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천 운서마을 명조 어르신 살아계실 적 <호랑이와 곶감>이라는 전래동화의 실제 주인공이 엄천골 호랑이이며, 엄천골에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던 이바구가 그대로 글로 옮겨져 동화로 만들어진 거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엄천 골짝 운서마을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하던 그 다음해 명조어르신이 만든 꼬지곶감이 신기해서 하나 얻어먹다가 들은 이야기다. 싸릿대에 감 똥꾸멍을 푹 찔러 말린 약간 시큼한 맛이 느껴지던 그 곶감은 보기보다 맛있었다. 그 때는 곶감은 다 그렇게 말리는 건줄 알았고, 내가 곶감쟁이가 되어 십년 째 곶감을 말리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명조 어르신도 한 때는 곶감을 백접 이백접이나 깎으셨다고 한다. 마당에 있는 감나무 고목에서 딴 감으로 곶감을 말려 꼬챙이에 열개씩 끼워 처마 밑에서 말리고 원두막에서 말리고 간이 건조장을 만들어 말렸다고 한다.엄천 골짝 뒷산에는 천상바위라는 거대한 바위가 있다. 그 바위에 생긴 자연굴인 천상굴은 호랑이굴로 불리기도 하는데, 명조 어르신이 젊었을 때만해도 호랑이가 실제 살았고 그 호랑이가 마을에도 수시로 들락거렸으며, 열여섯 어린처녀가 초저녁에 집에서 자다가 호환을 당한 적도 있다 한다. 호환을 당한 처녀의 집안사람이 아직 생존해 있어서 마을 사람들은 자세한 얘기를 잘 안하려고 하는데, 내가 들은 바로는 그날 그 처녀가 초저녁에 “엄마 배고파~” 하면서 방에서 일찍 잠이 들었다고 하고, 엄천골 호랑이가 마을에 내려와 그 처녀를 물어갔다고 하는데, 그날 마을 사람들 모두 횃불을 들고 천상굴까지 쫓아갔다고 한다. 그 뒷얘기는 너무 끔직해서 더 할 수는 없고 어쨌든 천상바위로 올라가는 소막골에 있는 돌로 만든 무덤이 그 처녀의 것이라 한다. 엄천골이 옛날부터 유명 곶감산지였고 지리산 골짝이라 호랑이 서식지가 많이 있었겠지만 <호랑이와 곶감> 동화 배경이 엄천골이라는 근거가 무엇인지 여쭈었더니, 명조 어르신께선 자세한 건 당신도 잘 모르고 자기도 윗대 사람들에게 <호랑이와 곶감>이라는 동화는 엄천골 호랑이 이야기라고 들었다고만 한다. 비록 엄천골이 곶감 산지였지만 못살던 시절 곶감을 만들면 모두 돈하느라 어느 누구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동화속의 아기가 <천상굴 호랑이 온다~> 해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데 <곶감 먹어라~> 하면 울음을 그쳤다는 말이 그럴 듯하기도 하다. 지리산이 워낙 깊고 넓은 산이니 호랑이 굴이 어디 엄천골에만 있었을까마는 마을 어르신들이 모두 <호랑이와 곶감> 전래동화의 원형을 엄천골 호랑이로 알고 있고 또 곶감깎기 민요도 전해 내려오는 걸로 보아 신빙성이 있어 보여, 나는 <호랑이와 곶감>의 배경이라는 호랑이굴을 답사해보기로 했다. 엄천골 출신 향토사학자이시며 시조 시인이신 김용규 선생님과 강연호씨, 그리고 이곳 토박이 두 분의 도움을 받아 천상바위를 찾아 나섰다. 호랑이 굴로 가는 지름길은 운서마을에서 수독골로 올라가 상대등날 능선을 타게 되는데 지금 수독골 윗길이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가 수십 년 되어 예전에 있었다는 길은 싹싹 지워지고 흔적조차 찾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예전에 수독골에 살았다는 토박이 어르신 덕분에 잡목 속에 숨어있는 호랑이 굴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잡목에 가려 눈에 띄지 않는 호랑이 굴 주변을 반나절 정리하고 멀찌감치 뒤로 물러서서 호랑이가 살았다는 굴을 바라보니 과연~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굴을 둘러싸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바위와 그 형상의 당당함, 거대한 암벽의 중턱에 위치하여 호랑이가 아니면 뛰어 올라갈 수 없는 절묘한 굴의 위치, 이어 확인된 천연요새 같은 굴의 내부 구조 등등 과연 천상바위 호랑이 굴을 보고나니, <호랑이와 곶감> 전래동화의 주인공이 엄천골 호랑이라는 동네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사실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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