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간 약초를 판매해온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뒤를 이은 딸. 부녀가 만들어가는 함양의 약초 이야기. 안의약초시장에서 8년간 약초를 판매하고 있는 송미향 생약수집소 대표. 약초가 나지 않아 비교적 한가한 한겨울인데도 이곳 생약수집소는 계속해서 주문 전화가 걸려왔다.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온 가게의 명성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아버지 송성실씨가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함양의 약초를 지켜왔다. 이미 유명한 약초꾼의 아버지의 뒤를 이어 8년 전 딸 미향씨가 도시생활을 접고 가업을 이었다. “약초는 알면 알수록 재미있습니다.” 약초를 만지고 판매한지도 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은 미향씨. “책도 보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아버지께 물어보고, 계속해서 공부합니다.” 약초집의 딸로 태어나 부유하지는 않지만 남부럽지 않은 유년 시절을 보낸 그녀의 곁에는 항상 약초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약초에 관심이 없었다. “봄이면 마당에는 취나물이 산을 이뤘습니다. 항상 약초와 가까이했지만 고사리나 도라지 등 먹는 것 말고는 아는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골 여느 아이와 같이 대학을 가면서 자연스럽게 집을 떠나 타지 생활을 하게 됐다. 그리고 8년 전 오랜 도시생활을 접고 고향 안의로 들어와 아버지 그늘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많이 힘들었던 시절이었고, 지금은 너무나 행복합니다.”
처음에는 아버지 일을 도와준다는 마음이었다. 택배가 생활화되면서 배송일과 전화 응대가 그녀가 맡은 일이었다. 배송은 문제가 없었지만 전화응대에서 문제가 생겼다. “판매를 위해서는 알지도 못하는 약초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했습니다. 아버지께 물어보는 것도 한계가 있고, 아버지가 계시지 않으면 아예 응대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 후 그녀의 약초공부가 시작됐다.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 등 옛 문헌을 보면서 약초에 대한 공부와 가장 훌륭한 스승인 아버지로부터 틈나는 대로 배워나갔다. 거창대학에서도 약초학과를 나오는 등 열정적으로 약초 공부에 매달렸다. “저는 남들이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것도 눈과 귀, 코만 열어 놓으면 쉽게 익힐 수 있었습니다. 항상 옆에 있는 약초와 훌륭한 스승까지 계셨으니까요”
동의보감 한의학서에는 1400여종 약초들의 쓰임새가 기록되어 있다. 쓰임새는 물론 사람의 체질에 맞춘 처방까지 달라 약초를 공부하는 것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녀는 약용식물관리사, 발효효소관리사, 보건식품처방사, 약용식물자원탐색지도사 등 약초와 관련된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했다. 생약수집소에서는 100여 가지의 약초를 취급한다. 대부분이 남녀노소 모두가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상품약재들이다. 약초를 사는 사람에게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설명해 줘야 한다. 현재 약초를 수집하는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도맡고, 그녀는 아버지의 물건을 떼어와 판매한다.
“저는 월급을 받으며 직원으로 일하는 거예요.” 약초를 전문적으로 취급해야 하는 약초상은 해박한 지식이 없는 한 판매 직원을 두기도 어렵다. 또 그 만큼 약초에 대한 애착이 있어야만 판매가 가능하다.
이제는 약초 전문가가 된 그녀. 그녀가 쏟아내는 약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매일 보고 만지는 것이 약재인데 자다가도 약재에 대해 물어보면 말이 튀어 나옵니다” 이용부위에 따라서도 약성이 다르며 약초마다 법제 방법도 모두 다르다. 또 약초도 모두 스토리가 있다. 그녀의 입에서는 쉼 없이 약초 이야기가 쏟아졌다.
최근 생약수집소에는 한과가 대박을 치고 있다. 많이 달지 않으면서도 고소함이 가득 풍기는 한과는 없어서 못 팔 정도. 그녀의 어머니가 손재주가 좋아 약초를 사가는 사람들에게 직접 만든 한과를 선물로 주곤 했는데, 이후 소문이 나면서 판매 요청이 쇄도해 일반인에게 판매를 하게 됐다. 그녀는 조만간 깔끔한 한과 생산 공장을 만들어 보다 위생적이고 깨끗한 한과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약초의 60~70%는 함양산이며 나머지 30% 정도가 외지에서 들어온다. 약초의 생육 조건이 기후나 토질마다 달라 함양지역에서 나지 않는 것들도 있어 외지에서 가져온다. “약초하면 예전부터 함양에서 나는 것을 최고로 쳤다고 합니다. 기온차가 크고 향이 짙어 예전부터 서울로 올라가면 타 지역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곳 생약수집소를 찾으면 비교적 싼 가격에 최상의 물건을 만날 수 있다. 약초의 산지라 아무래도 싼 것도 있지만 인터넷 등에서 볼 수 없는 덤도 한가득 안겨주기 때문이다.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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