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예술가들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함양의 젊은 서예가가 청년작가상을 수상했다. 그 주인공은 여정서예학원의 여정 김연지(餘靜 金娟智) 원장이다. “저는 나이도 어리고 또 서예를 하고 있어 상을 받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보통 청년작가상은 45세 이하가 대상이지만 어느 정도 연배가 있는 예술가에게 주어져왔다. 특히 군 단위의 그것도 서예 분야에서의 첫 수상으로 그 의미가 더욱 커다.
김연지 원장을 만나기 위해 롯데마트 3층의 학원 문을 들어서는 순간 진하게 묻어나는 묵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학원에서는 6살 어린 꼬마와 중년 한분, 그리고 여중생 등 3명이 붓을 들고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코끝을 스치는 묵향과 함께 사방에 붙어 있는 서예작품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이곳에 학원 문을 연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학원이 있다는 것도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처음 오시는 분들은 ‘묵향이 좋다’라고 말씀들 하시지요.”
초등학교 3학년 당시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처음 찾았던 서예학원.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여러 학원들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다른 친구들도 서예학원에 많이 다녔습니다.” 그렇게 서예를 시작한 그녀는 중학교까지 지연서예학원에서, 고등학교에서는 장복서실에서 실력을 갈고 닦았다. 대학도 서예전공을 선택하게 되어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예전공으로 들어갔다. “어려서 특별하게 관심 있는 분야가 없었던 것 같아요. 막연하게 가장 잘 할 수 있는 서예선생님을 해야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보고 배웠던 그대로, 제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하고 싶었을 뿐이죠.” 졸업 이후 그녀는 지난 2003년 고향 함양에서 서예학원의 문을 열었다. 초등학교부터 배워온 서예가 그녀의 평생 직업이 되었다. 차분하면서도 끈기 있는 성격의 그녀에게 서예가 안성맞춤이다.
김연지 원장은 학원을 운영하면서 경상남도미술대전 추천작가, 영남서예대전 초대작가, 2011년 함양예총 함양문화예술인상 수상했다. 또한 한국미술협회 함양지부 창립전 및 정기전(2003~2014), 경남서예·문인화 작가초대전(2006), 김해예술제 경남지역 작가초대전(2007), 한국미술협회 경상남도지회전(2008~2011), 동·서 미술의 현재전(2010~2012), 남도미술의 향기전(2011~2012), 경남미술초대작가전(2011~2013), 남망갤러리 기획전(2012), 함양문화예술회관 개관기념 초대전(2012), 의왕국제플래카드아트페스티발(2012~2014), 경남예술제 ‘예술과 가을의 만남’(2013), 함양문화예술회관 조화와 모색전(2015) 등을 비롯해 지난 7월11일부터 18일까지는 ‘김연지展’ 등 다수의 전시회를 가졌다. 현재는 함양미협 사무국장과 한국서도협회 대구경북지회 회원,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함양지회 감사, 위림초등학교 한자강사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학원을 운영하면서 틈나는 데로 작품을 만들고 학생들과 함께 작품도 출품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서예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줄고 있다. 서예보다는 국영수 등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들을 가르치는 학원들이 대세다. “관심 있는 부모님들은 꾸준하게 서예학원에 보내십니다. 또한 6살 아이도 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서예는 어려서부터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서예는 학생들이 한문이나 고전을 통해서 미덕을 배우고 성현들의 지혜를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도덕, 어짊, 덕목 등 청소년 정신적 성장에도 큰 지주 역할을 한다. “요즘 아이들은 학원 다니기에도 바빠 인성교육을 할 시간이 없습니다. 일반 학원에서는 주입식 교육이지만 서예학원은 다른 곳과 분위기부터가 다릅니다.” 여정서예학원은 오후1시부터 8시까지 운영된다. 학원에 다니는 이들도 60대부터 어린 학생까지 다양하다. 어린 학생들의 경우 처음 학원에 들어오면 한글 판본체를 배우며 자세를 바로 잡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한글과 한문 등을 배우게 된다. 요즘에는 서예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문인화를 비롯한 다양한 시도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국대회에 학원생들과 나가 대회를 휩쓸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도 했다. 김연지 원장은 “서예를 하면 마음 수양이 자연스럽게 됩니다. 우리네 삶은 늘 다사다난한 일들로 어지럽지만, 글씨를 쓰는 동안에는 잡념이 모두 사라지지요. 더 많은 분들이 함께 글씨를 쓰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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