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함양의 특산물 중의 하나가 곶감이다. 몇 년 전 천안에 살고 있을 때 함양곶감을 먹어보았는데 정말 맛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건네 준 상주곶감이나 산청곶감과 비교하며 먹었는데 결코 뒤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나았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함양곶감을 권하기도 하였다. 이제 다시 고향 함양으로 돌아와서 서하면 은행마을에 2년간 살았는데 이 지역은 정말로 곶감을 많이 생산하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니 곶감 철이 되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분주했다. 새벽에 일찍 컨테이너를 트럭에 싣고 감을 따러 출발하였다. 청도 반시를 따러 청도로, 단성시감을 따러 고성으로 가기도 하고 일부는 김천으로 가기도 한다고 들었다. 감을 따 와서는 선별을 하고 자동 박피기로 작업을 하는데 감 덕장마다 밤늦도록 불빛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필자도 작년에 처음으로 감을 따러 청도까지 두 번 따라 갔었다. 새벽 5시에 출발하여 2시간을 달려가 감을 싣고 돌아오면 밤이었다. 작년 늦가을은 유난히 비가 자주오고 흐린 날이 지속되어 곶감 생산하는 농가들이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나도 늘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던 “함양명품곶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인의 소개로 안의에 있는 감을 따러 갔는데 그 일이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서 따는 일이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오전 내내 땄는데 컨테이너박스에 5박스밖에 따지 못했다. 집으로 가져와 아내와 아들, 그리고 딸 둘 모두 5명이 부푼 꿈을 안고 감을 깎아서 달았다. 깎는 것도 쉽지 않았고 고리에 끼워 고리와 고리를 끼우는 것도 힘들었다. 처음에는 재미있다고 고리를 끼우던 아들은 손가락이 아파서 못하겠다고 해서 직접 해 보니까 장난이 아니었다. 고진감래라 했던가? 그래도 온 가족이 수고해서 감을 다 깎아서 죽 걸어놓으니 그럴싸하였다. 흐뭇해서 핸드폰으로 사진까지 찍어서 카카오톡에도 올렸다. 이제 맛있는 멋진 함양명품곶감이 탄생하리라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것이 웬 일인가? 며칠 지나자 곰팡이가 조금씩 피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곰팡이가 감 전체를 덮어 버렸다. 햇볕을 씌게 하고 선풍기를 틀고 제습기를 틀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결국은 800개나 되는 감을 모두 갖다 버렸다. 다행인 것은 많은 양을 시도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면서 감 깎는 일을 도와주러 갔던 인근에 있는 곶감 덕장이 생각났다. 그 농장 주인은 덕장을 새로 짓고 있는데 기존에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덕장과 구조가 달라서 물어 보았더니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지금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날씨의 변동이 심하므로 자연적인 현상을 이용해 곶감을 만들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하였다. 자기가 곶감을 만들어 보니까 최고의 문제는 습기라고 하였다. 그래서 최대한 습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덕장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다음으로는 습기가 생겼을 경우 빨리 제거해 줄 수 있는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바닥에 난방장치를 하고 장판을 깔지 않았으며, 창을 이층으로 내되 위에는 미닫이, 밑에는 여닫이 창문으로 달았다고 한다. 그리고 환풍기도 위에만 단 것이 아니라 바닥에도 달아 밑에 있는 습기를 빨아낼 수 있도록 설치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바람이 필요할 경우에 덕장 전체에 바람이 갈 수 있도록 대형 선풍기를 천정에 2개를 달았다고 하였다. 곶감을 생산하기 위해 저렇게 많이 생각하고, 저렇게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데 나는 그냥 감을 깎아서 우리가 생활하는 방에 걸어 놓았으니 한 개도 성한 것이 없이 모두 실패한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곶감 그냥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농민들의 마음과 땀이 들어 있습니다. 때로는 잠 못 이루며 애타하는 그 안타까운 심정이, 때로는 눈물이 그 고와 보이는 발그스레한 곶감 빛깔에 고스란히 젖어들어 있습니다. 맛있는 함양곶감을 먹으면서 그 농부들의 마음도 같이 깊이 음미하면서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집 마당에 있는 감나무 밑에 버려져 있는 곰팡이 핀 곶감을 바라볼 때마다 그것들이 저에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네가 곶감을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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