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촌은 최대의 난관에 봉착해 있다. FTA 등으로 인한 시장의 개방, 그리고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상실, 그리고 정부의 농업정책 등은 농업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왔으며 이는 곳 농업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 근간을 이룬 농업이 위기를 맞으며 정부에서도 농업 농촌의 동력화를 위한 정책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등 이에 맞선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농업의 융복합을 통한 부가가치의 최대화를 꿈꾸는 ‘6차산업’으로의 전환이다. 단순 농특산물 생산의 1차산업에서 벗어나, 생산·가공에서부터 판매, 그리고 농촌관광까지 모든 산업을 망라한 6차산업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우리나라 농업 농촌 현실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의 주최로 지난 9월16일부터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청정 농목축산업 현장연수’를 다녀왔다. 이번 현장연수는 농촌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부가가치를 최대한 높이고 있는 다양한 현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2박3일의 일정으로 이뤄진 이번 현장연수에서는 하동의 ‘청솔원’, 합천 ‘양떡메마을’, 함양 ‘두레마을’, 전북 김제의 ‘건지 농업회사법인’, 전남 해남군의 ‘영농조합법인 강산이야기’, 전남 장흥군 ‘풀로만 농장’ 등 지역의 대표적인 6차산업 현장을 둘러보았다. <편집자 주>농업농촌 생존의 대안 6차산업농업 농촌은 고령화로 인한 생산적 복지 확대의 필요성 대두와 농촌 공동체성 회복에 대한 요구 등 내부적 요인은 물론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관심 고조, 안전한 농식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 증가, IT·BT·NT 등 기술과 농업의 융복합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했다. 여기서 나온 것이 농업 농촌의 6차산업화다. 6차산업화란 농촌에 존재하는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바탕으로 농업과 식품·특산품 제조·가공(2차산업) 및 유통·판매, 문화·체험·관광 서비스(3차산업) 등을 연계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를 통해 농업인 등 농촌지역주민이 주도하에 지역 부존자원을 활용, 여기서 창출된 부가가치 및 일자리가 농업 및 농촌으로 내부화되고 지역 자본으로 형성되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6차 산업은 농업농촌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체계로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생산적 복지 실현,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농촌지역이라면 존재하는 일상적인 자원에 상상력이 더해지면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진다. 쌀을 예로 10kg을 단순 도정만 해 판매하면 2만3000원을 받을 수 있다면, 떡으로 가공 시 13만원, 전통술로 가공할 경우는 21만3000원까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최대 10.7배까지 부가가치를 높여 농촌 지역에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과거의 생산 중심에서의 농업정책에서 탈피해 생산과 제조 가공, 체험 관광 등 농업 농촌의 유무형의 자산을 융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농촌의 활력 증진과 일자리를 늘리는 등 다양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 같은 6차산업은 지난 2014년 6월 3일 ‘농촌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는 등 정부에서는 6차산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남에도 6차산업을 견인하기 위해 경남농업6차산업화센터(한국국제대학교, 센터장 손은일 교수)를 설치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농업 6차산업화센터는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 인증, 6차산업화 현장 코칭, 6차산업 창업지원, 6차산업 우수 사례 및 제품발굴 등을 중점 지원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2015년 현재 경남도 내 38개 농촌융복합사업자 인증 업체를 관리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200개 업체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김해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내에 안테나숍을 운영하며 120여 가공제품 업체의 1000여 제품과 함께 180여 업체 1450여 제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지역 자원을 활용한 6차 산업 현장경남 합천군 하남마을. 