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1일 오전9시 인청공항에서 네팔 카트만두행 비행기에 올랐다. 꿈에도 그리던 고향에 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르고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 남편과 5세 아들, 5개월 딸아이와 함께 창공을 가르며 시속870킬로 속도로 달리는 6시간여의 비행 끝에 내린 카트만두공항. 까다롭지 않은 수속을 밟고 공항 밖으로 나오니 짐을 옮기는 사람, 서로 자기네 택시를 이용하라고 손을 잡아끌며 수선을 떤다.
남동생이 마중을 나오기로 했는데... 낭패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찾고 있는데 저만치서 남동생이 환하게 웃으며 달려온다. 가족들 선물이 담긴 가방 다섯개를 웬 낮선 사람들이 봉고차에 싣고 우리 가족을 마치 귀빈 대하듯 차의 상석으로 안내한다. 차도 깨끗하고 서비스도 너무 좋다. 그런데 차가 출발하려니 짐을 실어준 건장한 사내들이 한국돈 만원지폐를 보여주며 같은 돈을 요구한다. 동생이 가져온 봉고차에 그들 또한 당연히 동생의 지인일거라 생각했는데, 아뿔사! 아니었다.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제자리에서 단지 차에 짐을 실어주고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저렇게 차량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 돈을 요구하고 줬던 기억이 난다. 남편은 천원 2장으로 그들을 보냈다. 남편의 개운치 않은 표정이 혹여 나의 고향 네팔에 나쁜 이미지를 심어줄까 잠시 걱정하면서 우린 금세 언니가 보내준 에어컨이 나오는 좋은 차를 타고 부모님이 기다리는 바우다 아타르켈로 향했다.
8년이 지나도 이곳은 여전히 그대로다. 먼지가 휘날리는 중앙선 없는 혼잡한 도로, 차와 뒤엉키듯 달리는 오토바이들, 길거리에서 규칙없이 자리잡아 장사하는 수많은 상인들.
지진으로 고향집 가는 길이 무너지고 집도 무너져 한국에서 딸이 온다고 하니 부모님이 급하게 아타르켈에 달셋집을 얻었다고 한다. 6층 건물 5층의 전망 좋은 방 두 칸의 깨끗한 집. 그곳에서 부모님과 언니, 가족이 반갑게 맞아준다. 눈물이 나오려는걸 간신히 참고 있는데 부모님 눈에서 먼저 눈물이 글썽인다. 아빠는 많이 아프시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건강하셔서 너무 다행이어서 눈물이 난다.
건너편 건물에 살고 있는 셋째오빠네 딸들도 오고 저 멀리 사는 둘째 오빠네도 왔다. 한국에 함께 결혼이주 한 큰오빠의 큰딸인 조카도 이번에 함께 왔는데 큰오빠도 곧 온다하고. 많은 가족이 모이니 먹을거리도 있어야 해서 우린 시장에 나가 고기와 채소도 샀다. 근데 모든 물가가 너무 비싸다. 어떤 건 한국과 비슷하다. 돈벌이가 귀한 네팔인데 물가가 이리 비싸니 모두들 어찌 살아가는지 걱정이다. 에고~ 내가족도 못 챙기면서 내가 무슨 생각하나하고 자책을 해본다.
늦은 저녁 한국에서 가져간 소주에 반가움을 나누며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했다. 마치 오늘 못하면 내일도 없다는 듯이...
다음편엔 둘째날, 무너진 바우다사원 상판과 전통공예품 시장 풍속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네팔새댁 다와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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