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했어요. 새해에 김장을 담그는 집이 우리 집 말고 또 있을까요? 조금 늦은 김장이지만 날씨가 따뜻하여 배추밭의 배추는 여직 싱싱하더라구요.
감 깎는 일을 이제 이틀만 더 하면 마감인데... 그토록 늦은 감 깎기 작업이 또 김장하느라고 하루 미뤄지게 생겼네요. 사는 게 다 그런걸까요? 뭔가를 하려고 하면 꼭 어디선가 일이 꼬이고 지체되고. 그래서 만사 제쳐두고 김장을 했는데 올해는 저희 집 가족들끼리 김치 담그는 일을 했답니다.
항상 동네 할머니들이 도와주시곤 했는데 올해는 너무 늦은 탓에 김장하는지조차 모르시는 듯 한분도 오시질 않아서 남편과 남동생 그리고 어린 아들 민준(5세)까지 합세하여 김장을 하였답니다.
배추김치, 무김치, 동치미, 백김치, 김치 종류도 참 많네요.한국에 처음 와서 젤 먼저 배운 게 김치담그기였는데 아직도 여전히 어렵기만하고 그 양념에 들어갈 이름도 다 외우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네요. 육수를 내려고 가마솥에 멸치를 넣고 표고버섯 다시마 무 몸에 좋다는 구지뽕 원두충 등의 나무들도 넣고 그렇게 육수를 내어 멸치젓을 내리고 고춧가루에 볶음참깨 마늘간거 생강간거 쪽파에 새우젓 생강 청각까지.
네팔에서 온 남동생이 배추에 양념을 바르며 신기한 듯 이것저것 물어보고 배우려고 하네요. 남편이 남동생에게 네팔 돌아가면 배추심고 김치 만들고 된장, 간장, 고추장, 두부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일을 해 보라고 권유하더니 남동생 입맛에도 김치는 제법 좋은 느낌인가봐요. 하긴 저도 한국에 처음 시집와서 입에 맞은 유일한 게 김치였으니…
한국의 음식 저장 문화는 김치에서 보여지듯 참 지혜롭고 다양해요. 네팔에는 저장하고 먹는 음식 종류가 그렇게 많지 않고 방법 면에서도 한국과는 확연히 다르거든요. 네팔의 시골엔 아직도 냉장고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데 한국의 음식 저장 방법을 배워간다면 정말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남동생에게 사업적으로 권유하는 남편의 이야기가 어쩌면 꽤 가능성이 있게 느껴지는걸 보면 저도 이제 한국 음식문화와 네팔 음식문화의 차이를 제법 이해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한국에 시집와서 한국식 교육을 받고 배우면서 내가 가진 장점을 살려서 우리 아이에게는 엄마 나라의 언어를 배우게 하자는 게 기본 생각이었는데. 음식 또한 그와 같이 배우고 고향 친지에게 전하고 같이 공유한다면 어쩌면 사업적인 유익뿐만 아니라 문화적 가치 또한 큰 변화가 나로부터 생길수도 있겠다는 크고 묘한 기대감을 가져보게 되네요.
된장 간장 두부를 잘 만드는 남편. 한국에 처음 와서 김치와 된장찌개 반찬 만드는 일들도 가만 생각해보니 전부 남편에게 처음 배웠던 일들이네요. 먹고 사는 문제라서 일까요? 남동생이 남편의 진심을 받아들여 잘 배워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이번에 진지하게 해 보았답니다. 이제 며칠 후면 떠날 남동생의 어께엔 고향 부모님과 친척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으니 한국생활 3개월여 온전히 하나라도 배워 가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한국으로 시집보낸 부모님의 보람이 어느 곳에서라도 있었으면 하고 소망해봅니다. 주간함양독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네팔댁 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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