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는 멋스럽고 풍치가 있는 일 또는 그렇게 노는 것을 일컫는다. 이 같은 풍류는 선비문화의 상징이며 그 풍류 속에 선비문화가 고스란히 보여 진다. 풍류 중에서도 오랜 세월 선비들이 즐겼던 ‘시조’는 시와 가락이 한데 어우러진 예(禮)와 도(度)를 갖춘 민족의 얼과 혼이 담긴 우리의 전통 예악의 하나이다. 또한 단순히 입으로 노래하고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말하고 마음으로 새기는 격조 높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함양에서는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시조경창 전국대회가 개최되어 왔다. 이번 물레방아골축제에서도 전국 시조경창대회가 열렸을 만큼 함양은 시조의 밑바탕이 탄탄하다. 임복택(75) (사)대한시조협회 함양군지회장을 통해 시조의 세계로 들어가 보려 한다.
지난 2월 취임한 임복택 지회장을 9월15일 만났다. 임회장은 “시조는 옛 선비와 학자들이 자연 속에서 여가를 즐겼던 우리 민족 고유의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라고 시조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시조야 말로 선비의 고장 함양과 어울리는 문화 예술인 셈이다. 이 같은 시조는 함양지역에 오래 전부터 뿌리 내리고 있었다. 시조협회 함양군지회는 별도로 회관을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밑바탕이 튼튼하다. 현재 약 6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회원의 수도 여느 단체보다 많으며 단합 또한 잘 이뤄진다. 이 모든 것이 앞선 선배들의 시조에 대한 사랑과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말하는 임복택 지회장. 특히 함양에서는 올해로 53회째를 맞는 전국 시조경창대회를 개최한다. 역사와 전통의 이 대회는 곧 시조협회 함양군지회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임 지회장은 “함양에서 열리는 시조경창대회는 영호남을 통틀어 세 번째로 오래된 전통을 자랑하는 대회”라며 “앞선 선배들이 만들고 다듬어 온 이 대회를 더욱 잘 치러야 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함양지역 시조가 역사와 전통으로 볼 때 그 만큼 대단하다는 반증이다. 지회 회원들은 매달 9일과 19일 29일을 비롯해 장날이 열리는 날이면 시조협회 회관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연습을 진행한다. 대한시조협회 중앙회의 인증을 받은 3명의 사범이 직접 지도한다. 날씨가 좋을 경우 회원들과 함께 상림의 사운정이나 계곡의 정자를 찾아 시조를 읊기도 한다. 자연과 하나 되어 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렇지만 시조라고 하면 너무 어렵고 고리타분하다고 여기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그래서 시조를 하는 이들은 대부분이 어르신들이며 젊은층이 배우는 이는 드물다. 임 지회장은 “시대가 시대이지만 젊은층에서 시조에 대해 배우려고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시조협회에서는 시조를 대중화시키기 위해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시조창을 넣어 매주 2회 수강생들을 가르친다. 요즘에는 시조도 악보로 만들어져 있어 젊은층에서 배우기 쉽도록 하고 있다. 그는 “늦어도 50대 중반에는 시조를 시작해 단계를 밟아 나가야 제대로 시조를 할 수 있다. 노래와 함께 지식과 예를 모두 배울 수 있는 시조는 어떤 것 보다 좋다”라고 설명했다.
임 지회장은 78년 외지 생활을 청산하고 함양으로 들어와 그해 2월부터 시조의 세계에 입문했다. 그는 “예전부터 그런 것을 좋아하다보니 우연한 기회에 시조를 접하고 즐기게 됐다”라며 “나이가 들수록 차분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어 더욱 좋다”라고 말했다. 첫 단계부터 천천히 배워온 임 지회장은 지난 2011년 부산 대회에서 ‘충무대상’을 수상을 정도로 실력도 월등하다. 지름부(고음)에 자신 있는 임 지회장은 퇴계 이황 선생이 쓴 도산십이곡 중 11번째 수인 ‘청산은 어찌하여’를 즐겨 부른다.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 유수는 어찌하여 주야에 긋지 아닛는고 우리도 그치지 말고 만고 산청 하리라/ 자연을 배경으로 한 이 시조다. 그는 시조 중에서 자신에 맞는, 자신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 지회장은 “시조를 하면서 우리나라 전통을 잇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라며 “아울러 시조는 긴 호흡이 필요해 건강에도 아주 좋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제53회 전국시조경창대회는 평시조(을)부와 사설시조(갑)부, 질음부(특)부, 명인부, 국창부 등 5개 종목으로 나눠 수많은 시조를 사랑하는 이들이 몰려들어 기량을 겨룬다. 대회의 집행위원장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는 임복택 지회장은 “시조의 맥이 끊어지지 않고 유지 발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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