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봄이 되면 산으로 나물을 캐러 다니셨다. 산에 다녀온 어머니의 보따리는 볼품없었지만 그래도 가끔은 관심을 끄는 게 있었는데 그건 바로 산과일이었다. 어머니는 커다란 보따리를 동여매 머리에 이고 오면서 산과일은 행여 으스러질까, 떨어질까 조심스레 한 손으로 들고 그 먼 길을 걸어왔다. 소년은 어머니의 힘든 산행은 안중에도 없이 어머니가 가져오시는 산과일만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
철부지 그 소년은 이제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된 그 소년은 자녀에게 원 없이 해 주고 싶어 하는 아비가 되어 원 없이 줄 수 없는 형편임을 가슴 아파한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소년은 소년이 기억했던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 이 글을 썼다.
‘잊지마, 기억해’(다인미디어)는 순수했던 유년시절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가득 채워진 작가의 유년 시절은 4050세대에게 추억을 끄집어내 준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는 그 시절 나의 유년시절과 꼭 닮아 있다. 자식들 몸 편하라고 연신 ‘나는 괜찮다’고 말하는 부모님, 뜀박질을 하고 놀며 사고를 쳐도 언제나 함께여서 좋았던 친구들, 희미하지만 오래도록 가슴에 머물러 있는 첫사랑, 변함없이 푸근하게 그 자리에 있는 고향 이야기까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의 기억과 선명하게 겹친다.
책의 저자 이동우는 오늘을 살게 하는 추억의 힘을 이야기 한다. 가장 소중한 것이 더 이상 소중하지 않은 시절에 사는 우리에게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소중한 것에 대해. 계절은 이렇게 겨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또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고 우리는 그 소중한 것으로 인생을 채워야 한다고 말이다.
어린 시절 온갖 야생화와 산과일과 함께 성장했던 작가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풍성한 선물이 될 것이다.작가소개 / 충북 음성 출생. 잡지사, 신문사 기자 등을 거쳐 현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 근무. 미디어교육, 글쓰기, 논술, 토의토론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골로 떠나는 소풍’. 블로그-공간과 사람 그리고 문화(www.dongdong-moon.com)
하회영 기자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