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얻는 재료를 이용해 아름다운 색으로 재탄생시키는 천연염색. 천연염색 전문가로 평생을 살고 있는 김향숙 작가를 통해 그녀가 하는 일과 함양에 대한 생각을 들어 봤다.
지금으로부터 3년 7개월 전 지인의 소개로 함양에 들어온 김향순 작가. 젊은 시절 여행을 좋아했던 그녀는 당시에 보았던 함양의 아름다운 자연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눈 덮인 오도재의 비포장도로와 그 속에서 뛰어놀던 산양들, 그리고 길을 잃고 헤맬 때 따뜻한 아랫목을 내어 주었던 농가, 옛 안의면의 기와집과 돌담길 등 모든 것이 기억 속에 아련하게 남아 있다. “지금은 그때의 모습이 기억으로만 남아 있지 어디를 가도 찾을 수 없는 모습입니다. 그렇지만 함양의 자연은 전국 어디, 세계 어디를 내 놓아도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고향은 전라도 광주다. 함양에는 연고 자체가 없다. 그냥 아는 지인이 있을 뿐. “지인의 소개로 예술마을에 들어왔지만 그 전부터 항상 함양의 자연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진주에서도 공방을 운영하고 있지만 함양의 자연 속에서 그것들을 이용해 작품을 만든다. 그녀가 만드는 작품은 화려하다. 온갖 자연의 색으로 갈아입은 그녀의 작품은 단순 염색을 넘어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그녀가 함양에서 하는 일들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 일반인들에게 염색을 가르치고, 학생들에게 염색과 한지공예를 알게 하는 것이 그녀의 첫 번째 일이다. 물론 틈틈이 작품세계에 몰두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녀는 상업적인 활동과 작품활동을 병행한다. “순수 예술을 하고 싶어도 먹고 살기가 팍팍하면 어렵지 않겠어요. 돈을 벌어야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잖아요.”라며 웃으며 말하는 김향순 작가. 요즘 가장 재미있는 일이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하는 것이란다. 문화 예술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학교를 찾아가고, 아이들과 만나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한다. 틀에 얽매인 수업도 아니다. “아이들에게 마음대로 작품을 만들어 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만든 작품들을 보면 내면의 모습까지 볼 수 있습니다. 함께 수업하면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그녀의 미소에서는 순수함이 묻어난다. 아이들을 만나러 함양과 거창을 누비랴, 매주 월요일에는 사회복지회관에서 열리는 교육도 진행하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녀.
그녀가 천연염색을 시작한 것은 아주 어린 시절 그녀의 어머니가 하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부터다. 손을 놀리는 것이면 모두 다 자신 있어 하는 그녀다. 음식 하는 것에서부터 염색 등 모든 것은 어머니께 물려받았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식물을 통해 염색을 할 수 있습니다. 저마다 고유의 색을 내는 식물들을 통해 온갖 색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염색을 통해 그녀는 그녀만이 표현할 수 있는 색을 찾는다. 어느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색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오방색(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 등 화려한 색을 좋아하는 그녀는 그 중에서도 보라색을 가장 좋아한다. 그녀가 작품, 그녀가 주로 표현하는 작품 ‘아리랑’에도 오방색이 그대로 표현된다.
9~10번을 염색을 해야지만 깊이 있는 색을 낼 수 있는 천연염색. 그녀는 천연염색이 멋 보다는 그 기능성을 더욱 강조했다. “시골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염색입니다. 멋으로 입는 것이 아니라 패션 보다는 기능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감 염색을 하면 파리 등 해충을 막는다. 황토염색은 옷이 감기지 않고 땀 냄새가 나는 것을 방지한다. 그래서 감 염색된 모자를 쓰고 황토 염색된 옷을 입고 일을 하면 해충을 막고 땀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그렇지만 정성이 들어간 천연염색으로 만들어진 옷은 비쌀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녀는 “사서 입으려면 비싸니까 기초부터 직접 배워서 자기가 만들어 입으면 되는 것입니다.”라고 쉽게 말했다. 그녀는 함양에 들어와 함양의 특산물인 양파로 염색을 한다. 양파로 염색을 한 옷을 입으면 아토피 등에 아주 좋단다. 그녀는 “염색, 우리가 물려받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머물지 말고 현대에 맞춰 나가야 합니다.”
그녀는 내년 초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자연의 옷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직은 가제지만 ‘색과 빛’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작품 전시회는 함양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연의 빛을 전해줄 것이다.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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