이곳은 이제 하남마을이라는 옛 지명보다 ‘양떡메마을’이라는 새로운 명품 이름이 더욱 많이 알려진 곳이다. 양파와 떡, 그리고 메주의 앞 글자를 딴 양떡메마을은 마을 자체가 6차 산업의 현장이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양파를 이용해 양파즙을 만들고, 지역 특산물인 쌀과 콩을 이용해 떡과 메주를 만든다. 거기에다 손두부만들기, 양파·감자캐기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겸하며 6차산업을 완성할 수 있었다. 양떡메마을 성영수 운영위원장은 “처음에는 6차산업이 뭔지도 몰랐지만 우리가 해 왔던 것이 바로 6차산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가공해 이를 판매하고 지역 자원을 이용한 체험 관광 등이 더해지면서 6차산업이 완성됐다.”라고 설명했다. 하남마을은 예전부터 장수하는 분들이 많아 2006년 농촌건강장수마을로 선정되면서 공동체사업이 시작됐다. 2008년에는 정보화마을로 선정되면서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판로를 체계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 2010년에는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서 평범해 보이는 ‘하남마을’을 ‘하남양떡메마을’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만들었으며 2014년에는 3억6000여만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양떡메마을의 진풍경은 점심시간이면 볼 수 있다. 마을 주민 100여 명 중에서 60~70여명이 마을 앞에 마련된 공동급식소로 향한다. 점심식사를 위해 찾는 이들은 대부분 어르신들로 홀로 식사를 하는 것보다 다 함께 모여 양질의 식사를 하는 것이 건강에 더욱 좋다는 것이 공동급식을 한 배경이다. 공동 급식의 재원은 마을기업을 운영하며 나오는 수익금으로 운영된다. 첫 시작은 일주일에 한번이었으나 어르신들의 반응이 매우 좋아 주 5회로 늘렸으며 2017년부터는 저녁식사도 제공할 계획이다. 성영수 운영위원장은 “간단한 반찬과 따뜻한 국을 제공했을 뿐인데 마을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점심식사를 하며 마을 주민들이 모여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소소한 일상도 나눈다. 이로 인해 마을의 결속력도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양떡메 마을이 마을기업으로서 6차산업을 선도하고 있다면 지역의 부존자원을 이용한 개인의 6차산업 성공신화도 있다. 바로 함양의 (주)두레마을(대표 이상인)이 그곳이다. 지리산 자락 해발 500m 고지 3만3000㎡의 부지에 지은 와인공장·와인동굴·체험장·카페 등이 어우러진 유럽풍 전원농원으로 한 해 매출 15억 원을 올릴 정도로 전국적으로 알려진 6차 산업 선도모델이다. 지난 8월 ‘제3회 6차산업화 우수사례 경진대회 중앙대회 사례발표 및 시상식’에서 함양 산머루 와인밸리 관광산업이 금상을 수상했다. 또 지난 6월에는 ‘3회 경남도 6차 산업화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을 정도로 우리나라 대표 6차산업 현장이기도 하다. 이상인 대표는 “예로부터 지리산 일대에서 자생하는 산머루를 이용해 이를 와인으로 제조해 판매하고, 와인동굴·체험장 등에 관광객들이 찾아들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상인 대표는 지난 2005년 현재의 자리에 머루농장을 만들고 ‘한국적인 우리만의 독창적인 산머루 와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산머루 와인과 함께 도시민들이 관광들이 투어를 즐기는 복합영농이 그것이다. 산머루를 테마로 한 유럽풍 컨셉의 와인벨리는 도시민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이상인 대표는 “농업을 기반으로 한 미래농업, 창조농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농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6차산업, 복합영농이 그 해답”이라고 전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동물복지’6차산업이 최근에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안전한 농식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 증가도 한 몫 한다. 그 중에서도 동물복지를 통한 안전한 먹거리 생산은 전 세계적인 화두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축 사육 현장은 밀식사육이다. 달걀을 생산하는 암탉은 움직이지도 못하는 좁은 케이지에 갇히고, 돼지와 소도 좁은 우리에서 살만 찌우기 위해 먹고 자는 일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동물복지란 인간의 필요에 의해 가축을 사육할지언정 최소한의 배려를 해 주자는 것이 기본 개념으로 가축이 자연 상태에 가까운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담보해 주는 것이다. 대부분이 밀식사육을 하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몇몇 곳만이 동물복지를 통한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다. 경남 하동군 금남면에 위치한 ‘청송원’은 우리나라 복지농장 1호다. 농장을 둘러보면 넓은 방사장에서 자유로이 먹이를 주워 먹는 닭들을 만날 수 있다. 