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안되는 건 안되는거야~ 시간 낭비하지 말고 사람 불러야지~’하고 포크레인을 도로 차에 실으려다 기왕 돈 들여 빌린 거 연습이나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연습이라 생각하고 처음부터 하나씩 이래저래 조작해보니 그런대로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게다가 조금 익숙해지니 재미도 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편안하게 연습을 하니 또 다시 자신감이 생겨 다시한번 해보자는 의욕이 생겼습니다. 나는 마치 평소에 해오던 일처럼 서두르지 않고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 장비를 운전하여 착착 흙을 파내다보니 여유도 생기네요. 배수로를 만들다 원추리 뿌리가 보여 집주변에 이식해서 내년에는 원추리꽃을 보고 싶은 여유까지 생겨 뿌리를 퍼 모았습니다. 그런데 사고란 게 항상 이런 방심의 순간에 찾아오네요. 이제 일이 된다 싶어 속도를 좀 내어보는데 한번은 굴삭기 바가지가 큰 바위 밑에 끼었습니다. 바위는 굴삭기로 들어 올릴 수 있는 크기가 아니어서 바가지를 빼내야 하는데 바보 같은 기계치가 핸들을 반대로 조작해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굴삭기가 갑자기 기우뚱 기우뚱하다 옆으로 기울더니 나를 옆 도랑에 홱 패대기쳐 버렸습니다. 굴삭기도 거의 넘어질 뻔 했는데 하나님이 보우하사 오뚝이처럼 다시 균형을 잡고 서고, 나는 옷을 좀 버리고 얼굴에 머드팩을 한 것 외에 부러지거나 깨진 것은 없었습니다. 웃기는 건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 했는데 우째 이런 순간에도 남의 눈치가 보이는지... 어이없게도 멀리 밭에서 일하시는 할머니 두 분이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날아가는 내 모습을 봤을까 싶어 도랑에서 엉거주춤 몸을 낮추고 상황을 지켜보았다니까요 글쎄~~ㅎㅎ. 다행히 못 본 것 같아 옷을 툭툭 털고 다시 굴삭기 위로 올라갔지요. 우째우째 해서 배수로 흙을 파내고 새 배수관을 묻은 뒤 흙 매우는 작업을 그럭저럭 해냈습니다. 여전히 숙달까지는 요원해서 어떤 작업은 포크레인이 빠를까 그냥 삽질하는 게 빠를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다음에는 더 큰 포크레인도 운전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은 게 수확이라면 수확인거 같습니다. 사실 미니 포크레인은 네 가지가 부족합니다. 덩치가 작아서 힘이 부족하니 웬만한 돌 하나 제대로 들지 못하고, 키가 작으니 조금 먼 곳에는 손이 잘 안 닿고, 경사진 곳에서 작업하면 넘어지기가 쉽고, 바퀴가 고무판이라 마른 땅이 아니면 진흙에 잘 빠집니다. 하지만 작은 만큼 큰 장비가 들어가기 곤란한 곳에 들어가서 작업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요. 요즘 농촌지역에는 지자체마다 농기계임대사업소가 있어 트랙터, 미니굴삭기, 관리기, 경운기, 동력제초기, 동력운반차, 구근 수확기 등, 농기계를 농민들에게 저렴하게 빌려주고 있습니다. 농사 규모가 작아서 농기계 사용일수가 연간 며칠 안 되는 경우에는 큰돈을 들여서 농기계를 구입하기보다 임대해서 쓰는 게 훨씬 경제적입니다. 다만 이런 농기계들은 결코 장난감이 아니니 막무가내로 덤벼들지 말고 반드시 운전교육을 사전에 받고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번 포크레인 운전을 계기로 경남농업기술원에서 농업기계기술교육 과정을 이수하여 기계화 영농사 자격증을 받았습니다. 시골에서 사용하는 모든 농기계를 가지고 이론교육부터 분해조립, 운전실습까지, 2주간 합숙하면서 교육을 받았는데 관리기, 트랙터, 엔진톱, 미니굴삭기, 콤바인, 스키로더, 용접기술 등등 농가에서 사용하는 모든 장비에 대해 배웠고 시험에도 통과하여, 평생 이마에 붙이고 다니던 기계치 딱지를 떼어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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