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림은 함양지역민들의 마음의 안식을 주는 곳이다. 치수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공 숲 상림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함양 군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해 왔다. 천년 숲 상림은 늘 언제나 군민들 곁에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자연환경 변화 등으로 인해 꾸준하게 숲의 규모가 줄어들어 언젠가는 숲 자체가 사라질 지도 모른다. 이제는 천년 전 최치원 선생이 만들었던 대관림의 모습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으며, 점점 규모가 축소되어 공원으로서 기능만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상림은 개발과 보존이라는 양 갈래 운명 속에서 서 왔으며, 늘 개발이라는 대명제에 의해 파괴되어 왔다. 이제는 100년 대계를 세워 상림을 현재의 모습이 아닌 과거 대관림의 모습으로 물려 줘야 한다. 지난 1월19일 열렸던 ‘상림 생육환경 실태조사용역 최종보고회가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 상림의 무조건적인 보전이 아닌 미래 지향적인 계획을 세워 상림을 관리해야 할 것이다.△상림의 과거와 현재상림이 언론에 처음으로 소개된 것은 동아일보 1926년 8월19일자 기획기사에서다. 이 기사를 살펴보면 ‘往昔新羅名士崔孤雲先生(왕석신라명사최고운선생)께서 本郡(본군)에 在任(재임)할시 수해(水害)를 防止(방지)키 위하여 식수(植樹)한 바인데 四百餘種(사백여종)의 樹木(수목)이 있어 植物學上(식물학상)에 好材料(호재료)가 될 뿐 아니라 處處(처처)에 林立(임립)한 巨木老樹(거목로수)가 十里(십리)에 亘(긍)하여 渭水(위수)를 前歒(전적)으로 長堤(장제)에 當臨(당림)하였으니 春(춘)의 花(화)와 夏(하)의 濃陰(농음)과 秋(추)의 丹楓(단풍)은 실로 別區勝景(별구승경)이라 賞歎(상탄)치 않을 수 없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과거의 상림은 400여종의 수목들이 울창한 수림을 형성한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는 과거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게 됐다.함양 상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으로 지난 1962년 12월3일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되었다. 면적은 21h로 1.6km로 길게 뻗어있으며 폭이 80~200m로 신라 진성여왕 당시 고운 최치원 선생이 함양태수로 부임해 조성한 숲이다. 당시에는 지금의 위천이 함양읍 중앙을 흐르고 있어 홍수의 피해가 심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치원 선생이 둑을 쌓아 강물을 지금의 위치로 돌리고 강변에 둑을 쌓고 그 둑을 따라 나무를 심어서 지금까지 이어오는 숲을 조성하였다. 당시에는 이 숲을 대관림(大館林)이라고 이름 지어 잘 보호하였으므로 홍수의 피해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그 후 중간부분이 파괴되어 지금같이 상림과 하림으로 갈라졌으며, 하림구간은 취락의 형성으로 훼손되어 몇 그루의 나무가 서 있어 그 흔적만 남아있고 옛날 그대로의 숲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상림만이 남아있다.△상림 생육환경 실태조사용역상림 생육환경 실태조사용역 최종보고회는 상림을 무조건적인 보호만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대안을 찾기 위해서다. 현재 상림을 보기위해 매년 수백만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 관광객 유치는 물론 상림을 꾸준하게 관람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다. 용역을 맡은 업체에서는 현행과 같이 상림의 보존과 개발 사이에서 정확한 정책 수립이 되지 않을 경우 상림의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이정환 대표는 “현재의 이용·보전관리 방법은 상림의 미래 100년 담보가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의 상림을 그대로 둘 경우 천연기념물의 가치를 상실할 수도 있다”라고 표현했다. 