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서비스업계에서 내 걸었던 표어가 있었다. 그것은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였다. 한참을 그렇게 하다가 근래에 와서는 “고객만족”이 “고객감동”이라는 단어로 교체가 되었다. 인간의 심리를 잘 파악한 상업전략이기도 하지만 참으로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감동할 줄 아는 인격체이다. 그리고 감동이 될 때 사람들은 반응한다. 여타의 다른 동물들은 만족은 하지만 감동은 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감동의 여운은 오래 동안 그 사람에게 지워지지 않고 머물러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은 너무나 다양하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이 반복되는 것 같으면서도 어제와 똑같은 삶은 있을 수도 없고 있지도 않다. 우리의 감동의 순간도 다양하다. 큰 일을 통해서도 감동을 받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아주 사소한 것들 가운데서 우리는 감동을 많이 받는다. 몇 주일 전 저의 딸이 집에 돌아와서 학교에서 쓴 편지라며 건네주었다. 그리고 한문 효(孝)자로 만든 족자도 내밀었다. 정성껏 한 자 한 자 쓴 것이 먼저 눈에 띄어서 고마웠다. 편지를 읽고 나니 코끝이 찡하고 가슴속에는 잔잔한 감동이 자리 잡았다. 소박한 내용이지만 아이의 진심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안방의 벽에 시계만 걸려 있어서 조금 썰렁해 보였는데 얼른 아이의 편지와 족자 그림을 벽에 붙였다.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한 번씩 읽어 보는데 읽을 때마다 고맙고 감동이 된다. 부모님께안녕하세요? 저는 엄마 아빠의 딸 다영이에요. 이때까지 낳아주시고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편지는 숙제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랜 만에 엄마 아빠께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서 참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이때까지 제가 떼를 쓰고 말을 안 들을 때에도 참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때까지 형제들이랑 많이 싸웠는데도 그 때 그 때 해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때까지 제가 효도를 했긴 했지만, 나중에 커서는 엄마 아빠께 효도를 많이 할게요! 그 때까지 계셔주세요! 기다려 주세요! 제가 부모님이 주신 것 커서는 돌려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둘째 딸 다영이 올림 저는 편지 내용가운데 “부모님이 주신 것 커서는 돌려 드릴께요”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아이의 자기가 받은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기특하고 대견스러웠습니다. 2015년 한 해도 이제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 삶을 뒤돌아보며 우리에게 은혜를 베푼 분들에게 진솔한 마음이 담긴 감사의 편지를 써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받은 은혜를 돌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자꾸 요구만 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처럼 보여 안타깝습니다. 물론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그렇지 않을 때 우리는 얼마나 베풀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차가운 겨울로 접어들었습니다. 우리가 받은 사랑과 은혜를 가족과 이웃과 특별히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나누는 그 곳에 늘 함께 하는 것이 “감동”이 아닐까요? 그러한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우리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조금씩 흘러 아무리 강한 추위도 거뜬히 이겨내는 그런 따뜻한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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