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에 집 화장실을 새로 고쳤다. 화장실 벽면과 바닥의 타일도 새것으로 붙이고 세면기와 변기도 새것으로 교체하고 전등도 밝은 것으로 바꾸어 한층 쾌적한 모습이 되었고 늘 기분 좋게 사용해 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세면기가 막히기 시작했다. 걸려있는 머리카락이나 오물 등을 집어내기도 하고 때로는 압축기로 뚫기도 하고 세제를 넣기도 했지만 처음처럼 시원하게 배수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야 되겠다고 생각되어 관을 살펴보니 세면기의 배수관이 지난번과는 다른 구조로 중간에 오물을 걸려내는 장치가 되어 있었다. 배수관을 뜯어내어 오물을 제거하고 다시 부착하니 처음과 같이 시원하게 배수가 되었다.
이렇게 세면기의 배수는 해결되었는데 12월 들어서 변기가 자주 막히는 일이 생겼다. 압축기로 뚫어도 그 때 뿐이고 이내 막혀 물도 내려가지 않게 되었다. 여러 가지 원인을 생각하는 중에 혹 정화조 문제가 아닌가 생각되어 정화조 청소 업체에 문의하니 정화조에서 가스가 차면 변기가 막히는 현상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고 하여 지난 토요일 청소하였고 청소 후에는 막히는 것이 없어지게 되었다.
늘 사용하는 화장실이지만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배수관이나 정화조에는 평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정상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막히게 될 때 심한 불편을 느끼게 되고 회장실은 제 기능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정화조는 우리가 쓰는 모든 것의 찌꺼기가 담기는 곳이다. 화장실에서 배출되는 것뿐만 아니라 부엌에서 사용되는 모든 물이 모이는 곳이고 찌꺼기가 모이는 곳이다. 땅 밑 깊은 곳에 설치되어 보이지 않지만 정화조도 일정양이 차게 되면 청소를 해주어야 회장실을 사용할 수가 있게 된다. 정화조가 변기의 막힘의 원인임을 생각하면서 육신생활에 필요한 삶의 찌꺼기는 이렇게 처리되는데 보이지 않는 우리 마음과 영혼의 찌꺼기들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았다.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상하게 했던 것들, 불안하고 근심했던 일들, 불평과 원망했던 모습들, 욕심과 욕망에 이끌렸던 부끄러운 모습, 실수하고 실패했던 모습들.... 이러한 것들을 매일 매순간 기도 하고 회개하며 정리한다고 하면서도 그대로 담고 있지는 않는지!
혹 내 삶의 찌꺼기들이 닮길 그릇이 넘쳐나서 불편하게 하고, 불안하게 하고, 아픔을 주고, 힘들게 하지는 않는지!
어느덧 12월! 성탄을 앞두고 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고 ‘축 성탄’, ‘메리크리스마스’, ‘기쁘다 구주 오셨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이런 글귀들이 성탄을 축하하며 성탄을 알리고 있다.
미국에 계시는 어느 목사님이 “주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실 때 구유에 뉘었으나 지금 당신 심령에 계시는 성탄되소서”라고 성탄카드에 메시지를 적어 보내셨다. 하늘 영광 버리시고 낮고 천한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내 심령에 계실 수 있도록 지난 1년을 돌아보며 내 삶의 찌꺼기들, 정리되었다고 생각했던 깊은 내면의 감정들, 더 근원적인 더 근본적인 내 깊은 곳을 다시 한 번 정리하여 순결한 모습으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맞이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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