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번에는 정말로 척추가 잘못된 거 같습니더...”“이것 보시오~ 의사는 내고, 진단은 내가 내립니다. 일단 사진부터 찍고 봅시다”덕장에 곶감 거느라 무거운 감 박스를 들고 힘을 쓰다가 어느 순간 허리에 이상한 느낌이 들더니 일주일째 허리를 못 펴고 있다. 무거운 감 박스를 반복적으로 들다가 저질 체력인 내 허리뼈가 뿌러졌다는 결론을 내리고 뼈만 전문으로 본다는 진주ㅃ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니 실려 갔다. 마침 방학이라 집에 와 있는 큰 아들이 운전을 해주었다. 그동안은 무리를 해서 그러려니 하고 읍에 있는 한의원에 다니며 침 좀 맞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일주일째 차도가 없어 전문으로 한다는 큰 병원에 간 것이다.
사실 지난해에도 곶감 깎던 시기에 비슷한 증상으로 한번 진료를 받았던 병원이었다. 그 때는 사흘 지나니 거짓말처럼 괜찮아졌었다. 의사가 엑스레이 사진을 한해 전에 찍은 거랑 열심히 비교해 보더니 이번에도 척추는 괜찮아 보인다 한다. 물리치료만 열심히 하면 다시 허리를 펼 수 있을 거라 한다.
작년에는 사흘 만에 허리가 괜찮던데 이번엔 일주일이 지나도 차도가 없으니 아무래도 뼈가 잘못된 거 아니냐고 재차 다그치니, 의사가 정색을 하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것 보시오~의사는 내고, 진단은 내가......” 나는 의사가 확신을 가지고 화를 내는 거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더 이상 본인이 의사임을 주장할 필요가 없는 훌륭한 의사처럼 보였다.
십년 째 곶감을 깎아 오는데 그 전에는 감 박스 많이 든다고 허리가 아픈 적은 없었다. 그런데 나도 이제 나이를 먹는 건지 작년부터 덕장에 곶감을 걸 때면 허리가 아파 반듯하게 펴지 못하는 증상이 생겼다. 그래도 작년엔 사흘 만에 바로 괜찮아졌는데 이번에는 일주일 째 차도가 없어 이제는 정말로 뼈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어쨌든 뼈는 괜찮다니 허리가 아프면서도 기분은 좋아 실실 웃으며 물리치료실로 올라가는데 창밖에 눈이 내리고 있다.
눈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하필 이 때 눈이 내릴 줄이야. 물리치료 대기 시간과 치료시간까지 한 시간 이상 걸린다는데 그 동안 눈이 쌓이면 내가 타고 온 트럭으로는 집에 가기가 힘들 거 같았다. 어쨌든 뼈는 괜찮다니 물리치료를 취소하고 바로 집으로 왔는데 길이 미끄러워 차도 나도 운전해준 아들도 곱빼기로 고생했다.
곶감 출하 전에 숙성 중인 곶감을 햇볕에 한번 널어야하는데, 올 겨울 날씨는 나와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친신했는데 아직 아무 답변이 없고 일기예보에는 또 전국에 비가 온다고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곶감 출하할 때 ‘지리산 천왕봉에서 내려온 찬바람에 곶감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여 겁나게 맛있습니더’ 하고 팔았는데, 올해는 이 단골 홍보문구를 쓸 수가 없게 되었다. 정말 믿어지지 않는 겨울 장마로 올해 곶감은 자연 바람만으로는 도저히 말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급할 때는 온풍, 제습이 되는 설비의 도움을 받아 평년보다 두 배 세배는 힘들게 곶감을 말리고 있다.
요즘 나는 전문병원 훌륭한 의사의 권유로 허리근육 강화운동을 아침 저녁으로 꾸준히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중부전선 이상 없다. 고백컨데 재작년 첨 그랬을 때는 정말 놀랬다. 시골 노인네들 허리가 이렇게 해서 굽는 구나 나도 그렇게 되는가보다 생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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