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학교도 못 다니고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어릴 때 하지 못한 공부가 한(恨)으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돈이 없어 공부하지 못하는 인재들을 지원해야 되겠다는 작은 소원이 생겼습니다. 그 한을 이번에 풀 수 있었습니다.” 김종효(77)·정정엽(74) 부부. 휴천 산골의 노부부가 최근 1억 원이라는 거금을 함양군장학회에 기탁했다. 함양에 연고가 전혀 없는 부부가 함양, 그중에서도 산골로 들어와 지역의 후학양성을 위해 1억 원을 선뜻 기부한 사연을 들여다봤다. 이번에 부부가 기탁한 1억 원은 정정엽 할머니가 평생을 모은 돈이다. 예전 부산에 살 때 마련했던 자그마한 아파트를 이번에 처분했고, 그 모든 것을 평생 꿈꿨던 아름다운 사회를 위해 기부했다. 부부는 “내 자식이 부모가 좋은 일 한다는데 반대할 수도 없습니다. 작은 것이라도 나누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입니까.”라고 말했다. 부부는 기탁할 만한 곳을 찾다 함양군장학회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꺼이 장학회에 기탁하게 되었다. 부부는 “‘생로병사’, 나이 들면 병들고 죽는 것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살아있을 때 있는 돈을 기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0년 동안 함양에서 살았고 이왕 기부를 할 바에야 인연이 닿은 함양을 위해 기부하자고 우리 부부가 뜻을 같이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약 10년 전, 법화산 아래 휴천면 문정리 도정마을로 이사 온 김종효씨 부부. 연고조차 없는 산골에 터전을 마련한 것에 대해 “예전 견불사에서 영혼제를 지낸다고 해서 왔다가 도정마을이 경치도 좋고 공기도 맑아 빈집을 사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우연한 기회에 도정마을에 들어와 터전을 꾸린 부부는 그렇게 함양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 장학금 기탁은 이들 부부에게도 뜻 깊은 일이다. “아내는 돈 10원도 허투루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내어 놓을 때는 큰돈이라도 아낌없이 내놓습니다.”라며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칭찬했다. 김종효 할아버지는 “우리나라는 기부문화가 상당히 뒤떨어져 있습니다. 테레사 수녀가 ‘가난할수록 남을 사랑할 줄 안다’라고 했고, 세브란스 병원 설립자는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라고 했습니다. 또 중국의 유명한 스님은 ‘어리석은 자는 자기 이익만 챙기고, 지혜로운 자는 남을 위해 헌신한다.’라고 했습니다. 그 만큼 남을 먼저 위하는 것은 자기에게 더 큰 기쁨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라며 나누는 삶의 즐거움을 이야기했다. 부부가 살고 있는 도정마을은 1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산골마을이다. 법화산 아래 가장 높은 곳에 형성된 마을은 자연마을로 겨울 추위에 꽁꽁 언 상수도, 그리고 마을회관 조차 없었다. 부부는 마을로 들어온 이후 군수와 군 관계자들을 쫓아다니며 마을 지하수를 통한 마을 상수도가 만들어지고, 쉼터인 마을회관도 멋지게 만들어졌다. 그는 “마을 공동소유 땅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등기부를 다 떼어보니 5명의 공동명의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 2명이 이미 사망해 후손들 등 모두 26명을 찾아가 상속을 받기 위한 동의를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 부지를 팔아 마을회관이 들어설 부지를 마련하고 번듯한 마을회관이 들어섰습니다.”라고 자랑했다. “70이 다되어서 이곳 도정마을에 들어왔는데, 제가 여기 살았다는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었습니다.” 외지에서 들어온 노부부지만 마을일에도 앞장서면서 살아가고 있다. 부부는 “살아있을 남을 위해 베풀고 이해해야 합니다. 여기 살아보니 많은 돈이 들지 않습니다. 작은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경치도 좋고 공기도 좋고...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지역사회를 위해 노력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을을 위한 작은 선행에서 통 큰 기부까지 이 부부는 마을 분들과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고 있다. 끝으로 김종효 정정엽 부부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내어 어려운 이웃들을 도왔으면 합니다. 듣고 마음에 새기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해 놓고 나면 마음이 참 좋습니다.”라고 미소 지었다. 이제는 함양 사람이 된 노부부의 아낌없는 사랑이 세밑 온정이 가득한 함양을 만들었다.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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