1000만 바둑 인구의 관심과 호응을 받게 되면 우리군의 홍보 효과는 물론 위상이 크게 높아지리라 생각된다.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이 미생마를 살리기 위해 우리 모두 마음과 역량을 결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바둑격언에 불이소이방원략(不以小利妨遠略)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이익 때문에 원대한 계획에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많지 않은 예산 절감을 위해 이 자랑스러운 바둑대회의 맥을 끊는 우(愚)를 범하는 패착(敗着)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 고장에서 세계를 제패 할 바둑 영웅의 출현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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