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을인가봅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날이 엊그제 같더니 더위는 온데간데없고 쌀쌀한 추위가 찾아 왔네요. 산엔 밤이 떨어지고 들판엔 황금색의 곡식이 여물고 있어요. 가을이면 저희집은 밤철이라고 하는데요, 밤농사를 6천평 하는데 밤을 줍는 일이 예삿일이 아니랍니다. 남편이 6천평 밤산을 예초기(풀 베는 기계)로 깨끗하게 풀을 베고 드디어 며칠 전부터 밤을 줍기 시작했어요.
남편과 저는 양쪽 능선으로 구역을 나눠 밤을 줍는답니다. 6천평 밤산의 밤을 다 주우려면 2~3일씩 주워야 되는데 밤이 모두 떨어질 때까지 10월까지 약 1개월간을 그렇게 계속 밤을 주워야 된답니다. 비탈진 밤산을 오르내릴 때마다 밤을 줍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라서 잠시 쉴때면 저 아래 흘러가는 엄천강물을 바라보며 고향 생각을 하면서 잠시 시름을 잊곤 하지요.
밤을 주워와도 일은 산더미랍니다. 저희집은 밤 한톨까지도 서울, 부산 각지의 소비자에게 직거래 택배로 보내지기 때문에 그 일들이 또 얼마나 많은지 모른답니다. 주워 온 밤을 선별기로 크기 선별하고 벌레 가려내고 물로 씻어서 저온 창고에 보관하고 그리고 저온 숙성된 밤은 택배 포장하고 송장 붙이고 택배차가 오면 실려 보내야만 일이 끝나는데 집에 와서 저녁 준비하고 하다보면 저녁 밥은 보통 10시나 되어야 먹을 수 있답니다.
남편은 창고 정리하고 집에 오면 컴퓨터로 고객 응대하고 그러다 보면 12시를 넘기는 것은 예삿일이더라고요.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는데 특히 농사일은 정말 힘들고 어렵고 많은 돈을 벌기는 더 어려운거 같아요.
약 20톤 이상의 밤을 해마다 각지의 소비자에게 직거래로 3kg부터 20kg까지 보내지게 되는데 밤철이 끝나면 감을 따야 하고 감을 선별 포장하여 또다시 택배로 각지의 소비자에게 보내지게 되는데 이 끝없는 일들이 이제 이번 9월21일이면 잠시 중단된답니다.
저희가족 4명이 네팔 친청에 가거든요. 남편은 밤농사 수입이 중단되어 걱정이 태산이지만 처가집 지진 등의 여러가지 형편을 모른척할 수 없다며 함께 가겠다고 하네요. 농사일을 중단하고 친정집에 가는 저의 마음도 무겁기는 남편과 마찬가지랍니다.
지진으로 집을 모두 잃은 친정부모님께 도움을 드려야 하니 돈을 많이 가져가야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도 않고, 또 언니 오빠 등 친인척들도 집을 모두 잃어서 친척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려야하니~ 부모 형제를 만난다는 기쁨에 앞서~ 걱정을 놓을 수가 없고, 마음도 편하지만은 않네요.
하지만 밤을 열심히 줍고 판매하여 돈을 많이 벌어서 오랜만의 친정 방문이 기쁨이 되고 고향 가족에겐 행복이 되는 시간이 되도록 해 보려 합니다. 추석앞의 방문이라 선물도 준비하고 농사일은 농사일대로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네요.
남동생은 저희가 가면 약혼식을 한다고 하네요. 약혼할 상대가 누군지 궁금하네요. 이번 친정 방문 땐 저희 집에서 농사지은 밤 곶감 감말랭이 등을 약혼식 음식으로 가져가볼 생각입니다. 곶감을 구경도 못해본 사람들도 있을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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