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 선발대회가 있다면 우승도 넘볼 수 있는 내가 내 손으로 직접 포크레인을 운전해보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세상에나 이런 일이 실제로 발생했습니다.ㅎㅎ 이렇게 감격해 하는 것은 이미 말했다시피 나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기계치라는 거. 특히 포크레인 같은 중장비는 일생에 한번이라도 사용해보게 되리라는 기대를 개미 똥꾸멍 만큼도 해본 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비록 미니 포크레인이지만 그 엄청난(?) 장비를 내가 내손으로 직접 운전해서 감나무 밭 배수로를 정비하고 새 배수관을 묻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ㅋㅋ 이걸 직접 하지 않고 ‘안 돼~ 사람 불러야 돼~’ 했더라면 돈푼깨나 깨졌겠지요. 물론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이웃 형님이 농기계 임대사업소에서 미니굴삭기를 빌려 사용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굴삭기 사용법을 물어보고 운전실습도 그 자리에서 해 보았는데 굴삭기 이거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군요. 숙달만 되면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포크레인을 빌려 혼자 연습한 뒤 실전에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농기계사업소에 임대 신청할 때 굴삭기 운전경력을 묻길래 운전해본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사고 위험 때문에 운전경력이나 면허가 없는 사람에게 굴삭기 같은 장비는 빌려 주지 않거든요. 비록 숙달은 되지 않았지만 해본 적은 있으니 거짓말 한 것은 아니지요.ㅎㅎ그런데 사업소 직원이 굴삭기를 한번 운전해보라고 하는데 가슴이 두 근반 세 근반 총 여섯 근. 운전해본 것도 한 달 전이고 여러 종류의 핸들 중 일부는 위치가 다른 것 같고 조작해보았던 기억도 가물가물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흙을 한 삽 퍼서 옆으로 부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동작을 반복했습니다. 한참 같은 동작만 했더니 헐~ 눈앞에 백록담과 지리산이 하나씩 생기네요. 당황스럽게 지켜보던 직원이 구덩이는 그만 파고 앞뒤로 움직여보라고 합니다. 앞으로 가겠다고 해놓고는 뒤로 가면서 예전에 사용했던 모델이 아니라서 조금 헷갈리지만 쓸 만하다고 날씨가 너무 좋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직원 표정이 대충 이랬네요.(포크레인 사용해본 적이 전혀 없구만... 움직이는 거만 겨우 어디서 훔쳐본 모양인데 저 겁먹은 표정이 참으로 가관이다. 이거 빌려줬다가 사고 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아닌 게 아니라 아찔한 일이 있었습니다. 트럭에 실어온 장비를 땅위에 내릴 때 사다리를 걸치고 장비를 움직여 조심조심 내리는데 바퀴가 수평상태에서 사다리가 놓인 각도로 바뀌는 순간 갑자기 기우뚱하는데, 하이고~깜짝이야~. 운전석에 앉아있던 몸이 갑자기 기우뚱하니 중심을 잡는다는 게 그만 핸들을 잡고 당겨버렸네요. 조심조심 엉금엉금 거북이처럼 기어 내려와야 하거늘 당황한 운전자가 브레이크대신 엑셀을 밟고 돌진하는 것처럼 그냥 순식간에... 하지만 하느님이 보우하사 무사히 내려왔습니다. 작업이 기다리고 있는 감나무 밭까지 이동하는데 전차를 운전하여 전투에 나서는 병사의 심정이었다고나 할까요? 하여튼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차분하게 이것저것 핸들을 밀고 당겨보며 조작법을 익혀보는데 도대체 맘대로 되는 게 없었습니다. 굴삭기 바가지를 숟가락이라고 한다면 숟가락으로 밥을 퍼서 입에 못 넣고 어깨 너머로 홱 던지기를 반복하고 국을 떠서 입에 가져가다가 제기랄~~그만 무릎에 쏟아버립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려다 눈에 철퍼덕 붙기도 하고, 하여간 대화가 안 통하는 기계의 손을 빌려 일을 하려니 답답해서 그냥 삽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반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한번 해보겠다는 의욕은 좋았으나 포크레인은 그리 만만한 장비가 아니었습니다.<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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