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장높은 지위에 있을 때에도 자연에 묻혀 사는 취미가 없어서는 안되며 자연에 묻혀 살고 있을 때에도 모름지기 국가를 경륜할 뜻을 품어야 하느니라.<원문原文>居軒冕之中(거헌면지중)이라도 不可無山林的氣味(불가무산림적기미) 하고 處林泉之下(처임천지하)라도 須要懷廊廟的經綸(수요회낭묘적경륜)이니라.<해의解義>이 대목에서는 동양의 지식인들이 가지는 전형적인 처세 방식을 엿볼 수 있다. 군자는 궁중의 높은 벼슬자리에 올라서 명리와 부귀를 누리더라도 거기에 언제가지나 연연하지 않고 한가하고 유유한 전원생활에의 기취(氣趣)를 버리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인간이 돌아갈 곳은 자연이며 부귀영화란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벼슬을 떠나 전원에의 야인의 몸으로 있을 때에도 항상 나라와 백성을 다스릴 경륜의 뜻을 버리지 않고 시국을 걱정하며 언제든지 때가 오면 출사(出仕)할 만반의 준비를 갖춰 놓는다. 이것은 예부터 내려오던 지식인들의 대사회적 책임의식의 하나였다. 그러므로 벼슬길에 나아가는 것은 부귀영화를 탐내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경륜과 포부를 세상에 펴고자 함이요, 전원에 물러나 고요히 사는 것은 한가함을 탐내고 편안함을 훔치고자 함이 아니라 학문을 갈고 닦는 자기수양居軒冕之中(거헌면지중)이라도 不可無山林的氣味(불가무산림적기미) 하고 處林泉之下(처임천지하)라도 須要懷廊廟的經綸(수요회낭묘적경륜)이니라.의 시간을 위해서인 것이다. 공자도 논어에 이른바 ‘도가 행해지면 세상에 나아가고 도가 행해지지 않으면 미련없이 물러난다.’는 말로 군자의 출사론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주註>軒冕 : 헌(軒)은 대부(大夫)들이 타던 수례. 면(冕)은 조정의 대신들이 쓰던 관, 곧 고관대작을 말함. 山林的氣味(산림적기미) : 산림은 자연, 자연에 묻혀사는 한가하고 유유자적한 취미. 林泉(임천) : 숲과 샘, 곧 자연을 의미함. 須(수) : 모름지기. 廊廟(낭묘) : 랑(廊)은 궁중의 복도, 묘(廟)는 종묘(宗廟), 궁중에서 벼슬살이 하는 것. 經綸(경륜) : 나라를 다스리는 일. 적(的) :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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