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지에 금반마을 지명의 유래가 따로 있으나, 현재 시각에서 볼 때 동네앞들이 위쪽 저수량 풍부한 월평저수지를 농업용수로 하여 물 걱정 없고 비교적 평야형태를 이루면서 비단처럼 펼쳐져 있으니 참으로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금반들에 논 한 두락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을 것이고, 동네 이름을 비단에 비유한 것만 봐도 우리 선조들의 농토에 대한 애착이 미루어 짐작이 간다. 하긴 몇몇 지주들 이외에는 식구들 배 골지 않을 정도로 식량을 자가 생산한 농가도 그리 많지 않았던 때에는 땅 한 뼘이 얼마나 절실 했을까.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아이들이 많았던 때에는 휴천면에도 초등학교가 네개가 있었다. 엄천강변 문정리에 있었던 문정초등학교, 일제강점기 시절 휴천면사무소가 있었던 대천리 대포 마을앞에는 휴천초등학교, 오도재 길목 월평리에 있는 금반초등학교 월평분교 등 3개 학교는 오래전 전 폐교되어 개인에게 매각을 하였거나 임대를 하고 있다. 학교설립을 할 당시에는 후세 양성을 위해 지역의 뜻있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학교 부지를 마련하였는데, 교육청에서 폐교된 학교를 매각처리하면서 지역민들이 학교건립 당시 지역민의 숭고한 뜻을 저버리는 일이라며, 민원이 끊이지 않아서인지 요즘은 매각처리보다는 임대하여 농업용시설이나 예술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휴천면의 유일한 학교인 금반초등학교는 전교생이 18명까지 줄면서 폐교 위기에 있었는데, 2005년도 아토피특성화 학교로 지정되면서 함양군의 장학사업의 하나로 예산지원을 통해 30여명이 생활할 수 있는 원룸형태의 숙소를 설치하였고, 매월 3만원 정도의 사용료만 부담하면 부모와 같이 생활이 가능하게 되면서 지금은 학생이 40명으로 늘었다. 교실과 복도를 온통 편백나무로 덮어 나무향이 향긋하여 아토피가 절로 나을 것 같은 기분이다. 도시지역에서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이 입학하거나 전학을 많이 와서 한때 시골학교 치고는 제법 학생 수가 많아, 전교생이 60여명까지 늘었던 적이 있었다는데, 최근 비슷한 형태의 학교가 전국 여기저기에 세워지다 보니 시골지역이라 교통이 불편해서인지 30여명으로 줄었다가, 최근 다시 학생 수가 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교실은 물론 숙소도 부족해서 증축을 해야 하는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운동장은 체육대회 등 지역민들이 화합의 장소로도 활용되며, 동문들을 중심으로 학교와 지역발전을 위한 일들을 많이 하고 있어 학교의 기능과 역할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공간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더구나 현 강민구 교장은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매우 적극적으로 하고 있으며, 학생들을 쾌적한 자연환경속에서 인성함양에 중점을 두고있어 우리사회의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지난날 번창했던 시절이 다시 돌아와 운동장 가득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려오기를 희망해본다. 금반마을은 금반, 석정동, 양촌, 음촌 등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금반과 음촌마을은 법화산 아래자락 서북방향을 쳐다보며 위아래로 늘어서 있으며, 그 앞으로 금반들 일부와 월평저수지에서 내려오는 도랑이 역시 마을과 나란하게 흐르고 있다. 이 도랑을 건너면 석정동과 양촌마을이 한 뼘의 간격을 두고 위아래로 도로 옆에 나란히 붙어있다. 이처럼 4개 자연마을이 약간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어서인지 주민들 간 의사소통에 있어 가끔은 갈등을 빚기도 하고 일부 주민들은 마을을 분리하여 이장을 별도로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주민간 의견대립이 생길 때 마다 마을 분리주장은 계속 될 것 같다. 6.25때는 빨지산과 토벌대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있었던 금반전투가 바로 마을 뒷산에서 있었다. 지리산에서 휴천면 소재지를 대상으로 보급투쟁을 하던 빨지산들이 자주 이용하던 이동루트 중 하나였다고 하는데, 특히 국군 토벌대의 총공세에 따라 지리산과 법화산에서 쫒기던 빨지산들이 목현마을로 잠입하는 과정에서 금반마을을 통과하다 벌어진 금반전투에서는 양쪽 모두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한다. 이유도 모른 체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며 스러져간 젊은 영혼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4개마을 중 제일 위쪽에 위치한 금반(1반)마을 뒤쪽 법화산 방향으로 꼬불꼬불 더듬어 올라가면 산 바로 아래 비닐하우스 3동이 나타나는데, 5년여 전에 이곳으로 귀농한 부부가 살고 있다. 친환경 하우스고추 농사를 짓는데, 일반 고추는 잘 자라다가도 비만 맞으면 탄저병 등 질병이 찾아와 농사를 망치기 쉬운 작물이다. 그래서 비닐하우스를 설치하여 고추농사를 짓다보니 친환경 고추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친환경 농사가 아직까지는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 당연히 비싼데도 불구하고 인식부족으로 충분한 가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농가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안전한 먹거리가 필요한 소비자들 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귀농해서 순조롭게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포기하지 않고 나름대로 노력을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다행히 젊었으니까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고 성공하리라 본다. 