층층이 가득한 케이지도 보이지 않고 그저 닭들은 자유로이 움직이며 먹이활동을 하고 알을 낳는다. 1998년 귀농한 정진후 대표가 우연히 이웃에게 얻은 병아리 30마리로 시작된 청솔원은 현재 1만5000평의 부지에 7개동 1000여평의 계사와 방사장, 그 속에 2만 마리의 암수 닭이 자연 속에서 움직이며 연간 300만개의 유정란을 생산한다. 닭장과 방사장을 오가는 닭은 병에도 강하며 건강한 달걀을 생산해낸다. 이곳의 달걀은 전량 서울 등 수도권에서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정진후 대표는 “자연방사로 사육하면 케이지를 사용하는 일반 농장에 비해 넓은 토지가 필요하고, 산란율 또한 20%가량 떨어지지만 품질과 위생·안전성면에서 앞서는 등 부가가치 높은 친환경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동물복지 농장인 ‘건지 농업회사법인’. 계사 바닥에 짚을 깔아주는 대신, 촘촘한 플라스틱 망을 설치한 ‘고상식 계사’를 통해 닭을 사육한다. 닭의 배설물은 30cm 이상 높이의 플라스틱 망 사이로 떨어져 바닥에 모이고 배설물들은 자동화 시설을 통해 축사 뒤의 한쪽 구석에 모여진다. 닭의 몸에 배설물이 묻지 않고 깔짚이 필요 없다. 이를 통해 청결한 닭을 생산할 수 있으며, 축사의 악취도 많이 줄일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기존 1.5kg의 기본적인 닭보다는 훨씬 큰 2.2kg의 대형닭을 생산한다. 일본은 2.8kg, 중국은 2.6kg, 미국은 2.4kg으로 닭고기가 출하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만 1.5kg내외에 출하 된다. 대형닭 사육이 확산되면 생산비, 노동력, 가공비 등이 절감되고, 경쟁력이 확보돼 양계산업의 활로가 열릴 것이라는 것이 건지의 기본 이념이다. (주)건지에서는 이렇게 생산된 대형닭의 유통을 위해 치킨프랜차이즈 ‘군계일닭’을 설립했다. (주)건지 관계자는 “닭에게 쾌적하고 위생적인 사육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닭들이 더 잘 먹고 잘 크게 됨은 물론 육질도 일반닭보다 좋다”라며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대형닭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전남 해남군의 동물복지 1호 양돈농장 ‘영농조합법인 강산이야기’. 자연농업으로 친환경 양돈을 실천하는 5농가가 모인 영농조합법인인 이곳은 동물복지 개방형 톱밥돈사에서 태어나면서부터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행복하게 자라는 돼지를 길러낸다. 동물복지 개방형 농장에서 무항생제 사료를 먹여 키운 돼지를 고객의 식탁까지 안전하게 제공하기 위해 생산에서부터 가공, 제조, 유통까지 수직 계열화해 전 사업장에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을 적용해 보여주는 축산을 이룩하고 있다. 돼지를 좁은 틀에 가두어 기르지 않고 운동이 가능한 공간과 충분한 깔짚 제공하고 있다. 70cm 이상 두텁게 깔린 톱밥은 배설물을 모두 흡수하고 자연스럽게 발효되어 악취를 풍기지 않는다. 또 새끼돼지의 이빨이나 꼬리 자르기를 하지 않는 등 동물복지를 지켜 나가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돼지의 비선호 부위는 현재 수입육과 발색제가 첨부된 제품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햄과 소시지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강민구 대표는 “동물복지 양돈농장은 일반 시설에 비해 비용도 많이 들고 유지하는 게 힘들지만 행복하게 자란 동물이 인간에게 유익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동물복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사람은 사랍답게 소는 소답게’라는 슬로건으로 초식동물인 한우를 위해 풀만 먹여 기르는 전남 장흥군 ‘풀로만 농장’. 풀로만 농장에 들어서면 잔잔한 스위스 민속음악이 흘러나오고 넓은 축사 내외부에서는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을 볼 수 있다. 3000 평의 넓은 축사에 30마리의 소들만이 사육되고 있다. 소가 먹는 풀은 주변 경종농가가 벼농사 이후 목장과 계약재배로 모두 충당한다. 소들은 자동목걸이에 걸어서 풀을 먹이며 이상이 있는 소들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축사 외부의 넓은 방사장은 자연 상태에서 소들이 자유롭게 운동을 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없는 환경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게 함으로써 건강한 소를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 17만 한우 사육 농가 중에서 유일하게 유기농 목초만을 먹고 성장한 ‘그레스-페드’ 한우를 생산하는 곳이다. 건강한 소에서 생산한 저지방 적색육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아미노산과 철분 등 미네랄 등 양질의 영양소 공급원이다. 조연현 사장은 “현재의 사육방법은 마블링 된 부드럽지만 맛없는 싱거운 쇠고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한우를 가장 소답게 길러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게 하는 것은 한우사육 농가도 그 한우의 쇠고기를 소비하는 소비자도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말했다.강대용 기자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15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