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의 대표 시인 정태화(본명 정경화·58)씨가 20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냈다. 정 시인은 지난 1995년 첫 시집 ‘선인장꽃은 가시를 내밀고 있다’(도서출판 청학)를 낸 이후, 이번에 제5회 시산맥 기획시선 공모 당선시집으로 ‘내 사랑 물먹는 하마’(시산맥사, 8000원)를 펴냈으며 지난 4월11일 출판기념회를 통해 100여명의 지인 등과 함께 감사를 나눌 수 있었다. 정태화 시인을 그의 시 세계를 들어 봤다.
정태화 시인은 “그 동안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틈틈이 작품을 만들고 시를 펴낼 기회를 기다리다 이번에 그 동안 모아 왔던 작품으로 시집을 펴 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조금은 불편한 몸이지만 항상 서정적인 글을 통해 울림을 전하는 정태화 시인.
이번에 발표한 시집 중 함양을 소재로 한 ‘금대암에서 압축파일을 풀다’에서는 금대암 높은 곳에서 항상 내려다보고 있는 부처를 우리 일상생활로 함께 내려와 유람을 떠난다. 일상에서 만난 모두가 부처이며 그들을 바라보는 이들 또한 부처다. 그는 “공경의 대상 부처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의 부처, 우리가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에 불심이 있고 부처가 있는 것을 표현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994년 계간 ‘시와 시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정태화 시인은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을 통해 재등단 했다. 한국시인협회, 지리산문학회, 한국문인협회 함양지부 회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의 시는 이야기 같다. 정 시인은 시 속에 구체적인 사물이나 이야기가 등장해 시를 끌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는 감정을 곧바로 내비치지 않고 그 사물에 싣는다. 그 사물이 한 마리 벌레, 바람, 물, 그냥 주변의 나무 등 모든 사물이 소재다. 그래서 그의 시를 읽으면 더욱 몰입되고 재미있는지도 모른다. 정 시인은 “시는 내가 쓰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로 오는 것이다”라며 “시는 내 머리 내 가슴을 통해 나왔지만 그것은 내가 아니라 어떤 소통을 통해 나에게로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각조각 깨어진 햇살 파편,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하동 쌍계사 벚꽃 길 / 벚꽃나무 아래서 길을 잃고 사람을 만날 때는 / 그윽한 바람의 눈매 그 사람과 우뚝 마주서지 말아라 / 하동 쌍계사 벚꽃 길 벚꽃나무 아래서 길을 잃고 사람을 만날 때는 / 하늘하늘 나부껴 흐르는 꽃잎 올려다보지 말아라 / 당신도 필시, 조각조각 깨어진 모서리 날카로운 파편 바람일 것이니.’ (‘사람이 사람을 만날 때는’) 조금은 냉소적이게도 우수수 떨어지는 벚꽃을 사람의 일생에 비유한다.
정 시인의 이번 시집은 4부로 구성해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그가 작업한 100여편 중에서 46편이 이번 시집에 실렸다. 항상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정 시인이지만 한편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힘든 과정이 기다린다. 초고를 잡은 후 40~50번의 탈고라는 험난한 과정을 거치면 처음과 완전히 다른 느낌의 시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글을 쓰는 그의 곁에는 한 병의 막걸리가 놓인다. 그는 “그냥 쓰려면 온갖 잡생각으로 인해 집중할 수가 없다. 소통을 위한 매개체로 막걸리를 먹는다. 많이 먹지는 않고 한 병이면 족하다”라며 해맑게 웃었다. 그는 “책의 홍수시대 어떤 책의 경우 종이 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다. 물론 내 책도 전문가들이 보기에 좋게 보이지 않겠지만...”이라며 “고민도 열정도, 깊이도 없이 생산해 내고 있는 글들은 글쓰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특히 “세상은 끝없이 발전하고 있는데 ‘시’는 늘 ‘나그네’나 ‘진달래꽃’, ‘접시꽃당신’ 등의 옛 시의 수준을 원하고 있다. 물질문명이 발전한 만큼 정신세계 역시 발전했는데 일반 독자들은 이것을 따라오려 하지 않는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글을 쓰는 것만으로는 생활하기 힘든 전업작가의 현실, 그리고 우리나라 문학계의 전반적인 현실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다.
마흔이 넘어 늦깎이 결혼식을 올려 아내와 이제 10살인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는 정태화 시인. 정태화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내 사랑 물먹는 하마’는 전국의 주요 서점은 물론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또한 교보문고 전자책으로도 나와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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