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니 찬바람만큼이나 곁이 허전하고 쓸쓸하네요. 함께 모시고 살던 시아버지가 12월13일, 향년 89세로 세상을 떠나시고 나니 더욱 더 집안이 썰렁하고 춥고 허전하네요. 우리 아기 민준(5세)이 유치원 다녀오면 전동차를 타고 큰길까지 손자 마중나가시고 태워오고 하시던 게 세상 떠나시기 전 불과 5일전까지도 하셨던 일상이셨는데, 텔레비전 리모컨을 두고 손자와 서로 싸우고 하면서 외로움을 달래곤 하셨는데, 아침이면 아이 밥 먹여 학교 보내라고 매번 잔소리하여 주셨는데, 곶감 덕장까지 전동차로 오셔서 일을 얼마나 했나 하시며 “애고 저리 느려 터져서 언제 감을 다 깎겠노” 하셨는데, 12월12일이 남편 생일이었는데 미역국도 못 먹은 남편이 시아버지 병원 모셔갔다 돌아오실 때도 정정하셨는데, 남편 생일이 이제 시아버지 기일이 된건가요? 밤10시에 곰국 끓여 달라고 하셔서 드렸더니 한 그릇을 거뜬히 다 드시곤 아침으로 일찍 일어나라고 잔소리도 하셨는데, 13일 새벽 돌아가실 때까지 그렇게 빨리 돌아가실 거라고는 아무도 몰랐는데. 남편이 새벽 1시40분에 곶감 덕장에 다녀온다고 나갈 때까지 만해도 잘 계셨다는 시아버지가 아침에 싸늘한 주검으로 누워 계신 것을 보면서 남편과 함께 꿈을 꾸는 듯 믿겨지지 않는 처참한 심정으로 눈물 흘리며 호소해보았지만 이미 시아버지는 이 세상분이 아니시고 차갑게 그렇게 세상을 떠나시고 자식 며느리의 가슴에 한 움큼 불효의 한을 남겨주셨습니다. 몇 날이 지나도 못해드린 기억만 새록새록 가슴을 울리고 목욕 시켜드린다고 남편이 그렇게 졸라도 내일 하자고 하시더니 결국 내일엔 영안실에 누워 이 세상 마지막 몸단장을 하고마셨습니다. 꺽꺽 눈물 흘리며 울고 있는 남편 등 뒤에서 갓난쟁이 아이를 등에 업고 함께 울면서 못해드린 불효를 후회하였지만 이미 돌아오지 않으실 시아버지시니... 삼시세끼 홀로 드실 밥상을 8년간을 챙겨 드리고 머리 염색을 해 드리고 요강단지(오줌통) 비워드리고 빨래며 방청소며 맛난 거 있으면 항상 먼저 챙겨드리고 고향 친정아버지 모시는 심정으로 그래도 한다고 해도 시아버지 욕심을 채워드리기엔 언제나 부족했던 며느리. 어떤 땐 잔소리 많으신 시아버지에게 말대꾸도 하고, 남편 꾸지람을 하면 남편 역성도 들어주고 손주 혼내면 괜히 미워도 하고 미운정 고운정 오만정 다 들었는데 불쑥 갑자기 약속도 없이 그렇게 떠나시니 아침에 일어나도 허전하고, 일하고 집에 돌아와도 너무 썰렁하고 허전해서 적응되지 않는 텅빈 공허감이 떠나지 않네요. 그러나 나보다 더 힘들어하는 남편 눈치 보며 바늘 떨어지는 소리에도 조심하며 지내는 심정을 또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시아버지에게 평소 충실하지 못한 걸 따지듯, 마치 네 탓이라고 말하듯 은근히 화풀이를 하는 남편을 보면서 화도 나지만 또 한편 누구하나 그 심정 알아주지 않는 남편의 괴로움을 조금은 이해하게 될 때가 있답니다. 유품을 정리하다보니 경력도 참 많으시고. 젊으실 때 사진도 참 멋지더군요. 젊으실 때 리장과 지도자부터 평통위원, 통일주체대의원, 양곡가공협회경남지회장, 사회정화위원장, 연로하셔서는 함양군경우회회장을 하시고 국가유공훈장을 세 개나 받으시고 역대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패도 상당히 많고, 지혜롭고 존경스러웠던 시아버지. 부디 좋은데 가셔서 여기서보다 더 행복하게 사세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손자들과 우리가족을 걱정해주시고 배려해주신 시아버지 죄송해요, 그리고 감사드려요. 잘살게요. 휴천면 김진규님의 며느리 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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