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근로의 의무와 납세의 의무, 국방의 의무, 교육의 의무를 4대 의무라 말하고, 재산권 행사와 환경보전의 의무까지 합쳐서 6가지를 국민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 중에 국방의 의무, 또는 병역의 의무는 남과 북이 분단된 현실에서 꼭 필요한 국민의 의무이다. 그런데 최근에 고위공직자의 아들 30명이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해 외국 국적으로 변경하면서 병역 의무를 회피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왠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4급 이상 직위의 고위공직자 아들 가운데 ‘국적 이탈 혹은 상실’을 사유로 30명이 병적에서 제적되었다는 것이다. 이들처럼 국적 이탈 혹은 상실을 통해서 병역 의무를 회피한 사람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반면에 외국 영주권자로서 군 복무할 의무가 없는 사람이 자진 입대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외국 영주권자로 자원입대한 경우는 지난 2011년 200명에서 지난해 436명으로 3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고, 올해엔 7월까지 316으로 집계되어 지난해 수치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위공직자 아들 중 외국 영주권자로서 자원입대한 경우는 5년 동안 4명에 그쳤다고 하니 병역기피는 역시 특권 중에 특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의 할머니는 내가 태어나던 해에 아들(필자의 선친)을 군에 보내 마음이 많이 아프셨던지 당신의 손주가 성인이 되었을 때에는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오길 바라셨다. 그러나 필자도 대학을 다니다가 어김없이 군 생활을 해야 했고, 아직까지도 병역의 의무는 피할 수 없어서 필자의 두 아들 역시 병역 의무 대상자들이 되었다. 연년생인 두 아들 중에 큰 아들은 학사장교를 지원했기 때문에 내년에 졸업과 동시에 입대를 하게 되었고, 그 바람에 작은 아들이 형보다 먼저 군에 입대했다. 대학에 다니고 있던 작은 아들은 기말고사 기간에 입영통지를 받고서 교수님께 미리 양해를 얻어서 기말고사를 앞당겨 보고는 그 다음날 바로 창원에 있었던 39사단 신병훈련소로 입영했다. 작은 아들은 상근예비역으로 배정되는 행운(?)을 거머쥐고 집에서 21개월간의 군복무를 하면서 동네 예비군 면대본부로 출퇴근을 했다. 작은 아들은 엄마에게 혜상이라는 자기 이름 대신 ‘상근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면서 매일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다. 급식이 일반화되어 있는 요즘 같은 세상에 학교에 다닐 때에도 도시락을 안 가지고 다녔는데, 매일 도시락을 준비해 주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정해진 월급 외에 점심 식대와 교통비까지 지급되는 상근예비역 제도 덕분에 작은아들은 군 생활동안 적잖은 돈을 모았고, 올겨울에 유럽여행을 준비 중에 있다. 시골 교회에 사람 하나가 귀한 판에 집에서 군 생활을 하면서 교회에 나오는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교회 차량을 운행하면서 시간마다 예배를 돕는 작은아들이 고맙고 대견스러웠다. 그런데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놓아도 돌아간다’고 했던가? 어느덧 시간이 지나서 지난주에 작은 아들이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추운 겨울에 신병훈련을 마치고 퇴소식을 하던 날, 군복을 입은 아들의 가슴에 이등병 계급장을 달아주면서 코끝이 찡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제대라니…. 작은 아들은 말년 휴가를 받아서 이미 학교에 복학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제대 하루 전날 포항에 있는 아들을 데리고 오면서 세 시간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모처럼만에 부자의 정을 나누었다. 새벽 한 시에 집에 도착할 때까지 피곤하긴 했지만, 아들에게 운전대를 맡기고서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언제 또 이런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싶어서 학교생활과 학과 전공과목 얘기며, 앞으로의 진로와 결혼 이야기도 나누면서 여자 친구의 안부도 전해 들었다. 이튿날 아침 함양대대에 가서 전역신고를 하고 나온 아들은 예비군 마크가 붙어 있는 모자를 쓰고 있었다. 군 생활동안 사고도 많고 여러 가지 변수들도 많이 있는데, 무탈하게 군 생활을 잘 마쳐준 아들이 고맙기만 했다. 필자는 진주에서 2시 차를 타야 한다며 학교로 떠나는 아들에게 돈 오만 원을 쥐어주었고, 아들은 거수경례로 아빠를 흐뭇하게 해 주었다. 제대를 두 달 앞두고서는 열심히 감사 준비를 하더니 함양과 산청 지역 전체 면대에서 1등을 했고, 전역 신고하는 날 대대장에게 표창장도 받았다. 제대하는데 그까짓 표창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어느 조직이나 어느 단체에 들어가더라도 어디서든지 인정받고 칭찬받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작은 아들은 경영학과 글로벌 에디슨 아카데미(GEA)를 복수 전공으로 선택했다. 작은 아들이 다니고 있는 포항의 H 대학교는 이번 전국 대학 평가에서도 최우수 A등급 평가를 받았다. 작은아들은 국제화 교육과 탤런트 창의성 교육, 정직성 교육, 공동체 교육, 해외 봉사 훈련 교육 등을 통한 전인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자기 학교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상냥하고 싹싹한 작은 아들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활달해서 어디에서나 자기 역할을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 적어도 자기 학교를 자랑하고 자기 나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어찌 바른 인재가 되지 않겠는가?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한 작은아들을 보면서 병역의무를 성실하게 감당하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청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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