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하는 농부가 곡식을 먼저 받는 것이 마땅하니라’(딤후2:6)
양파를 모른다면 함양을 모르는 것이다. 양파농사의 전 과정에 베여 있는 농부의 땀과 정성, 애환을 모르고서야 어찌 함양의 사람이라 하겠는가? 양파를 외면하고서야 함양 산골의 목회자라 할 수 있겠는가?
함양은 해마다 가을엔 양파파종과, 6월은 수확을 위한 진통을 겪는다. 전쟁을 방불케 한다. 양파는 단 기간에 거두고, 또한 옮겨 심어야 한다. 그래서 시간과의 전쟁이다. 촉박한 시간에 비라도 내린다면 마음이 타들어간다.
일꾼이 턱없이 부족하다. 전쟁에 나가는데 군사가 확보되지 않으면 어찌 전쟁을 승리하겠는가? 일꾼 모시기에 혈안이 된다.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일꾼을 모셔 오는 것에 양파 수확의 승패가 달려 있다. 그것이 실력이다. 미리 약속된 일꾼들이 펑크라도 내는 날이면 낭패다.
양파를 캐는 시기에는 날이 몹시도 무덥다. 함양의 태양은 강렬하기 그지없다. 흐르는 땀을 닦으며 연신 물을 들이켜도 숨이 막혀 온다. 육신적 한계를 넘어야 한다. 자신과의 싸움이다. 양파를 담고, 옮기는 일은 고된 일이다. 허리가 아프고, 밤에는 삭이 쑤신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양파는 눈물을 먹고 자란다. 모종을 가꾸고 옮기면서 진통을 겪는다. 땅을 다지고 씨를 뿌리고 톱밥으로 덮는다. 그렇게 가을을 준비하여 가을 추수가 끝나면 새로운 양파 전쟁이 시작된다. 거름을 뿌리고, 비료를 뿌리고 두둑을 만들면 약을 치고 비닐을 덮는다. 괭이로 비닐을 덮는 것도 여간 고역이 아니다. 허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름도 경운기에 싣고 직접 삽을 가지고 뿌렸다. 언 손을 녹여가면서 모종을 옮긴다. 한 겨울을 지나고 봄부터 빠른 성장을 한다. 비가 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비료를 뿌린다. 때를 맞춰 약을 쳐 주어야 한다. 그 모든 일에 양파를 사랑으로 대하는 농부의 눈물이 스며든다. 양파는 눈물이며 애환이며 또 한편으로는 소망이다.
양파를 수확하는 날, 뽑힌 양파, 망에 담겨져 온 논에 벌겋게 세워져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또한 모아서 재놓은 것을 보면 뿌듯하기까지 한다. 그것을 햇볕을 차단하는 차광막과 그 위에 비닐을 덮어 비를 대비하면서 싣고 가기를 기다린다.
그래서 양파는 기다림이다. 겨울을 지나 봄을 기다리고, 가뭄에는 비를 기다리고, 그렇게 알이 굵어지기를 기다린다. 재 놓은 양파는 빨리 싣고 가야 한다. 다른 집보다 늦을 것 같으면 애가 탄다. 양파를 농사하는 전 과정에 단연 주 관심사는 가격이다. 심을 때와 자랄 때 캘 때와 수매할 때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가격이 정해지고 입금을 기다리는 것은 즐거운 기다림이다.
무엇보다 양파는 목사를 돌아보게 한다.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어김없이 양파 전쟁시에 목사에게 감당할 수 있는 작은 시험이 있다. 그것을 이겨야 한다. 올해는 어머니께서 ‘돈이 힘이다’라고 하시면서 내 속을 긁어 놓으셨다. 웃어넘기려고 농담을 했더니 강력하게 뼈아픈 비수를 던져 오신다. 지나고 나니 그것도 행복이다. 어머니가 계시다는 감사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여! 양파를 가지고 시비 걸지 말라! 양파는 전쟁의 결과이며, 눈물의 결정체이며, 세월의 진가이며, 온갖 사연을 담고 있는 함양인의 삶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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