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15년을 마무리하는 세밑. 늘 한번쯤 생각하는 새해맞이. 어찌나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지 정말 하념 없이 손을 놓고 세월을 붙들어두지 못하는 아쉬움 가득한 사람들의 마음이 더없이 바쁜 거 같다.
몇 년 전부터 마을 공동체 사업을 하며 진정한 마을 공동체 복원을 고민하고 공부를 하면서 한 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우리 조상들의 생활 모습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소망을 보았다.
매년 이맘때인 일 년 중 밤이 제일 긴 날인 동지에는 밤에 주로 돌아다니는 귀신들이 설치고 다니기 좋은 날이라 생각하여 귀신이 싫어하는 붉은 색 팥죽을 온 집안 구석구석 뿌려 탈 없이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고자하는 소망을 담아 마음의 위안을 삼기도 하였다.
섣달그믐에는 일 년 내내 집안 부엌에서 집안 식구들의 잘잘못을 다 지켜보고 있는 조앙신이 그 해의 마지막 밤에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고해야하는데, 그믐날 밤에 밤새 불을 켜놓고 잠을 안자면 조앙신이 하늘로 올라가지 못해 잘못을 고하지 못한다하여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는 말로 어린아이들의 잠을 쫓아주기도 하고 그래도 잠을 못 이겨 잠깐 졸기라도 하면 눈썹에 하얀 밀가루를 발라두곤 하였다.
그래서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을 끝이 아니라 새해를 맞이하는 중요한 시간이라 마을 어귀에 장승도 깎아 세우고 장승을 깎다 남는 곁가지로 어린애들에게 팽이를 깎아 주고 입춘 절기가 되면 입춘대길 건양다경 등 경축 글귀들을 대문에 붙여 경사스런 한해가 되길 염원했다.
정월 초하루부터 대소간 친지들이나 이웃에 세배를 다니고, 여자들은 널뛰기를 통해 겨우내 웅크렸던 마음과 방에서만 지내느라 부족하던 운동도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담장 밑에 널을 놓아 뛰어오를 때마다 담 너머로 총각들을 훔쳐보고 날아오르는 쾌감도 느꼈을 것이다.
이리저리 시간이 흘러 정월 보름이 되면 해가 뜨기 전에 조리나 소쿠리를 들고 온 동네에 오곡밥을 얻으러 다니고 더위팔기도 하고 아홉 가지 나물과 잣 호두 같은 나무 열매를 먹는 겨울철 골고루 영양 가득한 정월 대보름 명절이 되었다. 쥐불놀이, 다리밟기, 줄다리기, 달집놀이 등 정서교육, 이웃과 친목 교육, 운동 및 신체활동 등 무엇하나 부족하지 않은 우리의 전통 풍습이자 과학적인 지혜가 돋보이는 큰 명절이 정월 대보름인 것이다. 지금은 달집태우기 지신밟기 정도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정월 대보름날, 떠오르는 달을 처음 보는 사람은 그 해 운수대통하고 소원을 이룬다하여 저마다 좀 더 높은 곳에 올라 달을 보려하며 장가 못 간 노총각이나 아들 못 낳는 가장에게 처음 달맞이를 하는 기회를 양보하는 마을 사람들 사이의 관심과 배려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사회의 변화로 양력 1월1일이 한 해의 시작으로 여기고 온갖 각오나 계획들의 세우면서도 일년 중 가장 으뜸으로 깨끗한 날 조상에게 차례를 올리고 공경하는 웃어른들께 세배를 하는 절차는 음력 1월1일인 설날을 챙기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배의 축복과 새로운 각오를 하면 분명 2015년 보다는 더 나은 새해 2016년이 될 것도 같다.
새해 음력 정월 대보름 명절에는 전통 한옥 문화가 살아있는 지곡 개평마을에서 솜씨좋게 만든 연을 날리며 연싸움도 하고 태어난 날, 시간, 소망을 적어 날려 보내기도 하며 같이 손잡고 강강술래도 함께 즐기는 정월 대보름 마을 잔치를 해보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마음껏 즐기는 마을 잔치를 열어 농특산물을 판매하고 돈 벌려고 마을 주민들이 고생하는 축제가 아니라 함께 오곡밥도 먹고 복조리도 나눠주고 입춘첩도 써서 드리고자 하니 어디서든 누구나 맘 편히 즐거운 맘으로 오면 좋겠다.
近者悅 하니 遠者來라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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