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온갖 무수한 선들이 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선을 비롯하여 부부간, 형제간, 남자와 여자간, 선배와 후배간, 직장 상하간, 사제지간의 선 등 이루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선이 많다. 또 배려양보선, 질서유지선, 교통안전선 등의 사회적 약속을 정해놓은 선도 많다. 그러나 그중 어느 하나도 가볍게 보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도 되는 것은 한 가지도 없다. 사소하게 여길 수 있는 작은 선이지만 선지키기만 잘 해도 우리사회가 훨씬 더 밝고 행복해질 수 있다.
평범한 소시민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선은 교통질서와 관련된 선이다. 아침에 출근하면서부터 교통과 관련된 선을 지켜야 한다. 차선도 지키고 중앙선도 지키고 일시 정지선도 지켜야 한다. 약속되어 있는 이 선을 벗어나면 교통법규위반으로 제재를 받을 수 있게 되고 어떤 경우에는 중대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교통질서선이 우리사회의 질서를 확립하고 선을 잘 지키는 첫걸음일 것이다.
1996년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에 가입한 이후로부터 20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에서 기초적인 선을 지키지 않고 무시하는 경우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하고 있다. 일부 언론매체나 시민단체, 공공기관에서 선지키기 캠페인이나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사소해 보이는 선(線) 하나가 흐트러지면 사회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사회에 있는 것 같다. 작은 질서의 상징이랄 수 있는 선지키기 문화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작은 것 한 개의 무너짐이 우리사회 전체의 안전이 무너지고 법과 원칙이 무너지는 촉매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원칙과 질서가 바로 세워져 있어야 우리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고 행복도 누릴 수 있다.
한때 우리 사회에 헌법 위에 떼법이 있다는 말이 있었다. 아마 80∼90년대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때 당시는 급속한 민주화와 산업화속에서 사회전반에 대한 변화와 개혁 욕구가 용광로처럼 솟구치는 시기였다. 많은 이익단체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하면서 다중의 위력을 배경삼아 다소 무리한 행동을 하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국민들의 시선이 어느 정도 동조하고 호응하는 사회적 분위기였던 시대정서가 있었기에 다소 과격한 행위가 용납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우리사회는 30년전의 모습과 크게 달라져있다. OECD회원국으로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이나 위상도 크게 높아져 있고 민주화·산업화도 어느 정도 안정적 단계에 있다는 것이 국민 다수 정서이다.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치루었던 국가적, 사회적 손실을 현실적으로 처절하게 실감하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뒤쳐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각을 겪으면서 우리사회는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이루었다. 국민들의 의식수준과 생활방식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그러나 집회시위문화는 30년 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 서울에서 있었던 대규모 집회시위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걱정과 우려를 하고 있는 분위기다. 사정이야 어떻든 불법폭력이 있어서는 안되고 우리사회가 그것을 용납해서도 안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주장한다. 일부 참가자들의 불법폭력행위로 인해 해당 집회의 정당성마저 외면받는 경우도 많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불법 집회시위로 인해 우리사회가 부담하는 사회적 손실비용이 17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또 집회시위로 인해 집회참가자와 경찰이 매년 수백명씩 부상을 당하고 있다. 우리사회와 국민들의 사고방식이 높아지고 사회구조도 많은 변화가 이루어진만큼 집회시위문화도 그러한 사회적 구조와 분위기에 부합되게 발전되어야 하는데 여전히 30년 전의 집회시위 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하면서, 더 이상 떼법이 통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이제부터라도 선지키기를 제대로 모두가 꼭 실천해서 우리사회의 수준에 걸맞는 집회시위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법과 원칙이 엄격히 지켜지는 가운데 헌법상 보장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집회시위를 하면서 권리와 자유만 누리고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매일 접하는 모든 선(線)은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 선이 끊어지면 사회질서도 무너지고 법과 원칙도 무시되어버려서 사회적 혼란을 맞게 되고 사회구성원들은 불안과 두려움을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들은 선이 가늘어지거나 끊어지지 않도록 늘 관심과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선을 지키는 것이 별것 아닌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런 작은 것 들이 서로 이어져서 결국 아주 튼튼하고 단단한 버팀목이 되는 것이다.
한해가 저물어 가는 이맘때쯤이면 많은 사람들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된다. 1년을 보내면서 부족하거나 반성할 부분을 들추어보고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는 시기이다. 내년에는 우리 사회에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는 선(線)을 잘 지키고 더 단단하게 연결할 수 있도록 해서 우리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즐겼으면 좋겠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