주위가 온통 산이고 환경이 좋으니 몇 마리 키우는 토종닭도 늘리고 달걀은 모아 팔기도 하면 어떻겠냐고 권유도 해보고, 도시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관광겸 농촌체험을 하는, 일명 관광형 농업형태인 6차농업에 대한 의견교환도 하였다. 두 번째 마을인 음지(2반)마을 뒤에는 역시 귀농하신 분이 산양삼과 블루베리 등을 생산하고 있다. 도시지역에서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들어와 농사를 짓는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는데, 이웃 임야주인과 다툼이 생겨 임야주인이 사유지라며 길을 막아버리는 사태가 발생하여 지금도 해결지 못하고 있다. 내가 부임하기 전의 일인데 한쪽에는 바위덩이 3개를 막아놓았고 반대편에는 철문을 설치하여 자물통을 채워 자기만 이용을 한다고 하는데, 물론 멀리 돌아가는 길이 있다 하더라도 사유지라고 해서 길을 막는 것은 참으로 고약한 일이다. 중재를 하려고 몇 번 주선을 하였으나 서로 상반되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처럼 지역민들과의 의견 차이에 따른 비슷한 갈등이 적지 않아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세 번째 마을은 양촌으로 불리는 3반이다. 마을이 산을 등지고 동남향이라 햇빛을 많이 받는다고 이름 지어진 것 같다. 특히 이곳으로 귀농하여 석정 경로당회장과 휴천면 노인회 총무를 겸직하고 계시면서 기타동아리 회원으로 기타연주도 수준급이신 안종규씨 덕분에 계속 되었던 주민 갈등이 많이 해결되었다 하니 고마운 일이다. 마을이 군도 3호선 도로변에 늘어서 있고 심하게 굽어지는 도로가 있어 항시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주의를 당부하고는 있지만, 영농철이 되면 경운기 등 농기구 통행이 많고 가을추수 때는 아예 도로 한쪽 차선을 차지하고 벼와 농작물을 말리고 있어 위험천만이다. 일손이 모자라는 데다 추수시기에 날씨라도 궂으면 일주일 이상 가을걷이 일정이 늦어지는 것은 예사여서 그런 사정을 아는 지역민들은 알아서 피해 다니는 것이다. 이 때쯤이면 마을 공터는 물론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는 도로변은 벼를 비롯하여 콩, 참깨 등 농작물을 말리는 장소가 된다. 도심지 같으면 생각도 못할 일인데, 군내버스는 물론 지나가는 차들도 불만스러워 하기보다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듯 조심하면서 지나다니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네 번째 마을은 석정동(돌정지)라는 4반마을 인데, 돌로된 가마솥이나 아니면 돌에서 물이 솟던 샘이 있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일지 모른다. 마을이 끝나는 제일 아래쪽에 경로당이 있고 느티나무가 있는 도로변에는 마루를 넓게 만들어 여름내내 주민들의 휴식처로 사용하고 있다. 그 바로 아래쪽으로 금반초등학교가 있는데 정문에서 학교를 쳐다보면 왼쪽으로 아이들 숙소인 “도담채”가 있고 정면으로는 꽤 넓은 흙으로 된 운동장이 있으며, 1층짜리 교실이 아담하게 있다. 3월초에 부임해 오신 강민구 교장선생님께 흙 운동장을 그대로 보존 하시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더니 자신도 같은 생각이라고 하신다. 한 때 인조 잔디 설치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웬만한 학교는 모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인조잔디를 설치했는데, 인조잔디는 유지관리비가 많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환경 위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금반초등학교는 역시 아토피 특성화 학교니까 다행이다 싶다. 그 아래로 잘 정리된 논이 휴천면 운동장이 있는 곳 까지 도로 양쪽으로 펼쳐지는데, 휴천면에서는 가장 넓은 목현들 이다. 마을을 다니다 보면 동네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된다. 지난해 겨울 어깨를 다쳐 수술까지 한 이 마을 어르신 한 분은 올해는 농사일도 못하겠고, 얼마 안되는 논에는 할매(부인)가 벼농사를 짓고 있으며, 한때 50여 마리까지 소를 키우던 축사는 비워놓기가 서운해서 염소를 3마리 사다놓았더니 지난해 새끼를 낳아 5마리가 되었는데, 염소가 먹기도 많이 먹는 짐승이라 경제적으로 따지면 사료값이 안나오기 때문에 적자라고 하소연을 하신다. 하지만 돈 보다도 젊었을 때 한창 일하던 축사가 애착이 있고, 그래서 비워두면 서운하기 때문에 매일 가축 돌보러 다니는 것으로 위안도 삼고 무엇보다 건강도 챙기면서 소일거리도 되기 때문에 염소를 키운다고 하신다. 이런 모습은 현장에 가지 않으면 알수 없는 농촌의 현실이고 정서이다.메~헤~ 염소야 새끼 많이 낳고 잘 자라거라.. 새해가 되면 지역마다 높고 좋은 산을 골라 해맞이 행사를 하면서 지역민의 건강과 지역발전을 기원한다. 휴천면은 아직 그런 곳이 없어 아쉬웠는데, 지역민의 화합과 단합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도 좋은 장소를 찾아 해맞이 행사를 해야 한다는 지역민들의 건의가 있어, 얼마 전 두 군데 후보지를 선정했더니 두 곳 모두 금반마을 구역이다. 금반전투가 있었던 해발 400여미터의 봉우리와 현재 휴천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역시 해발400여미터의 작은 봉우리인데, 사방으로 전망이 좋고 소재지와 가깝고 접근하기에도 어렵지 않아 지역민 의견을 들어 내년 부터는 휴천면 해맞이 행사장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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