참석한 자문위원들도 100년 앞을 내다보고 관리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워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용역보고회에서 나온 대안들을 통해 상림의 미래 100년 청사진을 구축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림의 나무가 병들고 있다현재 알려진 상림에서 자라는 나무가 2만여 그루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3515그루에 그쳤다. 이는 직경 6cm 이상을 전수 조사한 결과로 실제 알려진 것과 너무나 큰 차이를 보였다. 상림의 300여종 식물 중 대표 총 45종 3515그루가 상림 내부에서 생육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상림에서 가장 많은 수종은 개서어나무이며 다음으로 졸참나무, 느티나무가 교목층(높이가 8m 이상인 나무)을 이루고 있다. 아교목층(중간큰키나무)으로는 상수리나무와 때죽나무, 팽나무, 갈참나무, 이팝나무 등이 주를 이뤘다. 현재 개서어나무와 굴참나무, 느티나무 군락으로 알려져 있는 상림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교목층이 쇠퇴한 이후 자리를 잡을 아교목층 군락으로 바뀔 우려도 있다. 상수리나무 등이 교목층으로 자리 잡으면 상림숲의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무의 직경은 4~5cm(896그루/25.5%)인 경우가 가장 많았고, 6~10cm(760/21.6%), 16~20cm(609/17.3%), 11~15cm(603/17%), 1~25cm(359/10.2%), 26~30cm(164/4.6%) 순이었으며, 30cm 이상 나무는 124그루(3.5%)였다. 이 중에서 40cm 이상 거대목은 23그루에 그쳤다. 상림숲을 둘러싼 생육환경 변화와 맞물려 고사목이 75그루이고, 줄기나 가지뿌리에 맹아(움·나무에 돋는 싹)가 발생하는 경우가 56.4%(1982그루)에 달하며, 나뭇가지가 말라죽는 현상(고사지)이나 뿌리노출, 혹병, 가지마름병, 병해충발병 등이 상당하게 나타났다. △상림숲이 1000년을 가려면상림의 쇠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후계목 육성을 꼽았다. 상림 내에서 자연적으로 발아하는 묘목을 채취해 묘포장에서 키운 후 고사목을 대신해 심는 것이다. ‘나무 한그루를 베면 후계목 5그루를 심는다.’라는 원칙을 세워야 상림을 복원 재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연꽃단지가 생육환경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서는 상림과 연꽃단지와의 완충지대를 만드는 것도 주문했다. 현재의 연꽃단지에 약 10~15m 규모의 완충지대를 만들어 이곳에 상림 수종의 나무를 심어 상림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아울러 상수원구역과 역사인물공원, 상부의 물레방아 설치 구역 일대의 장기적인 복원, 상림 중간 숲을 가로지르는 도로의 차량 통행제한 등 많은 여건이 뒤따라야 상림을 보존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숲의 가장자리 부근으로 자라있는 생울타리를 제거해 숲 내외부의 통기기능을 강화해 숲의 건강성을 회복해야 한다. 또 세분화된 산책로를 조정하고 출입구 등을 제한할 수 있는 목재울타리 펜스의 설치도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현재 상림숲을 종단하고 있는 도로로 인해 인근 나무들이 고사하고 있는 상황으로 도로의 폐쇄 후 복원도 논의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상림이 미래 100년을 내다보기 위해서는 △개체목 관리 △휴식년제 도입 △출입구 최소 개수로 제한 △대체 숲(완충 수림대) 조성 △고사목 존치 △후계림 육성 △낙엽층 제거 활동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상림 100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상림의 미래 100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관리방향의 기본원칙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꼽혔다. 상림의 정체성 즉 공원화를 통한 관광 측면이냐, 아니면 천연기념물로 확실한 관리방안을 정해 나가느냐, 아니면 이 둘을 조화롭게 설정하느냐 등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상림의 현명한 이용방안을 마련하고, 문화재청과 군, 그리고 군민의 공조를 통해 상림의 지속가능한 보존을 이끌어내야 한다.숲 재생을 위한 중・장기 프로그램을 통한 보전관리 정책을 수립해 안정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지속적인 상림숲의 보전을 위해서는 수익자부담원칙, 즉 이용료 등의 적극적인 부과를 통해 상림숲을 문화재로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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