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 뭐하노? 감 깎으로 안가나?”
아침밥을 드신 아버님의 호령이 또 시작이네요. 올해 89세 되신 아버님은 너무도 정정 하셔서 민준(큰아이, 5세) “핵교 안보내나?” 민소(둘째, 7개월) “밥 안먹이나?” 하시며 아침 일찍부터 또 온갖 잔소리를 하시네요.
동네 분들 말씀으로는 아버님은 젊은 시절 소위 한 가닥 하셨대요. 좋은 일도 많이 하셨다고 늘 자랑이시거든요. 경우회(경찰퇴직하신분들모임)회장도 하셨다나봐요. 매번 반복되는 잔소리(?)가 이제 귀에 딱지가 생겼는지 그냥 한귀로 흘려듣게 될 때가 많아서 친정아버지의 “시아버지 잘해 드려라“는 말씀이 무색해지지는 않을지 걱정입니다.
요즘 저희 집은 시아버지 잔소리가 아니어도 감 깎기에 정말 정신없네요. 새벽부터 감 깎기 시작해서 밤 12시는 되어야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일이 다반사랍니다. 대략 20만개 가까운 감을 깎아야 하니까요.
친정 네팔에서 관광비자로 한국에 온 남동생이 남편과 함께 감 따는 일부터 감 깎고 하는 모든 일을 요즘 함께 돕고 있어서 그나마 남편 어께가 조금 가벼울 법도 한데요. 그래도 남편은 항상 정신없이 일하고 새벽엔 힘들어서 못 일어날 때가 많네요.
14일 마을에 큰 행사가 있는데 그 행사에도 참여해야하고, 무엇보다 다문화주간행사인 11월 29일 행사 준비로 요즘 남편은 정신없을 정도로 바쁜듯해요.
함양군다문화가정연합회장을 하면서 다문화 관련된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 불만이 있으면서도 다문화가정이 된 남편의 다문화사랑이 어쩌면 운명적인 부분도 있다는 생각에 측은하고 한편 행복한 묘한 심정이랍니다.
돌아오는 시선은 제각각일지라도 “누군가는 해야 될 일~ 이왕 할 꺼면 최선을 다하자”는 남편의 말을 곰곰이 새겨 볼 때가 참 많답니다.
남편은 운전할 때도 “좌, 우회전 깜빡이 넣고... 운전습관 어쩌고” 누군가와의 약속에 조금만 늦으면 “조금 늦는다고 전화해라” 하며 저의 한국 사회생활 적응에 참 많이도 가르쳐(?) 왔던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자동차 운전면허 시험에 응시하여 도로주행합격을 남겨두고 있고, 유치원 보조교사지만 선생님도 해보고, 한국말하기대회 우승과 도전골든벨 동상, 수기공모 동상, 수많은 방송에 주인공으로 나오기도 하는 등 어쩌면 하기 싫고, 하고나니 좋았던 일들도 참 많았던 것 같아요.
시어머니가 없으니 어쩌면 남편이 시어머니 역할을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글을 처음 알려준 이가 남편인데 기역 니은 하며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혼자서 정성을 다해 알려주는 남편의 모습이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답니다. 반찬 상차림부터~ 동네분들에게 인사하는 태도까지 아직도 남편보기에는 부족함이 너무 많은 저를 남편은 늘 걱정하네요. 마치 먼저 일찍 세상과 이별할 사람처럼 급하게 급하게 알려주는 모습들이 요즘은 조금 불안하답니다.
빼빼로데이에 천원짜리 빼빼로를 사다준 남편~ 그러고 보니 8년동안 온전히 고맙다는 표현한번 못하고 살아온 것 같아요. 이 글을 빌어 고맙다고 하고 싶네요. “민준아빠 고마워요~^^~그리고 걱정하지마요. 다 잘 배워가고 있으니~” 네팔댁 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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