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장(場)은 재래시장만이 가진 정(情)이 오갔다. 치솟는 물가에 꽁꽁 닫아뒀던 지갑도 이날만큼은 저절로 열렸다. 추석 준비에 나선 사람들로 지리산함양시장은 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 9월22일 추석을 5일 앞둔 지리산함양시장(상인회장 손상길)은 추석 대목장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제수용품을 구입하기 위한 사람들이 흥정하며 모처럼 활기를 띤 지리산함양시장. 손수레와 장바구니를 챙긴 손님들은 더 좋은 물건들을 고르기 위해 이리저리 동선을 이어가며 물건을 구입했고 상인들은 한 사람이라도 더 손님을 받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불황으로 상인들은 예전 같지 않다고 걱정하지만 그래도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추석날 모일 가족들 생각에 지갑 속에서 빠져 나오는 돈이 아깝지 않은 모습이다. 올해 특히 식감과 당도가 좋다는 평을 받고 있는 과일가게 앞에서는 값을 깎으려는 손님과 상인간의 한바탕 흥정이 벌어졌다. 과일가게 배점순(61)씨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대목장을 맞이해 평소보다 5배는 수익을 낸 것 같다”라며 “시장경제도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면 좋겠다.”라며 모처럼 북적이는 대목장 풍경에 흡족해했다. 과일가게뿐만 아니라 차례상에서 빠질 수 없는 어물전과 생선전, 채소가게, 옷가게 등 모두가 추석 대목을 맞아 재래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흥정 풍경을 자아냈다. 사람냄새가 풀풀 나는 전통시장은 비록 전처럼 전성기를 누리지 못하지만 전통시장만이 가진 소박한 풍경과 삶의 현장을 볼 수가 있다. 시장 인근의 떡집에도 대목 분위기가 전해졌다. 추석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송편을 대부분 가정에서는 직접 빚지 않아 송편을 사가는 손님이 많아지면서 떡 판매량도 부쩍 늘었다. 대목장의 분위기로 활기를 띠는 재래시장이지만 이곳을 찾는 모두가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 식육점에서 만난 김순자(55)씨는 “다른 분들은 추석 분위기를 즐기지만 우리 가정은 취업준비로 명절에도 못 내려오는 아들 때문에 걱정이다. 아들이 평소 좋아하던 육전을 만들어 택배로 보낼 생각”이라며 한숨 섞인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 대목장은 평소 5일장보다 활기를 많이 띠었지만 경기불황으로 인해 예전 대목장의 모습보다는 찾는 이들의 발길이 많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한 상인은 “물가안정이 되어야 손님들 발걸음이 가볍지 않겠나.”라며 “말로만 물가안정을 외치지 말고 확실한 대책을 강구해 줬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강석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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