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상림의 가을은 꽃무릇이 피면서 열린다. 노란 꽃무릇 몇 그루가 먼저피고 그 꽃이 지고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붉은 꽃무릇이 일제히 긴 목을 빼고 온 숲을 불바다로 만들어 장관을 연출한다. 꽃이 핀 숲속을 걸으면 별천지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아직은 꽃무릇 명소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마다 분포 면적이 늘어나고 밀도가 촘촘해지고 있어 멀지 않아 전국 최고의 꽃무릇 군락지가 될 것 같다. 꽃무릇은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꽃말이 이루지 못할 사랑이라고 한다. 상림숲을 조성한 목적이 애민정신(愛民精神)에서 비롯된 탓인지 상림에는 사랑과 관련된 것들이 참 많다. 느티나무와 개서어나무가 한 몸 되어 사랑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는 연리목이 있고 숲 동쪽 가장자리에만 있는 100년이 훨씬 넘었음직한 몇 그루의 이팝나무들이 5월이면 눈처럼 하얀 꽃을 아름답게 피운다. 이팝나무 꽃말이 영원한 사랑이라 하니 연리목과 이팝나무 아래서 사랑을 기약하기 좋은 최고의 장소인 것 같다. 동쪽 산책로 길 옆에 심어 놓은 도라지꽃 역시 영원한 사랑을 담은 사랑 약속 꽃이다. 서쪽 위천수 방천둑에는 첫사랑 꽃 연산홍이 있고 진한 어둠을 지나야 피어난다는 나팔꽃은 덧없는 사랑이라고 한다. 첫사랑의 덧없음을 이야기 하듯 몇 송이 피어 있다. 우아하고 귀품 있는 연꽃은 아쉽게도 꽃말이 소원해진 사랑이란다. 사랑하는 사이도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소원해 질수 있다는 것을 묵언의 미소로 전한다. 숲 중앙 인물공원에는 이 고장을 사랑했던 많은 분들이 모셔져 있고 그 옆 가장자리에 밀양박씨 정려비(旌閭碑)는 연암 박지원 현감이 열녀 함양박씨전을 쓰게 한 애절한 부부사랑이 담겨져 있다. 이혼이 일상화된 이 시대에 부부에 대한 사랑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교훈적인 비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 위쪽에는 무궁화가 크게 자라 줄기차게 꽃을 피우고 있다. 꽃말이 일편단심(一片丹心)이라고 하니 박씨부인의 마음을 설명해 주는듯하고 나라사랑도 생각해 보라는 꽃이다.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았던 시절에 남몰래 만날 수 있는 장소였던 물레방앗간이 상림 위쪽에 있고 새 천년교 자리에 있었던 징검다리는 사랑하는 처녀 총각의 만남을 위해 놓았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몇 년째 원앙의 번식처가 되어 늦은 봄부터 늦여름까지 연꽃단지 부근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다가 다자라면 활동 영역을 넓혀 위천수 쪽이나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가 한겨울에는 숲속 개울에서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원앙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곳이 흔치 않으리라 생각된다. 원앙은 부부 사랑으로 상징되는 새이고 천연기념물(327호)로 지정된 조류로 상림을 보금자리로 삼고 있어 숲의 품격을 높여 주고 있다. 원앙이 살고 있는 숲이라는 안내판 하나 세워 주었으면 좋겠고 보호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겠다. 상림은 이렇게 한 장소에 많은 사랑을 담고 있는 숲이다. 상림을 사랑숲이라 부르면 어떨까. 김춘수 시인이 꽃이라는 시에서 꽃이라 불러 주었을 때 꽃이 되었다는 것과 같이 우리가 사랑숲이라 불러주면 사랑숲이 되지 않겠는가.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많은 사랑 이야기를 엮어 사랑 테마공원으로 만들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함도 좋을 것 같다. 상림을 위하여 우리 모두를 위하여 상림을 사랑숲이라 부르고 더 많이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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