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길이 어르신~~ 밑에 홍시 떨어져요오~~~~” “퍼억...”이웃마을 춘길 어르신과 함께 곶감 만들 감을 수확하는데, 한 사람이 나무위에 올라가서 감을 털어 내리면 한사람은 밑에서 그물망을 치고 주워 담습니다. 지난해에는 이곳 지리산자락 감나무들이 해거리를 하여 수확할 게 별로 없었는데 올해는 가지가 부러지도록 많이 달렸습니다. 그런데 감을 털어 내리다 보면 심심찮게 돌발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장대에 감나무 가지를 끼워 비틀 때 잘 익은 홍시가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의 머리위로 대책 없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홍시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춘길이 어르시인~~ 밑에 홍시 떨어져요오~~~” 라고 급히 소리치지만 홍시는 소리보다 더 빨리 어르신 머리에 도착해버립니다. 머리카락 몇 올 없는 어르신의 시원한 대머리에서 홍시가 터지면 “아고고~~죄송해요오~~”하고 소리치고는 터지는 웃음을 참느라 어금니를 꽉 깨물어 버립니다. 한번은 춘길 어르신이 나무에 올라가고 내가 밑에서 감을 주워 담는데 칠순을 넘긴 어르신이 감을 얼마나 잘 터시는지 아래에서 감을 주워 담느라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으어이~~ 떨어진다아~~”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치켜드는데, 미처 피할 새도 없이 홍시 두 개가 내 얼굴에서 연이어 퍽퍽 소리를 내며 터졌습니다. 비록 홍시지만 눈두덩이에 맞으니 아프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여 얼굴을 찡그린 채 나무위에 있는 춘길 어르신을 원망의 눈초리로 쳐다보니, 어르신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어어이~~괜찮나?”하고는 뒤로 돌아 나무둥치를 끌어안더니 쪼그리고 앉습니다. 왜 그러시나 싶어 가만히 보니 어깨가 들썩들썩 엉덩이가 실룩실룩 하는 게 분명 웃고 있습니다. 웃다가 나무에서 떨어질까 봐 나무를 끌어안고 몰래 즐거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로서는 전혀 웃을 기분이 아니었지만 이런 종류의 웃음은 워낙 전염성이 강한지라 내 얼굴에도 살짝 미소가 칠해 졌습니다. 얼굴에 묻은 홍시를 손으로 대충 걷어 내고 입술 주변에 혀를 돌려 홍시의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음미하다가 어느 순간 웃음이 터져 넘어갔습니다. 배를 잡고 웃다가 홍시를 밟고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으면서도 눈물이 찔끔 나도록 웃었습니다. 곶감용 감은 무서리가 한두 차례 내려 감이 방금 운 아이 볼처럼 발그레해지면 수확을 시작하는데, 그중 성질 급한 녀석들은 벌써 홍시가 되어 제멋대로 떨어집니다. 이 홍시는 감을 수확하는 가을 그리고 곶감을 깎아 말리는 겨울 내내 곶감쟁이들의 훌륭한 간식거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즐거운 웃음거리를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춘길 어르신이 나무에 올라가면 유난히 홍시가 많이 떨어져 (그것도 내 머리위로) 혹시 고의로 던지는 게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한번은 내 머리에서 폭발한 홍시를 걷어내며 “어르신!! 이건 어르신이 던진 거 아닙니꺼?”하고 다그치니 “이 사람아~ 나무에 올라가서 감 털기 바쁜데 야구할 시간이 어디 있노... 내가 투수도 아이거만...”하고 실실 웃으십니다. 그러다 내가 웃는 얼굴로 눈을 빤히 쳐다보며 압박하면 어르신은 엄숙한 표정으로 턱을 쓰윽 내미시는데 웃음을 참느라 볼이 실룩실룩하는 게 역력합니다. 맑고 쾌적한 가을 날 고목에 올라서서 푸른 하늘에 머리를 담근 채 감을 수확하는 곶감쟁이들은 순수한 기쁨으로 활기가 넘칩니다. 하지만 주변 풍경을 지배하는 높은 나무에 올라서서 감을 따는 것은 힘들기도 하고 때로는 위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곳 지리산 자락에서 엄천강을 바라보고 자란 나무들은 모두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당당하게 자란 나무들이라 더 그러하지요. “어어이~~ 조심해~~ 감 털다가 인생 털어 버릴라...” 내가 나무에 올라가면 춘길 어르신은 미덥지가 않아 꼭 한소리 합니다. 춘길 어르신이 나무에 올라가면 나도 미덥지가 않아 한소리 하고 싶어 입이 달싹달싹합니다. “영감님~~ 재밌다고 자꾸 홍시 던지지 마시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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